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사무실 문에 걸려있는 ‘공정방송 사수투쟁’ 일지는 어느덧 1469일을 가리키고 있었다. 사무실에는 공정방송 구호가 담긴 피켓이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지금복직 당장복직’, ‘사수 공정방송 복직 해직기자’와 같은 문구가 눈에 띄었다. 노조로부터 커피 한 잔과 두툼한 자료집 하나를 건네받았다. ‘YTN 불법사찰 실태’였다. 조합원들의 각종 고소 피해 현황과 지난 4년간의 투쟁과정이 빼곡히 기록돼 있었다.
YTN노조위원장인 김종욱 기자는 “지난 3월 불법사찰 건이 터지고 해직사태가 단순한 낙하산 사장의 문제가 아니라 정권차원의 촘촘한 시나리오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조합원 대부분이 현 정권이 구조적으로 저지른 언론장악 문제를 규명해야 한다는 의식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국정감사에서 언론사 사찰문제가 다뤄지지 않으면 여야를 막론하고 직무유기”라고 힘주어 말했다.
YTN조합원들은 해직 사태 이후 희망펀드를 마련해 해직기자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해직기간이 길어지며 동료·후배 기자들은 숫자에 무감각해지기 시작했다. 김종욱 기자는 “나 스스로도 해직에 무뎌지는 감이 있다. 간혹 외부에서 6명이 복직되지 않았냐고 물으면 힘이 빠질 때도 있다”고 했다.
노조사무실에서 만난 김수진 기자는 담담하게 공정방송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동료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김 기자는 “4년 전 나와 동기들은 이 싸움이 곧 끝날 줄 알았다. 이길 줄 알았다”고 말한 뒤 “하지만 지금은 이기고 지는 것 보다 싸우는 과정에도 중요한 의미를 두며 싸움의 역사적 맥락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수진 기자는 “과거에 구본홍 사장을 내ㅤㅉㅗㅈ기 위해 싸웠다면 지금은 YTN기자로 들어올 후배들을 위해 싸운다”고 말했다.
노종면 기자는 이날도 한결 같은 표정으로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다. YTN의 간판앵커였으며 후배들에게 존경의 대상이었던 그는 아직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지금껏 공정방송투쟁을 위해 수 없이 인터뷰를 해 온 노종면 기자는 언제쯤 복직 기념 인터뷰를 할 수 있을까. 시민들의 성원에 달렸다. 10월 5일(금요일) 오후 5시 백범김구기념관에서는 ‘YTN해직 4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린다.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 행사 초대 문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