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유일무이한 22년차 정치부 여기자. 연세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시사저널에 입사해 정치부장을 지내고 2006년 편집권독립투쟁에 나서며 2007년 시사인 창간 멤버로 기자인생 2막을 연 기자. 이숙이 기자에게 따라붙는 이력이다. 이 기자에게 또 하나의 이력이 붙게 됐다. 이 기자는 지난 24일 시사IN 4대 편집국장으로 선임됐다. 덕분에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고정코너 ‘이숙이의 뉴스브리핑’을 마치게 됐다. 국장 임기는 2년이다. 

지난 26일 시사IN 편집국에서 만난 이숙이 편집국장은 ‘시사IN이 절대 놓쳐선 안 되는 이슈'를 놓고 기자들과 막 회의를 마친 뒤였다. 이 국장은 “독자들의 힘으로 시사IN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시사IN은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야당성을 갖고 감시와 비판에 나설 것”이라 밝혔다. 얼마 남지 않은 대선보도를 두고는 본인의 정치부 기자 경험을 살려 “대선 주자들의 숨소리까지 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국장은 이어 “MB정권에서 진보적 성향의 매체는 상대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었고 시사IN도 생존에 집중해야 했다며 ”이제 책(지면) 자체에 집중하며 도약할 때”라고 말했다. 이 국장은 인터뷰 중간 중간 초등학교 1학년 아이와 통화를 나눴다. 국장이 되자 아이와 함께할 시간이 더욱 줄어들어 서로가 못내 아쉽다고 했다. 다음은 이숙이 시사IN 편집국장과의 일문일답.

- 2007년 이맘때 창간호가 나왔다. 지난 5년간의 시사IN을 평가한다면.
“창간 당시엔 우호적인 분들도 1년도 안 돼 망할 거라 얘기했다. 인터넷 매체가 급성장하는 시기에 주간지 매체가 살아갈 길이 있겠냐고 했다. 하지만 독자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 지금 주간지 업계에서 정기독자수 1위다. 독자들 중엔 ‘시사IN이 있어 다행’이라고 해주시는 분도 많다. 지금껏 기자들이 소송에 많이 시달렸지만 감당할 수 있는 이유다. 시사IN은 창간 당시부터 BBK이슈를 주도했고, 작년 서울시장 재보선 때는 나경원 후보의 피부과 특종을 냈다. 우리는 자칫 지나칠 수 있는 이슈를 놓치지 않으며 아젠다를 세팅하고 새로운 뉴스를 창출하고 최고의 권력을 감시하는 역할이 늘 언론의 본령이라고 생각한다. 본령을 유지해온 게 시사인 성장의 비결이다.”

- 올해 정기구독자가 많이 늘었다. 계기가 있나.
“아무래도 시사IN에 스타 기자들이 많다. 시사인의 강점이라고 본다. 강소 언론사가 살아가는 길은 결국 기자 개개인의 전문성, 스타성을 키워가는 것이다. 시사인 만큼 그런 게 잘 돼있는 곳이 없다. 트윗으로는 고재열, 팟캐스트에는 주진우가 있고 특종기자 정희상, 한반도 전문기자 남문희, 새로운 정치기사를 쓰고 있는 천관율 등 기자들 각각이 역량을 갖고 있다.”

- 주진우 기자와 고재열 기자의 활동을 두고 긍정적 또는 부정적 여론이 있을 텐데.
“현행법 위반 논란이 불거질 사안은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한 기자 개인의 의견 표명은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려 한다. 이 부분에 명백한 기준이 없는 만큼 기자사회의 논의가 진행되며 합리적인 기준이 마련되지 않을까 싶다. 회사 내부에선 (외부활동이) 매체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서로 논의하며 자율적으로 상식적 선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

- 지면이 야당 편향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시사IN의 목표는 늘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이다. 시사IN이 창간되고 5년간은 끊임없이 기득권과 싸우며 현 여권을 견제하는 것이 주요 목표였다. 그러다보니 그렇게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기자들은 과거 김대중 정부의 언론개혁 문건을 특종 보도했고, 노무현 정부 때는 취임 직후 노건평 인사개입 특종을 냈다. 시사IN은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야당성을 비출 것이다. 다음 정권에서 야권이 들어서면 지금과 마찬가지로 적극적인 감시에 나설 것이다.”

