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는 지난 9월 28일 1면 기사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전하며 달라진 부산민심을 전했다. 전국 9개 유력 지방신문사로 구성된 한국지방신문협회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KM조사연구소에 의뢰해 18대 대선후보 지지도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21~25일 전국 성인 남녀 4006명을 대상으로 임의전화걸기(RDD)를 활용한 전화면접(신뢰수준 95%, 표본오차 ±1.5%포인트)을 통해 이뤄졌다.
부산 유권자들은 이번 조사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52.5%,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게 18.7%, 안철수 무소속 후보에게 25.5%의 지지를 보냈다. 부산일보는 이를 두고 “박 후보가 과반을 넘기긴 했지만 야권후보 지지도가 44.2%나 돼 텃밭으로 보기는 어려운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같은 조사에서 경남지역은 박 후보 47.7%, 문 후보 24.0%, 안 후보 23.7%로 나타났다. 박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부산보다 더 낮게 나타난 것이다. 대구에서도 박 후보는 56.1%를 얻는데 그쳤다.
영남일보는 4일자 1면 기사에서 이 같은 결과를 언급하며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한 이후 서울은 박 후보 쪽에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지적한 뒤 “서울에 이어 부산이 흔들리며 대한민국 넘버 1·2의 도시가 야권에 함락된다면 18대 대선은 (박 후보가) 도저히 이길 수 없다”고 진단했다.
조선일보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10월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근혜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양자대결에서 서울 유권자의 40.6%가 박 후보를 지지하고 51.3%가 안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유권자는 830만 명으로 전국대비 20.9%다. 2대 도시 부산의 유권자는 290만명(7.2%)이다.
영남일보는 “부산은 2002년 대선에서 고향 출신인 노무현 후보에게 29%의 지지를 보내는데 그쳤다”며 현재 부산민심을 두고 “완전히 반전이라 할 만하다”고 전했다. 영남일보는 “부산의 표심 이동은 박 후보로서는 전통적으로 격차를 늘렸던 곳이라 빼앗기는 1표는 사실상 2표의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PK(부산·경남)지역의 민심 변화는 현 정부의 실정으로 인해 수년 전부터 진행되어 온 결과라는 분석이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PK(부산·경남)지역 여론은 대선을 앞두고 최근에 형성된 흐름이 아니다. 현 정권이 TK(대구·경북) 중심으로 인력 운용을 해온데 대한 PK지역의 소외감과 함께 신공항 건설 무산과 부산저축은행 사건 등으로 인한 민심 이반이 정권 중반부터 강화된 것”이라 분석했다.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거쳐 부산 출신 문재인 후보가 민주당 후보가 되면서 옛날처럼 민주당을 ‘호남당’이나 ‘김대중 당’이라 생각하는 인식은 옅어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주완 편집국장은 이어 “기자들이 추석연휴 지역에 내려가 들은 민심에 따르면 의외로 박근혜 후보에 대해 ‘여자다’ ‘가정을 꾸려보지 않은 사람이다’라는 데에 염려하는 어른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지역주의에 기반한 선거에서는 새누리당 계열이 늘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 밖에 없었다. 인구비율 때문이다. 전남·전북과 대구·경북의 인구수가 대략 비슷해 기존의 영·호남 구도에서는 새누리당 계열이 부산·경남이라는 ‘무기’를 갖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PK지역에서 여야 후보 간 차이가 크게 나지 않게 되면 새누리당이 우위구도로 선거를 전개하기는 어려워진다.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선거 막판이 되면 후보들이 지역발전 공약을 내놓게 되는데 야권 후보들은 PK 유권자들이 호응하는 공약을 내놓을 수 있는 반면 박근혜 후보는 지지기반인 TK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TK와 PK간의 갈등이 일어날 수 있는 공약에 대해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하게 될 것”이라 내다봤다. 현 상황으로 볼 때 박근혜 후보가 과거 새누리당 계열 대선후보들처럼 PK지역에 대한 우위를 점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