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10월 17일, 박정희는 ‘유신’이란 야만의 시대를 시작했다. 이날 광화문에는 탱크가 들어왔고, 군인들은 총검을 차고 거리를 활보했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오늘 유신독재의 기억을 복원하는 영화 <유신의 추억>(부제: 다카키 마사오의 전성시대)이 10월 말 개봉한다. 다카키 마사오는 박정희의 창씨개명이다. 

9일 오전 서울 광화문 인디스페이스 독립영화관에서 한완상 전 부총리와 영화제작사 김학민 M2픽처스 대표,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이정황 감독 등이 참석한 가운데 <유신의 추억>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지난 8월 초 촬영에 돌입해 제작된 영화는 오는 23일 국회에서 시사회를 열 예정이다.

한홍구 교수는 이날 “학생들에게 이 영화를 ‘따님만 모르는 아버지 이야기’라고 소개했다”고 말한 뒤 “한국은 동일인(박정희)에 의해 두 번이나 주권이 유린당한 불행한 나라”라고 밝혔다. 한 교수는 “한국은 유신이란 집을 역사적으로 때려 부수지 못한 채 박정희 경호원(전두환, 노태우)들이 국가를 통치하며 여기까지 왔다. 이제는 우리에게 기억되는 유신을 부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한완상 전 부총리는 “기억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다. 기억은 해석이다. 기억이 정확히 해석되지 않으면 현실은 불행해진다”고 말한 뒤 “정확하게 역사를 해석하지 못하는 사람이 또다시 불행한 역사를 반복할 것 같아 걱정”이라며 우회적으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비판했다. 그는 “2012년 12월에 새 역사를 써야 한다”며 시민들이 영화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유신의 추억>은 1970년대 초 박정희 정권 시절부터 10월 유신 선포 직후 박정희가 민주헌정질서를 파괴하는 과정부터 긴급조치 1~9호에서 자행된 탄압과정들을 기록필름과 관계자 증언으로 생생하게 전달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역사증언 인사로는 김지하 시인, 백기완 선생, 서중석 교수, 유인태 국회의원, 이부영 전 동아일보 기자, 최순영 전 민주노동당 의원 등이다.


영화는 유신체제 몰락의 직접적 원인이 된 부마항쟁과 YH사건도 조명하는 한편 장준하 선생의 죽음과 그의 생애를 박정희와 비교한다. 에필로그에서는 유신독재 희생자들의 혼을 달래는 ‘넋풀이 춤’이 등장한다. 또 영화는 유신시절 대법원 판결 18시간 만에 사형당한 인혁당 관련자 8명을 기리기 위해 그들이 사형된 1975년 4월 9일을 기념해 런닝타임을 75분 49초로 맞췄다. 이정황 감독은 “이런 영화를 만들게 되어서 영광”이라고 밝혔다. 

<유신의 추억>은 유신이 시작된 날인 10월 17일을 기념해 1017명의 제작위원을 모집하고 있다. 정연주 전 KBS 사장과 조국 서울대 교수, 신경림 시인 등 4백여 명이 제작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제작비는 국민후원금으로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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