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11월 13일 평화시장 재단사 전태일의 죽음으로 한국 사회 노동운동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972년 동일방직 여성노동자들은 민주노조를 지키기 위해 시위하던 중 회사 간부로부터 똥물세례를 받았다. 1979년 8월 YH무역 여성노동자 200여명은 사측의 공장폐쇄에 항의하며 신민당사에서 농성투쟁을 벌였다. 1984년 시인 박노해는 노동자의 눈물을 담아 <노동의 새벽>을 썼다. 1988년 노동자대투쟁과 민주노총 건설을 거치며 노동운동사는 이어졌다.

YH노조위원장 출신인 최순영 전 민주노동당 의원(현 부천친환경무상급식센터 운영위원장)은 12일 기자와 만나 치열했던 한국의 노동운동에도 불구, “박정희시대보다 지금이 노동운동을 하기엔 더 어려운 조건”이라고 말했다. 최 전 의원은 “1970년대 여공들은 중년으로 성장해 오늘날 비정규직과 저임금 노동자로 살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과거엔 공장에 모두 모여 있어 동료애가 강했지만 지금은 노동자들이 흩어져 있어 노조 조직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선거에선 과거사 논쟁과 단일화 논의로 노동이슈가 실종된 상황이다. 최순영 전 의원은 “고용주 마음대로 나가라면 나가고 월급을 적게 주는 것을 노동유연성이라 부르는 현재 한국 상황은 말이 안 된다”며 “대선후보들은 만날 모여 뜬구름 잡는 얘기만 하지 말고 양극화를 최소화하고 고용 없는 성장 문제를 해결하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차별을 없애는 구체적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1970년대 엄혹한 개발독재 시절 노동착취를 새롭게 인식하며 노동정책의 새 틀을 짜야 한다는 게 최순영 전 의원의 생각이다.

최 전 의원은 “차기 대통령은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처럼 정확한 정치철학이 있어야 할 것”이라 지적한 뒤 “국민 다수인 노동자를 대변하는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노동자 입장을 정확히 반영하며 1% 부자들에게 욕먹을 각오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전 의원은 이어 “참여정부의 노동·경제정책이 나빴기 때문에 경제를 살리라며 이명박이 대통령에 뽑혔다”며 “지금은 마치 참여정부가 잘했다는 척 넘어간다. 우린 너무 잘 잊는 것 같다”며 전면적인 새 판을 짜기 위해선 참여정부 정책의 과오도 정확히 짚어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자를 대변하는 대통령을 바라는 입장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반(反)노동적이라는 게 최 의원 생각이다. 최 전 의원은 “박근혜 후보가 제대로 ‘경제민주화’를 하고자 한다면 아버지 시대의 개발독재를 재평가해야 하는데 박 후보는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밝혔다. 최 전 의원은 이어 “박근혜 후보는 단 한 번도 여성노동자였던 적이 없었다”며 노동자를 대변할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적했다.

1970년대 여성노동자들이 접했던 TV와 신문에선 박정희와 박근혜가 경제발전의 주역으로 등장했고, ‘산업역군’이었던 노동자들은 착취 속에 폐렴으로 죽고 노조탄압으로 쫓겨났지만 일절 보도되지 않았다. 최 전 의원은 “여공들은 당시 박근혜를 보며 같은 세상을 살고 있는 여성이라는 동질감을 가질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2012년 현재에도 유효한 답변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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