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2011~2012년 정수장학회에 대한 기부금 액수를 40% 가까이 늘렸으며 정수장학회는 이 늘어난 금액을 이용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소개하는 출판 사업에 지원한 사실이 확인됐다.

배재정 민주통합당 의원이 방송문화진흥회로부터 입수한 정수장학회 결산 자료와 정수장학회 이사회 회의록 등에 따르면 MBC는 지난해 기부금을 전년 20억 원보다 1억5000만 원 올라간 21억5000만 원으로 늘렸다. 정수장학회는 늘어난 예산 가운데 1억 원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진집 발간 사업에 지원했다. 

MBC는 파업 기간중이던 지난 5월 2일 이사회에서 2012년 정수장학회 기부금을 전년대비 6억 원이나 올린 27억5000만 원으로 책정하기도 했다. MBC는 MBC지분의 30%를 소유하고 있는 정수장학회에 매년 기부금 명목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2004부터 2010년까지는 해마다 20억 원을 지급해왔는데 2010년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2년 만에 지원금액이 7억5000만 원이나 올라갔다.

이 때문에 김재철 MBC사장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에게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로비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공영방송 MBC의 정수장학회 기부금 규모가 이례적으로 증가하고, 이 가운데 일부가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에 쓰인 사실은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정수장학회 지원금으로 발간될 예정인 사진집은 <사진과 함께 읽는 대통령 박정희>(가칭)이다. 이 책은 각 언론사와 정부기관, 장학회가 보유한 희귀 사진을 찾아내 박 전 대통령의 발자취를 시대별로 정리할 예정으로, 양장본과 보급판 2종이 출간된다. 기파랑은 지난해엔 <사진과 함께 읽는 대통령 이승만>도 출판했다. 사진집을 준비중인 기파랑출판사의 안병훈 대표는 2007년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지냈으며, 조선일보 편집인과 방일영문화재단 이사장을 지냈다. 사진집은 이르면 11월 중 발간될 예정이다.  

지난해 9월 21일 열린 정수장학회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은 “내년 재단 창립 50주년을 맞이해 설립자인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을 구상하고 있던 중 기파랑에서 박 대통령의 일생을 조명하는 사진집을 출판하겠다며 정수장학회에 1억5000만 원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에 김덕순 이사는 “박정희 시대를 경험하지 못한 젊은이에게 설립자의 업적을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지원을 찬성했다. 

하지만 MBC의 기부금 증액은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용마 MBC 노동조합 홍보국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김재철 사장이 이명박 대통령쪽과는 대단히 잘 아는데 친박과는 끈이 없어서 최필립 이사장을 통해 지속적으로 (친박과)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이번 기부금 증액은 “친박에 줄을 대기 위한 포석”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김 사장은 재임 기간 중 수차례나 최필립 이사장과 해외출장을 함께 다녀왔으며, 오는 11월에도 일정이 잡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1995~2005년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지냈다. 현 이사장인 최필립씨는 박정희 정권시절 공보비서관 출신으로 박 후보의 측근이다. 

배재정 민주당 의원은 “김재철 사장은 적어도 MBC 이사회 이전에 안병훈 기파랑 대표 또는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으로부터 출판사업과 관련해 지원 요청을 받고 이에 따라 (2011년) 1억5000만 원을 더 정수장학회 기부금으로 책정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한편 MBC 사측은 정수장학회 기부금 증액사유를 묻는 배재정 의원실의 질의에 대해 “영업이익 증가 등을 고려해 증액한 것이며, 구체적 사유는 경영 비밀”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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