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방송, 인터넷 등 각 미디어플랫폼에서의 매체 영향력을 합산하는 지수산출모형이 나왔다. 2009년 개정된 방송법에 따라 미디어다양성위원회가 3년간 매체 합산 영향력지수 개발을 진행한 결과다. 종합편성채널로 신문・방송 겸영을 하는 매체가 등장한 상황에서 다양화된 미디어플랫폼에서의 영향력을 종합적으로 비교할 수 있어 주목된다. 하지만 모바일과 포털이 배제된 모형이어서 시대흐름을 반영하지 못하는 등 한계가 많다는 지적이다.

김남두 KISDI 연구위원과 이준웅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 황용석 건국대 교수(언론정보학)이 중심이 돼 개발한 합산 영향력지수는 27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주최 공청회에서 공개됐다. 합산 영향력지수는 특정 매체사업자가 방송영역과 신문출판영역, 인터넷영역에서 소유하고 있는 점유율을 합산한 것으로, 각 영역별 점유율에 환산 가중치를 곱해 계산한 뒤 이를 모두 더하는 식이다. 이준웅 교수는 “쉽게 말해 인쇄매체와 인터넷매체 이용점유율을 시청률로 환산해 더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이들 연구자 발표에 따르면 합산 영향력지수 산출을 위한 방송영역 점유율 지표는 기존의 시청률이다. 신문출판영역 지표 역시 기존의 ABC협회 유료부수 점유율을 기준으로 한다. 인터넷 영역의 경우 TTS(Total Time Spent, 이용자 총 체류시간)지표를 이용한다. TTS는 체류시간(DT, Duration Time), 방문자 수(UV, Unique Visitors)를 합산하는 트래픽데이터로 측정한다. 트래픽 데이터는 닐슨코리안클릭과 같은 전문 업체에서 판매하고 있다. 황용석 교수는 “TTS는 DT와 UV를 곱한 것으로 정의한다”고 밝혔다.

이제 남는 건 환산 가중치다. 환산 가중치는 TV와 신문, 인터넷 등 플랫폼의 차별적 영향력을 고려한 수치로, 방송을 1로 봤을 때 다른 플랫폼의 상대비율로 나타낸다. 개발팀은 가중치 모형 구성을 위해 매체의 △이용량 △선호도 △속성을 기준으로 삼은 뒤 전국 18세 이상 성인남녀 23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 한 달간 방문 면접조사를 실시(표집 오차 ±2.1%, 95% 신뢰수준)해 플랫폼 별 환산 가중치를 모의산출했다.

그 결과 TV를 1로 봤을 때 매체이용률(1주일 간)은 라디오 0.39 신문 0.44 인터넷 0.7 주간지 0.04 이동매체 0.38로 나타났다. 매체의존도(시사정보와 의견형성) 역시 TV를 1로 봤을 때 라디오 0.16 신문 0.35 인터넷 0.64 주간지 0.01 이동매체 0.2로 나왔다. 하지만 환산가중치에서 이동매체는 제외됐다. 황용석 교수는 “안드로이드 체제만 수치를 확인할 수 있었고 아이폰 기반의 ISO는 표집이 안 돼 측정이 불가능했다. 이동매체는 사실상 측정도구가 없는 상태다”라고 설명했다. 라디오 역시 방송사별로 표준화되지 않은 조사방식이 존재하고 측정 역시 어려움이 있어 가중치 측정 메뉴에서 빠졌다.

그렇다면 실제 계산 결과는 어떨까. 개발팀 측정에 따르면 중앙미디어네트워크는 방송에서 JTBC와 일반 PP가 1%, 신문에서 중앙일보가 10%, 인터넷에서 조인스닷컴이 3%의 점유율을 얻어 합계 14%의 영향력지수가 나타났다. KBS의 경우 방송에서 37%, 인터넷에서 2%의 점유율을 기록해 39%의 영향력지수가 도출됐다. 신문은 열독점유율에 환산 가중치 0.5를 곱하고, 인터넷은 TTS에 가중치 0.3을 곱한 결과다. 만약 매체사업자가 방송 시청률 10%, 신문 열독률 20%를 기록하면 단순 합은 30%가 되지만 개발팀에 따르면 신문이 방송보다 절반의 영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열독률 20%에 0.5를 곱해야 한다.

이날 새롭게 등장한 합산 영향력지수는 그러나 언론계 인사들에게 혹평을 받았다. 하주용 인하대 교수(언론정보학)는 “이번 지수로는 방송에서 예능・드라마와 보도 시청률을 구분하기 어렵다. 단순히 채널 시청률이 높다고 여론을 장악하고 있는 것인 양 잘못 오해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MBC의 경우 <무한도전> 시청률은 20% 수준이고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은 5%대인데, 이 점이 감안되지 않고 MBC의 여론영향력이 높다고 인식하는 식이다.

탁용석 CJ E&M 상무는 “현재 시청점유율 측정모델은 더 이상 시청자들의 시청행태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를 기준으로 매체영향력을 측정하는 것은 시대를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금혜성 SBS 편성기획팀 전문연구위원 역시 “(이번 모델은) 급변하는 매체환경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모바일과 포털이 측정도구에서 배제된 모델이 과연 적절한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금혜성 연구위원은 이어 “콘텐츠영향력에 대한 계산이 더 중요한 현실에서 현재 시청률 모델만으로는 잡아낼 수 없는 게 많다”며 “이 경우 (올드미디어 위주의) 편향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허엽 채널A AD본부장(동아일보 부국장)은 “ABC의 경우 실제 부수가 부풀려져 있는 경우가 많다. 시청률 역시 조사기관에 따라 차이가 날뿐더러 조사기관이 민간기업이서 시청률 조작과 같은 문제 역시 우려된다”며 이번 모델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허엽 AD본부장은 “ 신문은 방송에 비해 아젠다 세팅 기능이 강한데 (방송 위주의) 가중치 모델 역시 이해를 못하겠다”고 밝힌 뒤 “앞으로 더욱 미디어 플랫폼의 다양화가 이뤄질 텐데 그때 현재 가중치수치 기준이 맞을지 회의적”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미디어다양성위원회는 이날 나온 의견들을 종합해 올해 말까지 매체간 합산 영향력지수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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