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부터 국회의원회관 2층 로비에는 시사주간지 <시사IN>의 표지로 쓰였던 캐리돌 55점 가량이 전시되고 있다. 전시회는 18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캐리돌은 정치인이나 유명인사의 캐릭터 모형으로, 캐리커쳐와 인형의 합성어다. 캐리돌은 과거 시사저널과 시사IN의 표지모델로 독보적 역할을 해오며 예술작품으로서 호평까지 얻었다. 이 모든 게 양한모 미술팀장의 손에서 나왔다.

시사저널 창간멤버인 양한모 팀장은 20여 년 전 그림 위주의 표지에 재미가 없던 차에 캐리돌을 만들면 표지 경쟁력도 높이고 재밌겠다 싶어 제작에 들어갔다. 작업과정은 이렇다. 먼저 캐리커처를 그린 다음 이를 설계도 삼아 스티로폼을 깎는다. 스티로폼은 공사장에 굴러다니는 것을 이용한다. 스티로폼으로 골격을 만든 뒤 고무 찰흙으로 살을 입히고 채색에 들어간다. 캐리돌 하나를 만드는 데 보통 12시간, 길게는 사흘이 걸린다고 한다.


그의 캐리돌에는 이야기가 있다. 1994년 북한 핵 위기 당시 만들었던 클린턴 미국 대통령 캐리돌의 경우 콧잔등에 북한을 상징하는 모기를 앉혀놓고 모기를 망치로 때려야 하는 모습이 묘사됐다. 캐리돌 자체에 정치적 상황 묘사가 절묘하게 나타나 있는 것이다. 수개월 전 만든 박근혜 캐리돌의 경우 공주 옷을 입고 병든 한나라당 로고를 등에 업고 있는 모습이 한나라당 인사들에게 호평을 얻기도 했다.

캐리돌에는 제작 수칙이 있다. 우선 ‘큰 것은 크게 하고 작은 것은 작게 하는 기법’으로, 일반 캐리커쳐 제작 방식과 같다. 다음은 기사와의 호응이다. 양한모 팀장은 “캐리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묘한 표정 차다. 캐리돌의 표정이 표지이야기에서 담아내려는 콘셉트를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양한모 팀장과 함께 근무하는 허은선 시사IN 기자는 “캐리돌 제작과정을 보다보면 캐리돌 자체가 하나의 기사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단순히 외모를 닮은 인형 하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인형 하나에 현안이 농축돼 담기는 셈”이라고 전했다.

양한모 팀장은 “대선주자 캐리돌을 제작할 때는 국가의 미래를 더 멀리 보고 국민의 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도록 눈과 귀에 신경 썼다”며 “정치인들은 캐리돌을 통해 평소에 보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을 보기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금껏 공해와 소음을 참으며 사무실 책상을 아트리에로 허락해준 동료 기자들에게 고맙다”고 전했다. 캐리돌을 소장하고 싶은 독자가 있다면 시사IN에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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