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11일 <정수장학회 문제, 박근혜가 적극 나서라>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고 “정수장학회 문제가 이번 대선을 계기로 국민 눈높이에서 해결돼야 한다”며 사실상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 사퇴와 정수장학회 사회환원을 주장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중앙은 “대선은 법으로도 어쩔 수 없어 미해결의 장으로 남아 있는 문제가 풀리는 공간”이라며 “박 후보는 ‘법적으로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형식논리에서 벗어나 팔을 걷어붙이고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주장은 지난 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국정감사 자리에서 나온 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의 발언이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민주통합당 유승희 의원은 이날 신문을 경영하는 법인이 지상파 방송사 주식의 10% 이상을 소유할 수 없다는 방송법 규정을 근거로 부산일보 주식 100%를 소유하고 있는 정수장학회가 방송법 위반 사례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계철 위원장은 이에 대해 “정수장학회가 MBC의 지분 30%를 소유하는 건 현행 방송법상 위법이지만 방송법 개정이 12년 전에 이뤄졌으므로 50년 전에 설립된 정수장학회에 소급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앙일보는 11일 사설에서 이 같은 사실을 언급하며 “소급적용이 어렵다는 전제는 달았지만 정수장학회가 위법상태인 건 엄연하다”라며 “박근혜 후보와 최필립 이사장은 이런 문제제기를 계기로 정수장학회의 실체적인 문제를 털고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은 “최 이사장은 자리에서 물러나 장학회에서 ‘박정희 그림자’ 혹은 ‘박근혜 정치색’을 완전히 빼는 토대를 닦아야 하고 장학회는 박정희의 정(正)자와 육영수의 수(修)자를 조합해 만든 ‘정수’라는 이름을 바꿔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국민장학재단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밝혔다.

중앙은 또 “박근혜 후보는 1995~2005년까지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맡았고, 후임으로 최필립 이사장을 사실상 지명했기에 장학회 문제를 풀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주장은 민주당과 언론노조, 언론시민단체 등이 수년 간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정수장학회 해결 논의와 일치한다. 이는 박 후보의 아킬레스건으로 평가받는 정수장학회 사회 환원 주장에 중앙이 사실상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해당 이슈에 대한 보수언론의 기존 입장과 비교해볼 때 이전과는 파격적인 입장 전환이라고 볼 수 있다.

중앙일보는 “정수장학회는 5·16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대통령이 지금은 고인이 된 김지태씨를 부정축재자로 몰아 그의 소유였던 부일장학회를 강제 헌납받아 세운 재단”이라고 지적하며 “박 후보는 5·16이 헌법가치를 훼손했다고 사과한 마당 아닌가. 그렇다면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고 역사관 표명의 후속조치로 정수장학회 문제를 하루바삐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2007년 참여정부 과거사정리위원회는 ”국가가 공권력의 강요로 발생한 재산권 침해에 사과하고 명예회복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발표했고, 2012년 법원도 김지태씨의 유가족이 낸 재산 반환 소송에서 “시효가 지나 재산반환은 안 되지만 국가 강압에 의한 강제헌납이 있었다”고 판결했다.

중앙은 “2007년 이후 행정부와 사법부가 차례로 불법성을 확인함으로써 형성된 국민적 공감대는 정수장학회를 유족의 품에 돌려주기 어렵다면 최소한 박정희 대통령의 유족과 친지의 영향력이라도 제거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산이 250억원이 넘는 알토란같은 (정수)재단을 하루아침에 넘기고 싶지 않아 그럴 테지만 부당한 것으로 밝혀진 자산에 언제까지 그렇게 집착할 것인가”라며 박근혜 후보를 겨냥해 비판했다.

이어 “한 번 설득으로 안 되면 두 번, 세 번 설득하고 주변 인맥을 최대한 동원해 최필립 이사장의 올바른 선택을 유도해야 할 것”이라며 최 이사장의 사퇴 역시 촉구했다.

이 같은 중앙일보의 입장은 최근 박근혜 후보가 지지율 하락과 당내 갈등 등으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버지 시대’에 대한 사과를 구체적 ‘행동’으로 보여줘야 지지율 회복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