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아이유 트위터에 올라온 사진 한 장으로 포털사이트에는 300건 이상의 기사가 각종 추측과 자극적 제목을 달고 올라왔다. 이 때 질 낮은 연예기사를 비판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기자를 비난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자를 비난해도 기사는 사라지지 않는다. 대부분의 기자는 뉴스라는 ‘상품’을 더 빨리, 더 많이 팔아야 하는 약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연예기사가 생산되는 구조다. 2000년대 중반부터 급격히 성장한 연예매체는 정보가 쉽게 소비되고 빠르게 회전하는 인터넷문명과 높은 페이지뷰를 원하는 포털사이트, ‘저비용 고효율’이 신성한 가치인 자본주의 사회의 속성과 맞아떨어지며 거대한 시장을 형성했다. 대중은 자연스럽게 말초적인 가십거리에 눈을 돌렸다.

2004년 포털사이트 ‘파란’은 스포츠조선·일간스포츠 등 5개 스포츠신문과 콘텐츠 독점계약을 맺었다. 이에 연예콘텐츠를 원했던 네이버·다음 등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인터넷 연예매체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연예매체는 누구든 저예산으로 창간할 수 있었고, 기자들에겐 전문지식이 요구되지 않았다.

그렇게 마이데일리 등 20개 이상의 온라인매체가 연예뉴스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현재 랭키닷컴에 등록된 연예오락전문지만 뉴스엔·TV리포트 등 37곳에 달한다.
 

여기에 연예뉴스만 전담하는 각 매체의 온라인뉴스팀과 스포츠신문, 전문지 연예섹션 등을 포함하면 그 매체 수는 가늠하기 어렵다. 이런 연예매체의 ‘호황’은 포털의 속성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정일권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포털사이트 첫 페이지에 노출되는 연예 기사는 네티즌의 관심이 높고 댓글도 많이 달리기 때문에 일종의 킬러콘텐츠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도 “연예뉴스는 사실 중심의 시사뉴스에 비해 이야기를 허구적으로 구성할 수 있어 비슷한 기사를 조금씩 다르게 해석해 짧은 시간 안에 많이 쓸 수 있어 효율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연예기사의 형태는 크게 △TV모니터링 △보도자료 전달 △연예인 SNS 업데이트 △UCC 이슈 발굴 △타 매체나 통신사·외신을 베끼거나 축약 △포털 인기검색어와 프로그램 시청률에 맞춘 인기영합형 뉴스로 구성된다.

정일권 교수는 “특히 연예뉴스는 저널리즘적 목적을 경시하고 마케팅 논리에 빠져 눈길만 끌고 보자는 목적으로 기사 내용과 상관없이 헤드라인 자체를 상품으로 팔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인터넷의 등장은 뉴스유통방식을 바꿨다. 과거 푸쉬(PUSH)모델에서 풀(FULL)모델로 옮겨가며 상품의 기본 단위가 특정 신문에서 특정 기사로 바뀌었고, 개별 기사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동일한 내용물이라면 남보다 빨리, 남보다 예쁘게 포장해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여기에 ‘표류적 뉴스 읽기’를 유발하는 포털의 속성상 다량의 콘텐츠와 페이지뷰를 유발하는 분야가 필요했다. 그렇게 연예뉴스는 포털을 장악했다.

2006년 당시 네이버에는 하루 1만 건 가량의 기사가 올라왔고, 페이지뷰는 하루 평균 1억 1천 만 건을 기록했다. 당시 스포츠분야가 3천만, 연예분야가 2천만 건의 페이지뷰를 기록했다. 네이버에 따르면 2012년 현재 매일 1만5천 건 가량의 기사가 올라오며, 페이지뷰는 약 2억 건으로 6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분야별 페이지뷰의 비중이 전과 유사하다고 가정했을 때 스포츠·연예뉴스는 현재 네이버에서만 하루 평균 1억 건 가량의 페이지뷰를 기록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디어다음에 따르면 오늘날 전체기사 중 연예분야 비중은 18% 수준이다. 이는 사회·정치 분야와 비슷한 비중(각각 19%)이다.

연예매체 늘어나며 ‘더 빨리·더 많이’…정글의 왕국에서 정론 찾기 어려워

연예매체들은 스스로 레드오션을 만들었다. 기자들은 무한경쟁에 놓였다. 보도가치가 있는지, 언론윤리에 맞는지는 생각할 겨를 없이 조회 수가 나온다 싶으면 최대한 빨리 올려야 한다. 더욱이 이슈는 하루를 넘기지 않는다. 생각할 여유가 없다.

