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배 언론광장 대표(전 MBC사장, 전 한겨레신문 사장)가 26일 서울 프레스센터를 찾아 부산일보 편집권 독립을 위해 농성중인 이정호 편집국장을 격려했다. 김중배 대표를 비롯한 언론계 원로 인사들은 이날 “편집권 독립의 최전선에 있는 이정호 국장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지지의사를 밝힌 뒤 부산일보를 소유하고 있는 정수장학회가 하루빨리 사회 환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호 국장은 “1988년 언론민주화 당시 선배들이 노력하신 뿌리가 있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싸울 수 있을 때까지 싸우겠다”고 답했다.

김중배 언론광장 대표는 이날 “편집권 수호를 위해 싸우는 부산일보 기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선배들이 제대로 민주언론운동을 해냈다면 지금 후배들이 고생하지 않았을 텐데 미안하다”며 이정호 국장의 두 손을 잡았다. 김중배 대표는 “6월 항쟁 이후 부산일보는 편집국장 직선제를 최초로 쟁취하며 선구적인 성과를 이뤄냈지만 25년이 지난 지금 편집권 문제로 싸운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1980년 광주항쟁이 광주만의 문제가 아니었듯이 부산일보 사태 역시 부산일보만의 문제가 아니라 언론 전체의 문제”라며 국민들의 관심을 당부하기도 했다.

김중배 대표는 이날 정수장학회의 사회 환원 역시 강조했다. 2000년대 초 MBC사장을 역임한 바 있는 김 대표는 “만약 MBC가 민영화되면 MBC의 30% 지분을 갖고 있는 정수장학회가 대주주가 될 확률이 높다”고 우려했다. 김 대표는 MBC사장 시절 박근혜 당시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만났던 일화를 소개하며 “박근혜는 조금 더 (장학금을) 도와달라고만 할 뿐 MBC 경영에는 일체 간섭하지 않았다. 박근혜의 목적은 단순히 장학금을 더 받는 것이 아니었다”며 “이대로 가면 박근혜가 MBC의 오너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재철 MBC사장은 최근 MBC민영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선배들의 응원에 이정호 부산일보 편집국장은 끝까지 싸우겠다고 화답했다. 이정호 국장은 “징계를 받은 지 8개월째이지만 싸우고 있는 지금 마음이 더 후련하다. 싸울 수 있는 데까지 싸워보겠다”고 말했다. 이정호 국장은 “1988년 당시 저희는 선배들의 도움으로 편집권 독립을 쟁취해 그 혜택을 엄청나게 누릴 수 있었다. 이제는 저희가 후배들을 위해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몇 달 전 사회부장, 정치부장, 편집부장이 징계를 받으며 억압적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부산일보 기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으며 편집국은 여전히 해방구”라며 의지를 전했다.

이정호 편집국장과 전국언론노조 부산일보지부 소속 기자들은 현재 민주적 사장선임제 수용과 정수장학회 사회환원을 요구하며 농성과 사내 투쟁을 전개하고있다. 이정호 국장은 지난해 11월 30일 신문지면에 정수장학회와 편집권 독립문제를 다룬 기사를 실었다가 경영진의 압력에 의해 신문발행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신문발행 중단은 부산일보 66년 역사에 처음 있었던 일로, 대주주인 정수장학회와 부산일보 경영진과의 예속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하지만 당시 부산일보 기자들은 직접 윤전기를 돌려 신문을 발행했다. 이정호 국장은 이 사건 이후 대기발령을 받았으며, 지난 7월부터 부산일보 앞에서 거리편집국을 열고 편집권 독립을 위한 싸움에 나서다가 최근 서울로 상경해 농성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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