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희씨는 남편의 피랍 소식을 전해들은 뒤 지금껏 매일을 눈물로 보냈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도 안 나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을 만나 웃고 떠들게 되는 스스로가 싫어서였다. 사람들 앞에서 괜찮은 척 할 수가 없었다. 최금선 여사 또한 아들을 걱정하는 마음에 일상을 버텨내기 어려웠다. 그래서 한 씨와 최 여사는 요즘 부쩍 성당에 가는 일이 많아졌다.
지난 12일 만난 한순희씨와 최금선 여사는 피랍사태를 해결하지 못한 정부를 강하게 불신하고 있었다. 한순희씨는 “진우선박(이상훈씨 고용업체)이 지난 4월 남편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알려줬다. 너무 마르고 안 된 모습이었는데, 영상은 몇 시간도 안 돼서 없어졌다”고 말했다. 정부에 의해 영상이 불법정보로 분류되며 한국서버가 차단됐기 때문이었다.
지난 10월 8일 기자회견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한 씨는 “전엔 남편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마음에 너무 답답하고 괴로웠다. 하지만 기자회견 이후 잠이 오게 됐다”고 말했다. 한 씨는 “그들을 위해 뭔가 할 수 있다는 게 우리에게도 위안”이라고 전했다. 또 기자회견 이후부터 일주일 간격으로 해적을 통해 남편과 1~2분 정도 통화를 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연락이 전혀 없었다.
기자회견 이후 가족들은 소말리아 잡혀있는 한국 선원 4명을 구출해달라는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3만 명의 서명을 모았다. 기자회견 이후 해적과 선사간의 협상 금액 가격차가 좁혀졌다. 하지만 한국 외교통상부는 여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가족들은 애가 탄다.
최금선 여사는 “아들만 생각하면 머리가 터질 것 같다. 종교가 아니면 못 산다. 종교로 많은 것을 참고 있다”고 말했다. 최 여사는 “아들이 배를 타고 있어서 아버지의 임종도 못 봤다. 그래서 나도 아들을 보고 눈을 감아야 한다. 아들이 올 때까지는 내가 살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다. 지금은 죽고 싶어도 눈을 감을 수 없다”며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한순희씨는 “남편은 건강을 묻자 ‘건강하겠냐’고 하더라. 죽지 못해 살고 있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가족들은 정부가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서라도 하루빨리 선원들을 구출해내기를 바라고 있다. 한순희 씨는 “정부를 믿고 지금껏 시키는 대로 다 했는데 그 결과가 뭐냐”고 꼬집은 뒤 “오로지 해적이 원하는 것은 돈이다. 선박회사는 돈이 없다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는 임기가 끝날 때까지 조용히 날짜만 가길 바라고 있는 것 같다”며 빠른 대응을 요구했다.
피랍 선원 가족들은 쉽게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다. 가족들은 앞으로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해나갈 예정이다. 한 씨는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대선후보에게 제미니호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