N사에 다니던 한 기자는 “전 직장에선 야근까지 풀로 다하면 새벽 한시까지 70-80건은 썼다”며 “한 선배는 일을 하다 스트레스가 심해 하혈을 한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 기자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인기면 싸이에 관련된 기사는 다 쓰기를 원한다. 기자들은 한계를 느끼지만 타 매체에서 기사가 뜨면 우리도 써야 한다”며 어려움을 전했다.

스포츠일간지 S사에 근무하는 한 기자는 “기존엔 오랜 신뢰관계를 통해 취재했지만 지금은 어려워졌다. 클릭수를 높여야 배너광고가 들어오기 때문에 일회성으로 기사가 소비되고 사라진다”며 “워낙 매체가 많아져 연예언론 대부분의 매체력이 하향 평준화됐다”고 우려했다.

이 기자는 “과거 티아라 사태를 보면 왕따 자체 이슈에만 몰입하고 왜 사태가 일어났는지는 관심이 없었다. 연예언론으로서 최소한의 정론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 지상파 연예프로그램 제작PD는 “인터넷 매체 출연 이후 우리도 연예뉴스가 다룬 것을 영상으로 재구성하는 식으로 제작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하며 “이제 포토라인에 가면 종편·케이블 등 매체만 50~60개다. 싸이 기자회견 때는 100군데가 넘었다”며 과열경쟁의 어려움을 전했다. 

I사의 한 기자는 “지나면 잊어버리는 기사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들 생각할 여유가 없어서 시사회에서 누가 데뷔작이라고 해도 실제로 데뷔작인지 확인할 시간도 없다”고 말했다.

T사에서 일했던 한 기자는 “자극적인 것은 데스크 요구로 나온다. 누가 연예인 가십을 쓰려고 연예매체에 들어가겠나”라고 반문한 뒤 “연예인에 대한 심도 있는 기사를 묶어 해외로 수출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은 다들 조회 수에 의존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영미문학, 문화평론가)는 과열경쟁으로 포화상태인 연예뉴스시장을 두고 “결국 매체가 많아진 결과 하나 이슈가 터지면 하이에나처럼 몰려가서 다 뜯어먹는 식의 환경이 만들어졌다”며 “매체 간 평등은 보장됐으나 정글의 왕국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기자들의 노동강도는 높아지고, 대중은 의미 없는 정보홍수에 빠졌다.

해결 방법은 없을까. 연예매체를 강제로 없앨 수는 없다. 자극적 제목을 뽑고 내용을 부풀릴수록 광고수익과 이어지는 상황에서 매체 스스로가 변화하기를 바라는 것은 이상적이다. 이 때문에 가장 현실적 대안으로 포털사이트의 역할론이 나오고 있다.

정일권 교수는 “선정적 헤드라인이나 연예 기사범람과 같은 경우는 보편적 가치에 비춰 사이버공간의 원 운영자인 포털이 개입해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동연 교수도 “포털은 자신들의 미디어적 기능을 인지하고 사실 확인 문제나 노출에 대해 규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N사에 근무했던 한 기자는 “누리꾼은 제대로 된 연예뉴스를 원하면서도 실시간 검색어가 뜨면 클릭할 수밖에 없고, 우리는 검색어로 기사를 쓸 수밖에 없다”고 말한 뒤 “자극적인 기사를 써야 포털이 메인으로 뽑아주는 상황에선 사실상 검색창이 연예기사를 만들어내는 셈”이라며 검색창 폐지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정숙 네이버 홍보실 차장은 “실시간 검색어는 유익한 정보까지는 아니더라도 트랜드를 알 수 있는 유용한 정보”라며 “메인에서 뺀 적이 있었지만 이용자들 항의가 많았다”고 밝혔다.

정지은 다음커뮤니케이션 홍보팀장은 “과도한 황색 저널리즘과 연예뉴스 어뷰징을 막고자 검색뉴스 퀄리티 관리·검색 서비스로 진입 문턱은 낮추되 문제가 되는 매체는 계속 걸러내고 있다”고 밝혔다.

정지은 팀장은 “매개 서비스로서 사회적 책임을 절감하고 있지만 저널리즘과 이용자 모두 노력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연예뉴스 생태계의 올바른 견인을 위한 갈 길이 멀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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