18대 대통령선거가 후보 간 토론이나 대담없는 ‘일방’ 선거라는 불명예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선거에 TV토론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1997년 15대 대선 이후 언론기관 초청 토론회는 꾸준히 이어졌으나 이번 선거에선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토론 기피’로 대선후보 간 토론이 전무한 상황이다.

SBS는 지난 27일 유력대선주자인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양자토론을 제안했다. 하지만 박 후보가 응하지 않았다. KBS도 지난 29일~30일 양자 토론을 제안했지만 역시 박 후보가 빡빡한 스케줄을 이유로 거부했다. 이에 따라 유력 대선주자가 모두 모이는 토론은 선관위가 의무로 지정한 3번의 TV토론만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토론이 전무한 상황은 이전 대선에 비춰봤을 때 심각한 수준이다. 중앙선관위 자료에 따르면 1997년 15대 대선에서 언론기관 초청 대담·토론회는 34회 열렸다. 2002년 16대 대선에선 83번이나 대담 및 토론이 진행됐다. 2002년 대선의 경우 선거기간 중에서 21번의 토론을 진행하며 그 어느 때보다 토론이 선거에 주요한 영향을 주었다.

이명박 당시 대선후보의 당선이 유력했던 2007년 대선도 44번의 토론회가 열렸으며 선거기간 중에는 18번 토론이 열렸다. 더군다나 이 수치는 대선방송토론위원회와 중앙선관위 주최 토론회는 제외한 것이어서 해당 토론회까지 집계하면 수는 더욱 늘어난다. 하지만 이번 18대 대선의 경우 단 세 번의 선관위 주최 토론회를 제외하곤 토론이 전무한 상황이다.

현재까지 18대 대선과 관련해 이뤄진 토론회는 모두 7건이다. 방송기자클럽에서 각각 박근혜·문재인·안철수 토론회를 열었고, 기자협회에서 문재인·안철수 토론회를 가졌다. 방송에선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토론회와 박근혜 단독 토론이 있었다. 이대로라면 18대 대선은 예정된 선관위 토론을 포함해 모두 10여차례 수준에서 대담 및 토론이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의 4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박근혜 후보의 경우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경선에서 토론회를 거부하던 이명박 후보에게 “토론회를 거부하는 것은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 “TV토론을 기피하는 것은 비겁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던 점이 알려지며 현재 토론을 기피하는 태도는 이중적이라는 비판이다.

민주통합당 김현 대변인은 30일 브리핑을 통해 “유세일정이 빡빡해서 TV토론이 불가하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은 이해 불가”라며 “후보의 철학과 정견, 비전을 분명하게 전달할 편리한 방법이 있는데도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워회 김현미 소통2본부장도 “묻고 답하고 재질문하고 다시 반박하는 활발한 상호토론과정을 통해 누가 더 대통령으로서 자질이 있는지 정책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는지 미래비전에 대해 꼼꼼하게 대비해왔는지 검증할 기회를 국민 앞에서 갖도록 형식이 갖춰진 토론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양자 TV토론을 촉구했다.

민주통합당 최민희 의원은 “박 후보도 문제지만 박 후보가 참석하지 않았다고 토론회를 취소한 방송사 문제점도 있다”며 “한 후보가 자신을 알릴 기회를 포기한다고 해서 상대후보까지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박선규 대변인은 지난 28일 토론기피 주장을 두고 “필요할 경우 언제라도 마주 앉아 토론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12월 18일까지의 모든 일정이 빡빡하게 짜여 있는 상황”이라고 해명한 뒤 “이미 선관위의 토론이 3차례 예정돼 있다. 한 차례라도 해보고 난 뒤에 (양자 토론) 필요성을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