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MBC 사장이 저녁 9시 뉴스데스크를 한 시간 앞당겨 8시에 편성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반발이 커지고 있다.

김 사장은 15일 임원회의에서 11월 5일부터 평일 뉴스데스크를 저녁 9시에서 8시로 옮기라고 지시했다. 뉴스데스크의 편성 시간 변경은 42년만의 일이다.

MBC 보도 간판 프로그램인 뉴스데스크는 ‘9시 뉴스데스크’로 인식될만큼 저녁 9시 방송 시간은 상징성이 컸다. 하지만 김 사장은 임원회의에서 단 한번의 지시로 뉴스 시간대 변경을 목전에 두고 있는 것이다.

MBC 노조에 따르면 15일 오전까지만 해도 황용구 보도국장이 “평일 뉴스데스크를 8시로 옮기는 방안에 대해 각자 생각해보라”고 했지만 오후 회의에는 “다음달 5일부터 8시로 옮기는 것으로 확정됐다”고 통보했다.

MBC 노조에 따르면 김 사장은 지난주 워크샵에 참석해 ‘시청자들의 뉴스 시청 패턴이 많이 달라졌다. 8시로 옮기는 방안을 생각해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MBC 편성국도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냈다. MBC 노조는 윤길용 편성국장이 15일 “정식으로 통보받은 것은 오늘”이라며 “SBS처럼 편성할 것인지, MBC만의 독특한 편성을 내세울 것인지는 고민해 봐야 한다”고 토로했다고 전했다.

MBC는 지난 8일에도 평일 낮과 저녁뉴스를 강화한다면서 오전 5시, 오후 2시, 오후 3시, 오후 5시에 정시뉴스를 신설하고 기존 뉴스는 확대해 매주 370분가량 뉴스시간이 증가하는 가을개편안을 단행한 바 있다.

MBC는 가을개편안에 대해 “낮 시간대 뉴스의 정시성 강화와 주요 뉴스의 편성시간 확대는 시청자들에 한 발 다가서는 뉴스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시청자들이 MBC채널에 대하여 안정감과 신뢰성을 갖게 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MBC 경영진이 가을개편안을 시작으로 뉴스데스크의 시간까지 변경하게 된 것은 좀처럼 오르지 않은 뉴스 시청률 때문이다.

지난 7월 노조의 업무 복귀 이후 시청률 상승을 기대했지만 드라마 부문에서 시청률이 올랐을 뿐 보도부문에서 지상파 3사 중 꼴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MBC 뉴스 시청률은 KBS 뉴스의 3분의 1, SBS 뉴스의 절반으로 떨어진 추이로 굳어지고 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꼴찌를 기록하고 있는 MBC 뉴스 시청률이 단골 소재로 떠오르기도 했다.

MBC 노조는 공정성 및 신뢰성에 타격을 받았는데 뉴스 시간을 확대하고 시간을 변경한다고 해서 하루 아침에 시청률이 오를 것이라는 것은 희망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뉴스데스크를 저녁 8시로 옮길 경우 시청률이 떨어진다는 편성국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와 있어 뉴스 편성 시간 변경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뉴스데스크 시간대 이동은 과거에도 논의됐지만 내부 의견 수렴 과정에서 밤 9시 메인뉴스가 갖는 상징성과 정통성, 시청률 문제 등을 이유로 추진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MBC 노조는 “지금 MBC 뉴스의 시청률이 바닥을 치는 건 뉴스데스크가 조선일보를 넘어 빅뉴스와 뉴데일리와 같은 극우 매체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편파적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MBC 기자회도 “파업 기간 김재철에 동조하는 기자들과 임시 대체인력으로 투입된 시용기자들이 생산한 저질 뉴스로 MBC 뉴스는 이미 버림받았고, 업무 복귀 이후에도 정치부는 연일 낯 뜨거운 편파 보도를 쏟아내며 시청자들의 외면을 자초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가?”라고 비난했다.

메인 뉴스 프로그램 SBS 8시 뉴스는 불가피하게 MBC 뉴스데스크와 일대일로 맞붙게 됐지만 큰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다.

양철훈 SBS 편집국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미 MBC는 주말에 8시 뉴스로 내려와서 같은 시간대에 충분히 경쟁해서 방송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특별히 큰 변화가 일어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례로 지난 14일 주말 MBC 뉴스데스크 시청률은 4.6%를 기록한 반면 SBS 8시 뉴스는 11.5%를 기록해 큰 차이를 보였다.

양 국장은 “평일 뉴스데스크가 내려오는 상황 변화가 불리한 부분도 있을 테지만 우리 뉴스는 타사 드라마하고 경쟁을 해왔다”면서 “우리 나름대로 스탠스와 편집 방향대로 뉴스를 하게 되면 평가는 시청자들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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