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통령선거가 박근혜·문재인·안철수 3자구도로 좁혀지며 본격적인 선거보도가 시작된 가운데 언론의 제 역할 없이는 이번 선거 역시 후보들의 구호와 선전에 매몰될 확률이 높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20일 언론광장과 새언론포럼이 주최한 ‘대통령선거 그리고 저널리즘’ 포럼 자리에서 “올해도 정책선거는 실종 된 채 후보들의 이벤트 정치가 반복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서중 교수는 “언론이 대통령을 뽑는다며 후보에만 집중하고 지금껏 정책에 대한 신뢰성은 검증하지 못해왔는데 이번에도 후보들의 구호와 선전에 매몰되고 여론조사 결과를 중심으로 경마식 저널리즘에만 치우칠 경우 선거에 대한 유권자 관심을 떨어뜨릴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유권자는 선거를 통해 스스로 민주주의와 정치적 교육을 받게 되는데 후보의 정책을 검증해야 할 언론이 후보의 동정보도 수준에만 그칠 경우 자칫 선거가 희화화되거나 오락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언론보도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민주당 문재인 후보,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일정을 전하며 후보가 내뱉은 발언을 한 두 마디 전하거나 문재인・안철수의 단일화 논의에만 촉각을 세워 갖가지 추측성 보도를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 후보의 정책을 분석・검증하거나 각 후보 진영이 추구하는 사회상 등을 전하는 언론은 전무한 상황이다.

김 교수는 후보들이 내놓은 정책을 대조하는 것만으로는 언론보도가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라 밝혔다. 그는 “만약 TV토론이 나가면 후보자가 토론에서 주장한 바가 사실인지 아닌지를 따져야 하지만 언론은 단지 발언을 중계하거나 특정 후보가 유리했다, 불리했다는 정도로만 보도하는 식”이라고 지적한 뒤 “언론은 후보의 주장이 과연 사실인지, 타당한지 발로 뛰며 추적해야 한다. 그러나 요즘 그런 기자가 얼마나 될까 싶다”고 우려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요즘 언론이 대중의 관심이 쏠려있다는 이유로 문재인과 안철수의 단일화 시기와 방법을 놓고 다들 소설을 쓰고 있다”고 꼬집은 뒤 “안철수 후보가 자신의 공약을 알릴 수 있는 시간을 최소 한 달은 주고 단일화 논의를 취재하는 게 언론으로서 온당하다”고 밝혔다. 이철희 소장은 이어 “언론은 투표동기를 찾지 못하는 젊은 유권자들에게 동기를 만들어내게 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송경재 경희대 연구교수(인류사회재건연구원)는 사실상 거대언론의 역할을 하고 있는 포털에 주목했다. 그는 “네이버는 최근 기계적 중립 입장을 내놨고, 다음은 설립자가 안철수 후보와 돈독한 관계에서 상황이 복잡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한 뒤 “네이트의 경우 얼마 전 대선보도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불특정 다수에 근거한 인용보도는 노출시키지 않겠다고 발표해 주목된다”고 밝혔다. 송경재 교수는 이어 “여론조사가 국민들의 현명한 선택에 제약을 주고 있는 수준이라 여론조사보도준칙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한 청중은 “안철수가 왜 출마했는지, 안철수 출마의 의미에 대해 조중동은 물론 한겨레 경향도 제대로 보도하지 못했다. 조중동의 아젠다 세팅에 한겨레 경향이 따라가는 것 같다”고 지적한 뒤 “언론은 여론조사 역시 결과보다 해석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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