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친박계 인사와 중당선대위 핵심 관계자들이 골프회동을 하다 경인일보 취재팀을 확인하고 라운딩을 중단, 자리를 떠나는 일이 벌어졌다.

경인일보 4일자 4면 기사에 따르면 새누리당 선대위 등에 참여 중인 현역 의원 10명은 3일 오후 안산의 J골프장에서 3개 조로 나눠 골프를 쳤으며, 이 장면이 경인일보 취재팀에 단독으로 포착됐다.

친박계 핵심인 김태환 새누리당 의원이 마련한 것으로 알려진 이날 모임에선 유기준 최고위원, 남경필 의원, 공보기획단에 소속된 홍지만·서용교 의원,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실무단장인 이종훈·강석훈 의원, 황영철 새누리당 대표비서실장, 주호영·윤재옥, 무소속 문대성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날 김태환 의원은 지방 일정으로 불참했다. 

경인일보는 “첫 번째 홀티업 직후 경인일보 취재팀이 취재에 나서자 이를 눈치챈 의원들이 1시간 여 만인 2시50분께 라운딩을 중도에 포기하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고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이들은 클럽하우스 2층 룸에 만찬을 예약해 둔 상태였다. 한 의원은 “의원들과 화합을 다지기 위하 두 달 전에 예정된 모임이었다”고 해명했다.

기사를 쓴 김대현 경인일보 기자는 4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의원들이 라운딩을 시작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다 걸려서 명함을 주고 받게 됐다. 의원들은 라운딩을 나갔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홀이 바뀌는 중간에서 다들 돌아왔다. 캐디에게 물어봤더니 거의 골프는 치지 않고 얘기만 하다가 들어왔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김 기자는 “이 기사로 새누리당 당직자로 추정되는 분에게 항의전화도 받았다”며 “당당하게 칠 수 있는 모임이었다면 당당하게 라운딩을 마칠 수 있었는데 의원들이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4일 국회 브리핑에서 “문제는 (의원들이) 기자가 취재에 나서니 곧바로 라운딩을 취소하고 그만뒀다는 것”이라며 “골프치는 게 큰 죄는 아닌데 왜 서둘러 마쳤는지 회동의 숨은 뜻이 무엇인지 궁금할 따름”이라고 꼬집었다. 박 대변인은 이어 “박근혜 후보가 지지율 하락을 만회하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추석 민심잡기 총력전을 당부한 지 하루 만에 골프 회동을 했다니 민생고에 팍팍한 서민들이 좋게 볼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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