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경상북도 구미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95회 탄신제’가 독재 권력자를 신격화‧찬양하고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에 대한 노골적 지지를 보여 선거법 위반이란 주장까지 나오는 등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이날 탄신제에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신으로 묘사돼 북한의 김일성 찬양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날 탄신제에는 김관용 경북도지사를 비롯해 남유진 구미시장, 새누리당 김태환·심학봉·서상기 의원, 정해걸 전 의원, 이효수 영남대총장과 도의원·시의원 등이 참석했으며, 박사모 회원 등 일반 시민 4천여 명이 찾았다.

연합뉴스는 “전국 각지에서 활동 중인 박정희 대통령 숭모단체는 관광버스를 이용해 대규모로 (행사에) 참석했다”고 밝힌 뒤 “박 전 대통령의 딸인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는 매년 이 행사에 참석했으나 올해는 다른 일정으로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뉴스타파> 34회 방송 ‘금오산의 전설’ 편에 따르면 이날 탄신제에선 ‘박정희 찬양’과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가 노골적으로 진행됐다. 이날 남유진 구미시장은 “피와 땀을 조국에 헌신하신 반인반신(半人半神)의 지도자는 이제 위대한 업적으로 남아 영원히 기억되고 있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을 찬양했다.

이 발언은 독재 권력으로서 민주주의를 탄압해 이미 역사적 평가가 이뤄진 인물을 공공기관장이 찬양함으로써 일반의 상식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다.

심학봉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이날 한 발 나아가 “금오산에는 두 명의 대통령이 나온다는 전설이 있다”고 밝힌 뒤 “그 전설이 이루어지도록 여러분이 지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황상 이날 언급한 두 명의 대통령은 박정희와 박근혜로 해석되기 충분하다.

심 의원은 “박정희 대통령이 없었더라면 우리 국가가 이만큼 성장했으며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왔겠나”라고 되물은 뒤 “그런 대통령 딸이 대권후보로 나서고 있으니 오늘 모이신 분들의 정성을 모아 서울에 계시는 후보님께 보내드리자”며 노골적으로 박 후보의 대권 승리를 기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법 위반 소지가 크다. 

참배객들 역시 남유진 구미시장과 심학봉 의원과 비슷했다. 한 시민은 “집에서 박 전 대통령 내외분 빈소를 모시고 있다. 그 분은 나라에 다시없는 분이고, 신이다”라고 말했다. 참배객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독재를 했다는 주장에 대해 “그건 빨갱이들이 하는 이야기다”, “독재를 안 했으면 (여기까지 발전) 안 됐다”라고 반박했으며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날 참배객들은 본 행사 이전에 5m 크기의 박정희 동상을 찾아 부처님에게 절을 하듯 인사했으며 탄신을 축하하는 노란 리본과 초상화를 인쇄한 배지를 착용했다.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일부 참배객은 새누리당 로고가 그려진 조끼를 입고 있었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들에게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 박근혜 씨한테 폐를 끼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날 행사에선 불법선거운동 장면도 포착됐다. 자신을 박근혜 후보 측의 총괄 고문이라고 소개한 한 인사는 이날 참배객들에게 명함을 돌리며 “잘 좀 부탁한다. 빨갱이에게 지면 안 된다”며 투표를 독려했다.

<뉴스타파> 보도 이후 누리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트위터 아이디 lady****는 “충격적인 것은 북한의 김일성 김정일과 같은 황금색 동상앞에서 같은 모습의 참배”라고 지적했다. 아이디 jayoon***는 “이정도로 지역감정과 세대차 시각이 심할 줄은 몰랐다”고 적었다. 아이디 메리**도 “같은 시대에 사는 사람들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이질적 모습”이라고 평했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대놓고 박근혜 사전 선거운동을 하는데 쩔쩔매는 선관위원들은 뭔가”라고 꼬집었다. 한겨레에 따르면 1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심학봉‧김태환 의원의 발언 내용을 확인 한 결과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으나 사안이 경미해 구두경고 조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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