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일 넘게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중인 제미니호 선원들의 최근 모습이 공개됐다. 수차례 소말리아 해적과의 협상에서 접촉 역할을 맡아온 아프리카 케냐 현지 교민 김종규씨가 현지시간으로 지난 9월 28일 이들의 사진을 확보했다. 이 사진은 소말리아 주요매체인 ‘리 사알라 미디어 연합’(risaala.net) 온라인에 지난 9월 27일 실렸다. 사진 정보에 따르면 이 사진은 7월 21일 찍은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올라온 기사에는 총 6장의 사진과 함께 이들의 상황이 묘사됐다. 기사에 따르면 이들중 일부는 병이 있을 정도로 건강상태가 나쁘며 한국정부와 UN,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기사에는 해적들끼리 선원들을 놓고 서로 차지하려 싸우는가 하면, 이슬람 반군세력인 ‘알-사바브’가 무력으로 선원들을 차지하려 했다는 등 현지상황도 전했다.

사진에는 제미니호 선원인 선장 박 아무개씨(57)와 기관장 김 아무개씨(57), 1등 항해사 이 아무개씨(63), 1등 기관사 이 아무개씨(58)의 모습이 담겼다. 지난 1월 23일 소말리아리포트에 공개됐던 왼쪽 사진과 비교해봤을 때 오른쪽 사진 속 선원들은 몸이 많이 야윈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 중 두 명은 염색을 못해 흰 머리카락이 뒤덮였다. 굳은 얼굴의 왼쪽사진과 달리 오른쪽 사진에선 다들 지쳐 보인다. 

케냐 교민 김종규씨는 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네 사람 모두 건강하지는 않지만 견디고 있는 것 같다. 사진을 보면 특별히 아파보이진 않지만 500일 넘게 장기간 잡혀있으면 정신적 고통이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당했다 풀려난 금미호 선장 김대근씨를 비롯해 납치와 관련된 경험이 있는 이들은 대부분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 

리사알라 미디어 연합 홈페이지에는 이들의 사진 외에도 이들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도 촬영됐다. 사진이 찍힌 장소에서 촬영된 이 동영상에서 선장 박 아무개씨는 이 영상이 2012년 7월 21일 촬영됐으며 다들 건강상태가 좋지 않으니 꼭 도와달라는 멘트를 읽었다. 이 동영상의 말미에는 역시 소말리아 해적에게 장기피랍중인 인도 선원들이 등장해 한국선원과 마찬가지로 도움을 요청했다. 한국과 인도는 소말리아 해적을 상대로 군사작전을 펼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동영상은 지난 3일부터 사이트에서 사라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소말리아 해적들이 쉽게 선원들을 풀어줄지는 의문이다. 김종규씨는 “해적들이 납치 기간이 오래되면서 돈이 급해져 인질 맞교환은 안 되니까 돈이라도 충분히 보상 받으려고 하는 것 같다”며현재 분위기를 전했다. 김씨는 당초 해적들이 여전히 한국에 수감 중인 해적 5명의 인질맞교환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소말리아 현지 상황에 밝은 한 언론인은 “해적들은 과거보다 배를 납치하기 어려워진 상황 때문에 한 판 크게 벌려 돈을 받아내려 할 것이다. 제미니호의 경우 500일 넘게 납치하며 인질 유지비도 들었기 때문에 더 악랄하게 돈을 요구할 것”이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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