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노컷뉴스의 ‘쿨 유리 사망’ 오보 사건은 취재 기자가 사망자가 후송된 병원까지 찾아가 취재했음에도 사망자 신원을 착각해 낸 오보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노컷뉴스는 어제 17일 오전 7시12분 기사 <그룹 쿨 멤버 유리, 17일 사망(1보)>에서 “그룹 쿨의 멤버 유리(35·차현옥)가 17일,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노컷뉴스는 그 뒤 추가 기사에서 “노컷뉴스 취재 결과 유리는 17일 새벽, 서울 강남의 한 주점에서 룰라 출신 채리나와 지인들과 함께 모임을 가지던 중 다른 손님들과 시비가 붙어 폭행을 당해 중상을 입었다”며 “유리는 사고 직후 서울 한남동 순천향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노컷뉴스는 이어 “순천향병원에는 소식을 들은 유리의 지인들이 속속 모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유리의 한 측근은 ‘이런 사건이 처음이라 경황이 없다’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라고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전했다. 
 
하지만 노컷뉴스의 기사는 20여분 뒤 오보로 밝혀졌다. 이투데이는 오전 7시38분 <[단독] 쿨 유리 사망 오보인 것으로 밝혀져(1보)>에서 “쿨 유리 사망 소식이 오보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17일 이투데이가 소속사 측에 확인 결과 유리 본인과 통화했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하근찬 CBS 문화체육부장은 17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취재기자가 믿을만한 SBS 연예담당 PD로부터 제보를 받고 그 PD와 함께 새벽 4시 반에 순천향병원으로 가서 현장 취재했다”고 취재 경위를 밝혔다. 
 
하 국장은 “취재기자가 그곳에 있던 119 구급대원에게 ‘유리가 사망했느냐’고 물었더니 대원이 ‘사망한 게 맞다’로 이야기했다”면서 “아마도 구급대원은 ‘죽음’에 방점을 찍고 그와 같이 대답했고, ‘유리’에 방점을 찍고 있었던 취재기자는 구급대원의 대답을 ‘유리가 사망했다’란 의미로 착각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당시 경황이 없다보니 취재기자와 119구급대원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오류가 생겼다는 것이다.
 
하 국장에 따르면 취재기자는 현장에 있던 배우 공형진에게도 “유리가 사망했느냐”고 물었고 공형진 역시 ‘그렇다’는 취지로 답했지만 여기에서도 119 구급대원과의 비슷한 오류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하 국장은 “기사에 나오는 ‘유리의 한 측근’은 공형진씨로 (지금 생각해보면) 유리의 측근이 아니라 처제의 일 때문에 현장에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사망한 강아무개씨는 혼성그룹 쿨의 멤버인 김성수의 전 부인이자 공형진의 처제다. 
 
하 국장은 이어 “취재 기자가 오보를 했긴 하지만 새벽 4시 반부터 나가서 의욕적으로 취재한 것”이라며 “일단 즉시 잘못을 시인해 기사를 내렸고 온라인과 SNS를 통해 정정보도문을 냈다”고 말했다. 
 
하 국장은 “유리씨에게 심적 고통을 끼친 것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하고, 악의를 가지고 해한 것은 아니었다”며 “팩트 확인이 부실했다는 것을 궁극적으로 맞는 이야기지만 믿을만한 방송국 피디로부터 제보를 받았건 것도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권혁주 노컷뉴스 편집부장도 “현장 취재를 했지만 취재를 덜 했던 부분도 있었다”며 “취재 기자가 (취재 내용에 대해) 확신에 차면 실수를 할 수 있다. 우리도 깜짝 놀랐다”라고 말했다. 김진오 CBS 보도국장도 “유리씨와 관계자에게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컷뉴스는 CBS가 설립하고 운영하는 뉴스 전문 인터넷 포털사이트다. 
 
한편, 사망한 여성은 김성수의 전 부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새벽 2시께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술집에서 지인 4명과 술을 마시던 강아무개씨가 옆 테이블에 있던 제아무개씨와 말싸움을 하다가 제씨가 휘두른 흉기에 옆구리 등을 찔려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사망한 여성의 신원이 쿨의 유리가 아닌 김성수의 전처인 것으로 밝혀지자 노컷뉴스는 오전 9시26분 오보에 대한 정정보도문을 냈다. 노컷뉴스는 ‘사실 확인 결과 사망자는 쿨의 멤버 김성수 씨의 전 부인으로 밝혀져 이를 바로 잡습니다. 사실 확인을 소홀히 해 유리 씨에게 심적 고통을 드리고 독자들께도 혼란을 끼쳐드린 것에 대해 정중히 사과드립니다’라고 밝혔다.  
 
쿨 유리의 소속사 WS엔터테인먼트는 이날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어떻게 이런 사망기사를 소속사에 확인 전화 한 통 없이 내실 수 있는지 담당자로써 너무 가슴이 답답하고 아프다”며 “전화 한 통만 주셨어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WS엔터테인먼트는 “이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닌 명백한 명예 훼손이며 살인과도 같은 무서운 일이며, 확인 없이 최초 보도한 기자에 대해서는 생명을 다룬 중요한 일이니만큼 강력 대응할 것”이라면서 “한 사람의 목숨을 어떻게 확인 절차 없이 이렇게 기사 한 줄로 죽이실 수 있는지 해당 매체는 조속한 정정기사 및 명확한 입장을 밝혀주시길 바라며 앞으로도 이런 피해자가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강남경찰서 백대현 홍보팀장은 “강남경찰서에서 유리가 사망했다고 확인해준 적이 없다”며 ‘CBS 기자가 확인 전화를 했느냐’라고 묻자 “언론사의 문제여서 말하기가 곤란하다. 대신 앞의 말로 갈음한다”고 답변했다. 이에 CBS 하 국장은 “연예인의 죽음이면 경찰서에서 확인을 잘 해주지 않으니 우선 구급대원과 공형진씨에게 확인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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