- 대선을 맞은 시사IN의 전략은.
“앞으로 3개월 동안은 지면을 크게 흔들지 않고 대선기획에 충실할 생각이다. 기본적으로 세 명의 대선 주자에 대해서는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숨소리까지 전하려고 애 쓸 생각이다. 현재 대선TF팀을 만들었다. 온라인에서도 현장감을 살릴 생각이다. 2008년 당시 기병대처럼 거리편집국을 운영해 현장을 잘 전달했던 경험이 있다. 현장에 답이 있다. 기자들이 힘들수록 독자가 행복하다.(웃음) 또 세 주자 진영에 ‘편파칼럼’이란 지면을 줘서 각 후보 대리인이 자신의 입장을 해석하고 설명하는 포맷도 생각 중이다. TV토론 내용은 ‘트리움’과 같은 분석틀을 통해 콘텍스트를 분석해 연설문 같은 정제된 텍스트와 비교하며 후보의 속내를 분석해나갈 계획이다.”

- 조만간 시사IN 기자들이 쓴 <기자로 산다는 것2>가 책으로 나온다는데 배경은.
“5년 전 <기자로 산다는 것>은 편집국에서 기사를 써야 할 기자들이 왜 거리로 나앉게 됐는지를 알리고 당시 시사저널 기자들을 알리기 위해 만들었다. 이제는 시사IN 창간 이후 지난 5년의 과정을 독자에게 보고할 차례다. 시사IN이 만들어지기까지 어떤 펀딩이 이뤄졌는지, 시사인 공채기자로 산다는 것은 어떤 건지, 기사를 통해 볼 수 없는 이야기들을 담았다. 책을 통해 독자와의 거리감을 줄일 생각이다. 창간호 때 신정아 단독 인터뷰에 도움을 줬던 성우제 전 기자나 나경원 피부과 잠입 취재를 했던 기자의 특종기도 들어간다. 10월 중 볼 수 있다.”

- 정치부 고참 기자로서 언론의 정치기사를 평가한다면.
“요즘 기자들의 가장 큰 문제는 정치인을 만났는데 타자만 치고 있는 경우다. 그래선 속내를 못 읽는다. 예전에는 기자들이 해설박스로 경쟁을 했지만, 지금은 그런 문화가 없어졌다. 독자들은 깊이 있는 기사를 읽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했다. 정치뉴스가 계속 쿼트 저널리즘으로 간다. 기자는 ‘아’라고 하면 ‘아’의 속내를 취재해야 하는데 ‘아’만 보여주는 식이다. 정치가 합의를 이끌어내자는 것인데 언론이 자꾸 대립하는 것만 보여주며 정치에 반감을 키우고 있다. 시사IN은 ‘아’의 속내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게 주간지가 살 길이다. 주간지 기자는 끝없이 스토리를 고민하며 기승전결을 따진다.”

- 여기자로 22년을 살아왔다. 쉽지 않았을 텐데.
“처음 국회에 갔을 때 정치부 출입 여기자가 단 세 명이었다. 황소 같은 남자들 사이에서 여기자는 오히려 내부정보와 속내를 듣기 좋았다. 하지만 룸살롱 정치와 사우나 정치의 행태를 극복해야 했다. 새벽에 정치인 집으로 쫓아가고 밤늦게까지 한 마디라도 들으려고 애를 썼다. 여기자들은 팀플레이를 통해 존재감을 심어갔다. 그러자 정치부에 여기자를 투입하지 않던 보수매체에서 여기자를 넣기 시작했다. 여기자들은 상대적으로 학연과 지연에 휘둘리지 않고 객관적이며 팩트에 근접하는 강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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