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매체신뢰도가 지난 2년 사이 3분의 1수준으로 급감했다. 2년 전 김재철 사장이 취임한 뒤 두 차례의 장기파업을 겪으며 나타난 결과다. 

시사주간지 시사IN은 266호에서 창간 5주년을 맞아 주요 대선주자 및 언론매체의 신뢰도와 불신도를 조사했다. 언론 매체 중 가장 신뢰하는 곳(1순위 응답 기준)은 KBS(20.7%)가 꼽혔다. KBS는 전통적으로 신뢰도가 높았다. 다음으로는 한겨레(13.5%), 조선일보(9.4%), YTN(8.9%), MBC(6.9%) 순이었다.

시사인은 “이번 조사에서 두드러진 변화는 MBC의 신뢰도 저하 현상”이라고 지적하며 “2010년 조사에서 ‘MBC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18.0%였던 것에 비해 이번 조사에서는 6.1%로 신뢰도가 3분의 1토막 났다”고 전했다.

2년 전 MBC의 주요 변화는 김재철 사장 취임이었다. 당시 김 사장은 공정보도를 장담했으나 약속을 지키지 않아 당시 노동조합(위원장 이근행)이 39일 파업을 벌였다. 하지만 김 사장은 이근행 위원장을 해고하고 그해 말 <후 플러스>와 와 같은 시사프로그램을 폐지시키고, ‘4대강 수심 6mm의 비밀’편을 불방 시키는가하면 최승호 PD를 비롯한 베테랑 PD들을 타 부서로 내쫓았다.

지난 2년은 제작 자율성을 침해하며 보도통제 논란을 불러일으킨 시간들이었던 것이다. 결국 올해 1월 초 여당편향적인 보도를 참지 못한 기자들이 제작거부에 나섰고, 이윽고 1월 30일 MBC노동조합이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170일간 김 사장의 숱한 부당경영 의혹과 불공정보도 사례를 지적했으나 김재철 사장은 끝내 물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현 경영진은 파업이 끝난 뒤 파업 참가조합원을 징계하고 굴욕적인 재교육을 시키는가하면 작가들을 집단 해고하는 등 MBC의 불공정성 논란을 증폭시켰다. 이 같은 경영진의 태도를 2년 간 바라본 결과 시청자의 신뢰가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MBC의 신뢰도 하락은 ‘가장 신뢰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묻는 질문에서도 나타났다. MBC <뉴스데스크>는 참여정부시절이던 2007년 신뢰도가 14.7%였지만 2012년엔 5.8%, 은 2010년11.8%에서 2012년 2.3%로 곤두박질쳤다. 공정성을 담보하는 간판 프로그램들이 믿을 수 없는 수준으로 신뢰가 추락한 것이다.

한편 가장 불신하는 언론매체로는 조선일보(26.2%)가 꼽혔다. 이어 한겨레(9.4%), MBC(8.5%), 오마이뉴스(4.5%)가 뒤를 이었다. 가장 신뢰하는 언론인에는 손석희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뽑혔다. 손 교수는 17.4%로 신뢰하는 언론인 1위에 올랐다. 이어 방송인 김제동(1.1%), 주진우 시사IN 기자(0.8%)가 뒤를 이었다. ‘모름/무응답’은 66.8%로 제일 많았다. 김제동을 언론인으로 신뢰한다는 응답이 1% 이상 나온 점이 상징적이다.

이번 여론결과를 두고 이희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언론계 종사자가 아닌 일반인들조차 김재철 사장 체제하에서 MBC방송의 신뢰도가 급감한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는 것”이라 지적한 뒤 “MBC의 편파보도 행태와 함께 김재철 사장이 여전히 MBC를 장악하고 있는 것이 시민들의 냉정한 평가로 돌아온 것”이라 비판했다.

가장 신뢰하는 대선주자로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38.1%)가 가장 높았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26.2%)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27.3%)는 비슷한 수준으로 조사됐다. 박 후보는 가장 불신하는 대선주자에도 1위로 이름을 올렸다. 박 후보는 35.8%, 다음으로 안철수 후보(25.4%), 문재인 후보(13.2%) 순이다. 시사인은 “박 후보의 불신도는 2007년 3.1%, 2009년 6.5%, 2010년 3.2%에 불과했다가 이번에 35.8%로 폭증했다”고 전했다.

이번 조사는 미디어리서치에 의뢰, 10월 6일~7일 양일간 전국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임의걸기(RDD) 방식으로 전화면접조사를 했으며,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는 ±3.1%p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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