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수 세계일보 사장이 미인가 대학을 나왔으나 인가받은 대학을 나온 것처럼 학력을 기재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연합뉴스 인명사전 및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병수 사장은 1984년 영국 클레이튼 대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나와 있지만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현재 영국에 ‘클레이튼 대학’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영국 교육부가 최근 미디어오늘에 보내온 이메일 공식답변에 따르면, 영국 교육부는 “영국에 클레이튼 대학(Clayton University)은 없다”고 밝혔다. 이밖에 영국에 위치한 클레이튼 대학을 찾기 위해 위키피디아 등을 이용해 검색에 나섰으나 찾을 수 없었다. 영국유학원 관계자는 “클레이튼 대학은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측은 23일 “클레이튼 대학은 외국인유학생 대상의 미인가 대학으로 운영되다 1989년 학교가 폐교되며 공식적 자료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세계일보 비서팀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클레이튼 대학은 본교가 미국 세인트루이스에 있었으며 김 사장은 클레이튼 대학의 영국 분교인 런던 캠퍼스를 1987년 3월 졸업했다. 이는 1984년 졸업했다는 기존 보도 내용과도 다르다.

또 미인가 대학일 경우 학사학위를 받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김 사장은 각종 인물정보 등에 미인가 대학이라는 것을 밝히지 않았다. 김 사장은 연합뉴스 인물정보에 1984년 클레이튼대학교 경영학 학사를 받았다고 기재했다.

비서팀은 “런던 캠퍼스는 1980년대 영국 런던 그리니치빌리지에 있었다”고 전한 뒤 “합법적 교육기관이지만 미인가 대학이었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측에 따르면 클레이튼 대학은 1980년대 있었던 원격강의대학에 불과하며 현재는 본교마저 없어져서 학교를 다닌 사실을 증명할 길이 없다.

비서팀 관계자는 “본교가 문 닫은 후 성적자료 등을 관리하던 레이 체시라는 이가 사망해 남은 자료까지 유실됐다. (김 사장이) 영국에서 졸업한 건 맞다”고 전했다. 비서팀은 공식 해명자료에서 레이 체시를 “학위장사꾼”으로 설명했다. 비서팀은 “김 사장이 학위를 샀는지, 학교를 다녔는지는 우리도 확인할 길이 없다”고 밝혔다.

김 사장이 졸업했다고 주장하는 클레이튼 대학이 ‘학위장사’를 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일본 언론사 FNN(Fuji News Network)의 보도에 따르면 클레이튼 대학은 대금을 지불하면 단기간에 학위증을 취득할 수 있어 일본사회 내에서도 비판을 받았다. FNN은 “루이지애나주 당국에서는 이 학교를 대학으로 인가하지 않고 있으며 학위는 가짜”라고 밝혔다.

주한 영국대사관 관계자도 “영국엔 클레이튼 대학이 없고 미국에 클레이튼 대학(본교)이 있기는 한데 학위를 장사하는 곳으로 보인다”며 “영국 교육 인증협회에서 정식으로 인증해주는 대학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세계일보의 한 관계자는 “사내에서 여러 차례 학력을 두고 말이 나왔었다. 졸업장은 얼마든지 위조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김병수 사장은 올해 2월 강원대 관광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최근 이력서에 클레이튼 대학 졸업 부분은 빠졌다.

이에 대해 김병수 세계일보 사장은 2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비서팀이 밝힌 내용 그대로”라며 “돈도 없던 어려운 시절에 제3국민을 대상으로 한 대학이 있어 학위를 받았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돈을 주고 학위를 샀느냐는 질문에 “돈을 주고 산 적은 없다”며 “그 당시에는 (학위 장사가) 많이 있었다. 그런 관행이 잘못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많은 반성을 하고 있다. 겸허하게 비판을 받아들이고 새 삶을 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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