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5가 9월 12일 샌프란시스코에서 발표된 이후에 두 달이 지났다. 10월 중순 한국에 출시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깨지고 11월 초라는 확정적으로 보이던 출시날짜도 지나 이제 한국은 언제 아이폰5가 출시될 것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영국은 애플의 1차 출시국가 중 하나이자 세계에서 유난히 애플제품을 사랑하는 국가 중 한 곳이어서 아이폰5의 인기가 매우 뜨겁다. 실제로 얼마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큰 애플스토어였던 코벤트 가든은 요즘도 아이폰5를 비롯한 애플의 신제품을 체험하거나 구입하기 위해 방문한 소비자들로 발 딛을 틈이 없을 정도다. 10월 초에 구입해 한 달 정도 사용하며 느낀 아이폰5의 특징과 장단점을 짚어본다.

아이폰5를 설명하면서 제일 먼저 언급할 수밖에 없는 부분은 무게·두께·디자인이다. 전면유리를 앞/뒷면에 채택해 어쩔 수 없이 플라스틱 재질의 다른 스마트폰에 비해 무거울 수밖에 없는 아이폰4나 4s에 비해 아이폰5는 놀라울 만큼 가볍고 날렵하다. 무게는 4s의 140g에서 112g으로, 두께는 9.3mm에서 7.6mm로 줄어들었다. 이는 3.5인치에서 4인치로 늘어난 디스플레이 때문에 커진 크기를 생각해보면 놀라운 발전이다.

특히 놀랍도록 가볍다는 첫 인상이 지나간 후에도 길어진 본체와 얇아진 두께 때문에 4s에 비해 그립감이 매우 좋아졌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디자인 면에서도 출시 전에 논란이 많았던 뒷면의 투톤 디자인이 산화피막 알루미늄과 세라믹 유리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마감되어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고 있다. 특히 아이폰 중 최초로 크리스탈 다이아몬드로 모서리를 커팅, 전자기기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완성도를 자랑하고 있다.

성능은 어떨까. 애플의 차세대 운영체제인 iOS6와 ARM A6듀얼코어 프로세서가 장착된 아이폰5의 퍼포먼스는 아이폰4s에 비해 CPU와 GPU 성능이 두 배 정도 빠른 걸로 알려져 있다. 한 달 동안 기존에 사용하던 4s와 비교해 본 결과 사파리 웹 브라우징이나 카카오톡, 게임 등 어플 구동면에서 확실히 아이폰5가 4s보다 빠른 구동을 보여줬다.

하지만 아직까지 iOS의 주 기종은 아이폰4와 4s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아이폰5의 성능을 다 이끌어내는 게임이나 어플을 찾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기존에 비해 길어진 디스플레이 덕분에 어플 아이콘 한 줄이 추가되었으며 이 길어진 16×9비율의 4인치 디스플레이는 동영상 감상이나 뉴스 읽기, 트위터 등을 할 때 굉장히 편리하다.

특히 3.5인치 디스플레이를 쓴 4s이하 아이폰 유저들이 아이폰5의 디스플레이에 적응되면 기존의 아이폰을 다시 봤을 때 답답함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길어진 화면 때문에 아직 아이폰5에 최적화 되어있지 않은 어플의 경우 아이폰5로 구동할 때 위아래로 레터박스가 생겨 굉장히 어색하게 작동한다. 이것은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다. 트위터나 에버노트(evernote), 페이스북 같은 어플은 이미 아이폰5 최적화 패치가 됐지만 한국에 아직 들어오지 않은 이유로 대부분의 한국 어플들은 레터박스 상태로 구동해야한다.

뒷면 카메라는 4s와 같은 800만 화소를 탑재했지만 전체적인 성능 향상으로 좀 더 빠르게 촬영되며 부드럽게 연사가 된다. 또 이전까지 셀카를 찍는 사람들의 경우 후면 카메라에 비해 저조한 화질의 사진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지만 아이폰5는 전면 카메라가 전작에 비해 업그레이드 됐다. 파노라마 같은 기능은 같은 iOS 6.0을 쓰는 제품들도 동일하게 쓸 수 있지만 아이폰5만의 카메라 인터페이스가 따로 제공되는 것도 특징이다.

새로 추가된 악세사리인 이어팟(Earpod)과 라이트닝 커넥터는 평가가 갈릴 수밖에 없다. 새로 개발된 이어폰인 이어팟은 대체적으로 기존의 번들 이어폰보다 우수하다는 평가가 많은데 비해 라이트닝 커넥터는 평가가 다르다. 물론 기존에 비해 작아지고 앞 뒷면 구별이 사라진 편리함을 꼽을 수 있긴 하지만 그동안 독 스피커와 같은 각종 애플 악세사리를 쓰던 사람들에게는 기존 제품과 호환이 되지 않아서 큰 타격이다.

필자는 아이팟 나노와 아이패드2를 아이폰과 같이 사용 중인데 아이폰5만 커넥터가 달라서 여행이라도 가야하면 커넥터를 따로 챙겨야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게다가 바뀐 커넥터가 최신 USB 3.0을 지원하지 않는 것도 매우 아쉽다.

마지막으로 아이폰5의 문제라기보다는 iOS 6의 문제지만 iOS 6의 지도 서비스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한국에서는 이미 네이버맵스 같은 서드파티 맵스가 더 많이 사용되고 있긴 하지만 iOS의 애플맵스는 아직까지 갈 길이 요원하다 싶을 정도로 정보의 양이나 정확성면에서 기존에 쓰던 구글맵스에 비해 뒤떨어진다.

물론 iOS가 전 세계적으로 많이 쓰이는 플랫폼이고 지도 서비스는 많은 사용자의 피드백으로 완성되는 것이니 만큼 애플 맵스도 몇 년 지나면 구글에 못지않은 강력한 데이터를 갖게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장 몇 년이나 되는 기간 동안 형편없는 맵을 사용할 정도로 인내심이 강한 유저가 얼마나 될까 의심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 맵스와 라이트닝 커넥터의 호환성문제를 제외하면 아이폰5는 전체적으로 매우 매력적인 아이폰임에는 분명하다. 한국 소비자들이 이 제품을 집어 들었을 때 다들 움찔하고 놀라며 구입을 고려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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