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단 한 번도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빼앗긴 적이 없다. 박근혜 후보는 언제나 45%안팎의 강한 지지세를 형성했고, 반면 야권 대선주자들의 지지도는 10%를 넘기 힘들었다. 그런데, 최근 박근혜 후보가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종종 2위로 밀려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당 공식후보로 확정되고,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출마한 이후 이런 경향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이른바 ‘박근혜 대세론’이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23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양자대결 시 안 후보가 47%로 45%의 박근혜 후보를 2%p차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양자대결 시 박 후보가 47%로 44%의 문재인 후보에 3%p 앞섰지만 오차범위 내 접전이다.

불과 3주 전인 지난 3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세론의 붕괴를 체감할 수 있다. 박근혜-안철수 양자대결에서 박근혜 후보는 52.7%로 43.2%의 안철수 원장을 오차범위 밖에서 크게 앞섰다. 8월 말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박근혜 후보는 45%로, 37%의 안철수 후보를 역시 크게 앞선 바 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를 보면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 하락이 더 크게 감지된다. 19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무소속 안철수 후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누가 붙어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앞지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안철수 원장은 박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48.3% 대 42.5%로 앞섰고, 문재인 후보는 47.1% 대 44.0%로 앞섰다.

   
 
 

불과 일주일 전인 12일 여론조사를 보자. 이 여론조사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안철수 후보를 6.2%p 앞섰다. 14일 여론조사의 경우 박근혜 후보는 문재인 후보와는 아예 10%p이상 앞섰다. 야권 후보군이 확정된 이후 대선의 판도가 바뀐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리얼미터의 3자 구도 여론조사는 박근혜 후보 지지율 하락세를 더 잘 보여준다. 박근혜, 안철수, 문재인 후보 순으로 7일 3자 구도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42.4%, 23%, 17.5%로 나타났지만 야권후보가 확정된 이후인 19일 조사에서는 35.7%, 26.5%, 24.3%로 나타났다. 24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3자 구도 시 39%, 28%, 22% 순으로 나타났다. 1위와 2위의 차이가 오차범위 밖이긴 하지만, 예전과 비교해 보면 그 간격은 크게 줄어든 셈이다.

대세론, 그렇다고 무시할 수 있을까

14~17대 대선에서 언제나 새누리당(구 한나라당) 후보들이 대세론을 형성했고, 이 대세론을 무너뜨렸을 때 야권이 이겼다.(15, 16대 대선) 그리고 14, 17대 대선에서 보듯, 대세론이 강하면 야권은 맥을 추지 못했다. 14대 대선에서 김영삼 당시 민자당 후보는 김대중 당시 민주당 후보에 8.2%p차로 이겼고,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는 정동영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에 22.6%p 차 압승을 거뒀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세론이 사실상 무너진 18대 대선은 야권의 승리로 돌아갈 것인가? 그렇지 않다. 일련의 여론조사들은 야권의 승리할 가능성을 드러내면서도 역설적으로 박근혜 후보가 가진 힘도 함께 보여준다. 즉, 야권 후보들의 지지율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이 빠진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은 최소 40%대 초반에서 40대 후반으로 지지율이 늘거나 빠지지도 않는다. 이는 지난 4년 동안 보여준 지지율 추이와도 거의 일치한다. 종종 30%대 후반으로 떨어지긴 했어도, 지지율 회복은 순식간이다. 4년 전부터 지금까지, 여론조사 응답 유권자의 절반 가까이는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을 탄탄하게 떠받치고 있는 셈이다. 이 공고함은 박 후보에 대한 지지에서 이탈할 가능성을 줄인다. 과거사 문제로 논란에 올랐을 때도, 친박계열 비리가 연이어 터졌음에도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을 공고하다.

물론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나머지 절반, 이들은 앞으로 박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낮다. 이들이 야권 후보가 정해지면서 점차 특정후보의 지지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이고,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 상승의 원인이 됐다. 18대 대선 여론의 민심은 이렇게 호불호가 극명하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이번 대선의 특징을 “중간층이 없다”는데 꼽았다. 박근혜 대세론이 지배할 당시, 대선후보 여론조사를 벌이면, 야권 후보들은 10% 지지율에도 미치지 못했고, 대신 아무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2~30%대로 형성됐다. 정당지지율에서도 무당층은 2~30%대로 넓게 형성됐다. 하지만 지금 중간층은 10% 미만에 그친다. 이미 유권자들이 야권이건 여권이건, 지지의사를 결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간층이 없다”

따라서 이번 대선에 변수는 크지 않다. 다만 단 하나의 변수는 야권의 후보단일화다. 3자 구도에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지지율을 높였지만, 여전히 박근혜 후보와는 오차범위 밖에서 뒤지고 있다. 반면 후보단일화를 이룰 경우, 즉 박근혜 진영와 반 박근혜 진영이 정면충돌할 경우 오차범위 내 접전, 혹은 반 박근혜 진영이 앞서고 있다.

단일화 효과는 15대 대선과 16대 대선에서 이미 맛본 바 있다. 15대 대선 당시 DJP연합으로 충청권의 지지가 김대중 후보를 향해 쏠렸고, 16대 대선에서 정몽준 국민승리21 후보와의 단일화로 노무현 후보는 금방 이회창 후보를 따라잡았다. 대선에서도 2.3%p 차로 승리하면서 그 효과를 톡톡히 본 바 있다.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 등이 잇달아 야권의 후보단일화에 불편한 시선을 드러내는 것도 그런 이유다. 조선일보는 21일 사설 <대선까지 석 달 중 두 달을 ‘야권 단일화’ 구경만 하란 말인가>에서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난감하기만 하다”며 “앞으로 대선까지 남은 석 달 중 두 달을 야권 최종 후보를 정하는 단일화 게임만 구경해야 할 판”이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사실 야권의 후보단일화는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DJP연합이나 노무현-정몽준 연합은 성격이 이질적인 집단이 단순히 정치적 이익 하나만으로 연합한 사례다. 그런데 정작 성격이 비슷한 세력이 연합하는 경우는 한국정치에서 매우 보기 드물다. 13대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와 김영삼 후보의 단일화가 결국 실패했다는 점은 이를 매우 잘 드러낸다.

추석민심, 어디로 흐를까?

박근혜 대세론은 아직 완벽하게 무너지지 않았다. 현재와 같은 3자 구도에서는 여전히 박근혜 후보가 다른 두 후보를 크게 앞서고 있다. 만약 박근혜 대세론이 무너졌다는 판단이 든다면, 그것은 야권의 후보가 단일화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박근혜 후보로서는 대세론을 떠받치기 위해 이번 추석민심을 끌어오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지난 2006년 추석 이후 처음으로 이명박 후보에 지지율이 역전당한 이후 대통령 자리를 내줬던 경험이 있다. 24일 굳이 과거사 문제를 사과하고 나선 것도 추석 전 떨어지는 지지율을 수습해보려는 의도로 보인다.

야권에서도 추석민심은 중요하다. 추석 이후 벌어지는 여론조사는 추석민심의 바로미터다. 여기서 지지율을 상승시키지 못한다면, 향후 단일화와 대선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선출 일정도, 안철수 원장의 출마도 추석 전으로 시점을 잡았던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이번 추석, 민심은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정상근 기자 dal@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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