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국 10개월을 맞은 조선・중앙・동아 종합편성채널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개국 당시 받은 △중간광고 편성 △국내제작 프로그램 40% 편성(지상파는 80%) △직접광고판매 △방송발전기금 유예 △의무재전송과 같은 각종 특혜에도 불구, 채널 시청률 1%를 넘기지 못한 채 제작비가 적게 들어가는 시사물에 집중하거나 재방송으로 편성을 메우는 모양새다.

AGB닐슨 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종편 3사의 9월 채널평균 시청률은 19일 현재 채널A 0.68%, JTBC 0.51%, TV조선 0.41%로 나타났다. 신문 지면을 앞세워 자사 채널과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결과다. 지난 1월 채널평균 시청률이 채널A 0.43%, JTBC 0.49%, TV조선 0.4%인 점에 미뤄보면 시청률도 채널A를 제외하곤 오히려 하락했다.

재방송 편성 비율도 높다. 지난 17일부터 23일까지 일주일 간 TV조선, JTBC, 채널A 편성에서 재방송을 분석한 결과 채널A의 재방송비율은 58.3%(102/175), JTBC는 52.1%(87/167)로 나타났다. TV조선의 경우 재방송비율이 61.3%(106/173)에 달했다. 5개 프로그램 중 3개는 재방송인 셈이다. 지상파의 재방송 비율은 20~30%가 일반적이다.

종편의 생방송 또는 본방송 대부분은 뉴스와 시사보도물에 집중돼 있었다. TV조선의 경우 본방송은 뉴스와 <시사토크 판>, <강용석의 두려운 진실>, <신율의 대선열차> 같은 시사보도물이 중심이 되고 있다. 나머지 시간엔 1998년 제작된 <프렌즈> 시즌5와 <아시아헌터>, <극한직업> 따위의 값싼 외주제작물이 방영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제작비가 많이 드는 드라마・예능은 아예 편성에서 제외된 상황이다. 이를 두고 방송가에선 “종편이 아니라 보도PP”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JTBC는 몇 달 전 종영한 <인수대비>와 <청담동 살아요> 같은 프로그램을 재방송하고 있는데 <청담동 살아요>는 갑작스레 종영되며 시청자 불만이 일기도 했었다. 채널A는 <박종진의 쾌도난마>와 <이영돈의 먹거리 X파일>이 편성을 끌고 가고 있는데 최근 <박명수의 돈의 맛>이나 <분노왕>등 새 예능이 편성되며 타사 종편에 비해 그나마 사정이 나아 보인다.

지상파의 한 편성관계자는 조중동 종편의 편성을 두고 “제작비는 늘릴 수 없고 광고판매는 부진하니 재방이 늘고 다시 시청률이 정체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평했다. 김경환 상지대 교수(언론광고학)는 “지금 상황은 제작비를 투입해도 광고가 붙지 않는 상황”이라며 “종편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겠다던 정부의 판단은 빗나갔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현재 종편의 편성을 정확히 평가해 재허가 기간에 점수로 반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종편관계자들은 현 상황을 어떻게 볼까. 이영돈 채널A 제작담당 상무는 “광고가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은 전략적으로 힘을 비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청률이 1% 수준인데 제작비를 쏟아 지상파와 전면전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종편의 재방송 비율이 높다는 지적에는 “기존의 케이블보다는 본방송 비율이 훨씬 높다”고 답했다.

신유진 TV조선 홍보팀장은 종편채널의 편성에 드라마・예능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단기간 상황만 놓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올해는 선거라는 특수한 상황도 있다”며 “긴 안목으로 좀 더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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