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 4사(채널A, JTBC, MBN, TV조선)가 모두 기대했던 1년차 성적은 얻지 못했다. 종합편성이란 말이 무색해질 정도로 보도비중은 높고, 편성의 절반은 재방송이 차지하고 있다. 시청률은 종편 4사 평균 0.5%대를 기록 중이다. 4사 모두 적자폭을 막기 위해 드라마와 예능 등의 제작비를 줄일 대로 줄이고 있는 형국이다.

민주통합당 윤관석 의원실이 종편 4사의 △시청률 △재방송비율 △자체제작비율을 분석한 결과, 지난 1년간의 실패가 여실히 드러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윤관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12월 개국 당시부터 2012년 9월까지 10개월 간 취합한 종편 4사 재방송비율은 4사 평균 50%를 넘겼다.

한 달 평균 JTBC는 57.1%, TV조선은 57.2%, 채널A는 56.8%, MBN은 41.2%의 재방률을 기록했다. 특히 TV조선은 지난 9월 한 달 간 평균 재방비율이 65.1%로 치솟으며 4사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종편의 재방비율은 지상파 3사의 재방비율과 비교하면 확연히 높은 수치다. 올해 6월까지 KBS의 평균 재방비율은 평균 18.8%였다. MBC는 장기파업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 재방비율이 26.9%를 기록했지만 2011년에는 19% 재방 비율을 나타냈다. SBS는 올 해 8월까지 재방비율이 10.8%로 종편의 1/5 수준이었다.

종편의 프로그램 제작건수는 콘텐츠 활성화라는 애초의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방통위가 같은 제목으로 여러 회 방영되는 드라마와 뉴스 등 프로그램을 1건 제작으로 간주(정규 프로 기준)하고 조사한 결과, JTBC는 한 달 평균 12.8개, 채널A는 6.1개, MBN은 6.5개의 프로그램을 제작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TV조선은 이 조사에서도 한 달 평균 5.5개 제작으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종편의 시청률은 참담했다. 4사 평균 시청률은 0.548%(2012년 11월 18일 기준)로 나타났다. 시청률조사기관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채널A는 평균 0.55%, JTBC는 0.57%을 기록했다. MBN은 개국 초기 0.38%로 보도채널 때보다 시청률이 하락해 위기를 겪었으나 올해 11월 현재 월 평균 0.95% 시청률을 기록하며 타사 종편에 비해 상승세다.

TV조선은 평균시청률 0.43%로 종편 4사 중 꼴찌였다. TV조선은 기대했던 대작 드라마 <한반도>가 조기종영으로 마무리되자 하반기에는 아예 편성에서 드라마를 제외했다.

이런 가운데 종편의 20~49세 시청자 시청률은 채널A 0.18%, JTBC 0.15%, MBN 0.16%, TV조선 0.09%로 상당히 낮은 비율을 나타냈다. 종편 4사 모두 다양한 연령을 시청층으로 확보하겠다는 개국 당시의 목적은 실현되지 못했다.

시청률이 죽을 쑤는 가운데 적자폭은 늘어갔다. 올해 6월 현재 종편 4사의 당기 순손실액은 총 1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JTBC는 825억, 채널A는 191억, MBN은 181억 적자로 확인됐다. TV조선의 올해 상반기 자료는 알려지지 않았다. 적자 누적의 결과는 제작비가 많이 드는 프로그램의 축소였다.

민주통합당 김윤덕 의원실이 방통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종편출범 이후 6개월 간 TV조선(45.1%→33%),  채널A(49.2% →36.9%), MBN(31.9% →18.3%)의 오락비중이 줄었다. 비중이 줄지 않았던 JTBC(39.9%→42.2%)는 4사중 최대 적자액을 기록했다. 지상파 PD들을 대거 영입했지만 채널인지도가 없으니 프로그램 수준과 상관없이 시청률 답보를 겪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 8월까지 TV조선·JTBC·채널A·MBN에 들어간 정부광고의 보너스율은 평균 518%를 기록했다. 보너스율은 광고주가 낸 광고금액 외에 편성해주는 광고로, 수치가 높을수록 광고유치가 어렵다는 뜻이다. 보너스율 500%는 1천 만 원짜리 광고를 5천 만 원어치 틀어준 것과 같다.

이명박 정부는 종편 허가 당시 종편출범으로 전체 방송시장 규모가 1억 6천억 증가하며 생산유발효과가 2조 9천억원, 취업 유발효과가 2만 1천명에 달할 것이라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보고서를 홍보했다. 하지만 예상은 한참 빗나갔다. 지난 7일 방송통신위원회가 공개한 방송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종편 개국으로 4사 합쳐 1319명이 늘어났다. 기대했던 것의 1/20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종편의 ‘실패’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태윤정 미디어컨설턴트는 “영상문법은 활자 매체의 문법과 다르지만 종편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활자 매체를 그대로 스튜디오에 옮겨다 놓았을 뿐 영상과 프레임에 대한 기본적 인식조차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시청자의 눈높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이 종편의 가장 큰 문제이며, 투자 없이 ‘연명’이 목적이 된다면 미디어생태계에서 고립될 뿐이란 지적이다.

윤관석 민주당 의원은 “낮은 시청률로 인해 광고 수주는 떨어지고 결국 다시 질 낮은 프로그램을 내보내는 등 악순환이 부실 경영을 낳고 있다”며 “종편은 이명박 정권의 가장 큰 방송 정책 실패사례로 기록될 것”이라 지적했다.

한지수 독립PD협회장은 “종편은 올해 초 갑작스런 제작 중단으로 인한 피해를 제작사에 전가하는 경우가 있었으며 최근엔 제작 물량이 확 줄어든 상태”라고 전한 뒤 “종편이 미디어생태계의 긍정적 효과를 위해 출범되지 않고 오직 신문의 생존과 경영논리에 의해 운영됐다”고 비판했다. 한지수 회장은 “공급자마인드로 정보를 주기만 하는 신문의 관점에선 현재 시청자의 니즈(Needs)를 전혀 알 수 없다”고 평했다.

이런 상황에서 종편이 ‘종합편성’이란 타이틀을 버리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살아남을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한 기고글을 통해 “종편은 지상파 흉내 내기를 중단하고 전문편성을 지향하는 게 옳다”며 “뉴스 및 다큐는 TV조선, 심층탐사 및 대담 프로그램은 채널A, 드라마 및 쇼는 JTBC, 예능 및 게임 프로그램은 MBN과 같은 식”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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