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달 간 방송3사가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에 편향적인 보도를 질적·양적으로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선후보의 지지율에 따라 보도 분량을 차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언론이 선거운동원으로 전락했다”는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 10월 29일부터 11월 18일까지 약 한 달간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의 후보별 동정 보도 분량을 비교한 결과 박근혜 후보에 대해선 KBS가 857초, SBS가 889초, MBC가 1243초 분량을 할애했다.

반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KBS가 577초, SBS가 492초, MBC가 598초를 할애하는데 그쳤다. 안철수 무소속 전 후보에겐 KBS 607초, SBS 546초, MBC 596초의 시간이 할애됐다. 방송3사를 합쳐 박 후보를 보도한 시간이 3000초에 육박하는 반면,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절반 수준인 1700초 수준을 나타냈다.

문제는 보도의 양적 차이만이 아니다. 내용에서도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하고 야권 후보에게 불리해 질적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0월 29일부터 11월 23일까지 방송3사 메인뉴스를 모니터링 한 결과를 두고 윤지선 민언련 활동가는 “방송3사 보도는 정당 보도 자료와 다를 바 없는 기사가 대부분이었고 MBC를 중심으로 정쟁과 친(親)박근혜 보도가 주류를 이뤘다”고 강조했다. 윤 활동가는 “지난 12일 조해진 새누리당 문방위 간사를 비롯한 여권 인사들이 방송3사 보도국을 방문한 뒤 KBS와 SBS도 편파 수위가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MBC는 3사 중 편파논란이 가장 심했다. <뉴스데스크>의 경우 11일 보도된 시사만평 ‘한국 알까기 대국서 만난 문·안 승자는?’에서 야권단일후보 협의를 ‘알까기’에 비유하며 두 후보의 경쟁을 비꼰 뒤 박근혜 후보를 두고는 “이미 결승에 오른 박은혜(가칭) 9단”, “공격과 수비에 두루 능하다”고 소개했다. 새누리당의 야권 단일화 비판을 단일화 보도보다 먼저 내보낸 경우도 12~14일, 17일 총 네 차례나 됐다.

방송3사는 유권자의 상당수가 직접적인 관심을 갖고 있는 투표시간 연장 문제 역시 제대로 다루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투표시간 연장에 반대하고 있는 새누리당의 이해관계와 맞아 떨어지고 있다. 윤지선 활동가는 “KBS는 3사 중 유일하게 지난 1일 투표시간 연장 분석기사를 내놨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유권자의 3분의 1수준이라는 점은 언급하지 않고 투표시간 연장을 정치권 공방으로 몰았다”고 비판했다.

민언련 분석에 따르면 KBS는 지난 한 달간 87건, MBC는 82건, SBS가 84건의 선거관련 보도를 했다. 정치쟁점을 다룬 보도는 전체의 48.6%였다. 후보행보 단순전달은 31.6%, 정책·후보검증보도는 14.6%에 불과했다. 이를 두고 윤지선 활동가는 “언론이 정책검증보다는 정치쟁점과 후보 행보 뒤쫓기에 급급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선거 보도 중 정치쟁점은 야권후보 단일화이슈가 전체보도의 36.8%로 제일 높게 차지했다. 내용을 뜯어보면 단일화 경쟁구도나 신경전을 부각하고 단일화 자체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내놓은 보도가 많았다는 지적이다.

KBS의 경우 단일화 언급 보도 44건 중 새누리당 공세 언급이 21건,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신경전 언급 보도가 22건이었다. MBC는 단일화 언급 보도 51건 중 문·안 신경전 언급이 28건, 새누리당 공세 언급이 20건이었다. 이런 가운데 정책공약 분석은 KBS가 11건, SBS가 7건, MBC가 1건에 그쳤다.

신태섭 민언련 대표는 이번 분석 결과를 두고 “언론이 스스로 선거운동원으로 전락해 균형과 객관, 공정을 언론 스스로 무시하며 행위자가 되어버렸다”고 우려했다. 장지호 언론노조 정책실장은 “언론이 새누리당의 선거전략 아래에 있는 상황으로, 현재는 투표율을 낮추기 위한 선전도구로 이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지호 실장은 “대통령 선거기간이지만 방송의 대선 관련 보도량 자체가 크게 줄었고, 중계식보도만 일삼고 있다”며 현 상황을 평가했다.

이 때문에 지금이라도 유권자에게 큰 영향을 주는 언론이 스스로 올바른 대선보도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팀장은 “방송3사는 최근 박근혜 원맨쇼도 틀어줬다. 경쟁자 없는 오디션이었다”며 “사실상 선거운동을 도와준 꼴인데 이 부분을 비롯한 편파보도에 대해선 시민사회가 강하게 항의에 나서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언론은 적극적으로 유권자의제를 보도하며 정치권이 즉각적으로 정책이슈에 답하게끔 해야 한다”고 지적한 뒤 “여론조사 역시 유권자들이 차기 정부에서 어떤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원하는지를 알기 위해 적극 사용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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