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의 ‘MBC 자산 매각 모의’는 선거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18일 정수장학회의 언론사 자산 매각 모의 문제점을 진단하는 토론회 자리에서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정수장학회 소유 MBC지분 매각 추진은 특정 정당의 대통령 후보를 간접적으로 지원하려는 의도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한겨레가 최근 공개한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 등의 대화록에 따르면, 정수장학회는 MBC·부산일보 주식매각 선언 기자회견을 오는 19일로 잡고 있었다. 최진봉 교수는 “반값등록금사업의 실제 이행시기는 대선 후인 내년 초로 잡혀있었다”며 “대선 때는 팔수도 없는 물건인데 특정후보의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시키려 대선 기간 중 이벤트를 준비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이들의 계획대로 19일 기자회견이 성사됐다면 박근혜 후보는 정수장학회 논란에서 벗어나고 장학사업 확대에 따른 우호적 이미지까지 쌓을 수 있게 돼 기자회견의 최대 수혜자가 됐을 것”이라 분석했다. 최 교수는 “이 같은 간접 선거지원은 지금의 MBC를 공영방송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중대한 문제”라고 비판하며 “이번 계획은 명백히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최진봉 교수는 이어 “MBC주식 30%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쿠데타로 강탈한 장물이기 때문에 정수장학회가 단돈 10원도 출자한 적이 없는 장물을 자기 것인 양 팔아치우는 것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으로 김재철 사장과 경영진이 추진하려 했던 MBC 민영화의 경우 △MBC 노조 무력화 △자본에 의한 방송통제 추구라는 배경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정수장학회와 함께 주식 매각을 모의했던 현 MBC 경영진에 대한 날선 비판이 이어졌다. 정영하 MBC노조위원장은 “방송문화진흥회의 여야 6대 3 구도가 무너진 상황을 확인한 김재철 사장이 자신의 거취가 위태위태하다고 느껴 무리한 민영화 카드를 꺼내든 것 같다”고 주장했다.

정영하 노조위원장은 이어 “이번 매각 모의는 (김재철 사장이 방문진에서 밝힌 것처럼) 이진숙 본부장 개인의 월권에서 이뤄진 것이 절대 아니다”라며 “김 사장이 최근 베트남 출장을 떠나면서 방문진 표결을 붙이면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해 정수장학회에 사람을 보낸 것 같다”고 말했다.

박래부 새언론포럼 회장 또한 이번 사태를 두고 “김재철 사장이 자리를 보존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 같다. 박근혜 후보에게 공을 세워서 나중에 보상을 받으려 했던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최진봉 교수는 “(이번 일은) 공영방송 간부들이 공영방송의무를 내던진 상식 이하의 행동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 뒤 “현 경영진이 얼마나 권력 지향적인지를 보여준 사례”라고 비판했다.

이강택 언론노조위원장은 “정수장학회가 갖고 있던 MBC 30% 지분은 정수장학회의 실소유주인 박근혜 후보로 인해 점점 그 의미가 커지고 있었다”며 “MBC에 대한 박 후보의 영향력은 최근 들어 최필립 이사장과 김재철 사장이 한 몸처럼 다닌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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