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대선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야권단일화와 관련해 ‘정치권의 진정한 변화와 혁신’과 ‘국민들이 그것에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는 두 가지 원칙을 내세우며 야권단일화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안 원장은 “시한을 못박는 것도 아니고 방법도 생각해둔 건 없다. 정말로 진정한 변화, 새로운 시작을 원하는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말씀만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안 원장은 이날 대선출마 기자회견에서 야권단일화에 대한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 두 가지 뿐”이라고 강조하며 “지금 이 시점에서, 두 가지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단일화 논의를 하기엔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또 새로운 정당을 창당할 것인지 민주통합당에 입당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아직 밝힐 시점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안 원장은 ‘통합과 화합의 정치’를 강조,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정책연대와 선의의 경쟁을 위해 가급적 빠른 시기에 만날 것을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그는 “선거과정에서 어떤 어려움과 유혹이 있더라도 흑색선전과 같은 낡은 정치는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며 이처럼 제안했다.

그는 “혼자의 힘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게 저의 결론이다. 대통령이 된 이후, 정권을 잡은 후에 통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만나는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다. 내일이라도 만나자고 하시면 만나겠다. 답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안 원장의 대선출마 여부는 이날 기자회견 직전까지도 안개 속에 있어 어떻게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인 지가 여론의 최대 관심사였다. 지난해 9월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부상한 이후 1년여의 장고에 들어갔던 안 원장은 며칠 전까지도 주위 지인들에게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고민 중이다’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런 까닭에 장고 끝 불출마 선언 가능성까지도 거론됐으나 대선출마를 결정한 것. 안 원장은 향후 본격적이고 공개적인 대선 행보에 들어간다.

서울 충정로 구세군아트홀에서 국민보고대회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은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이름으로 약 40분 동안 진행됐다. 안 원장은 이날 ‘새 정치’와 ‘정권교체’라는 다소 상충하는 두 화두 중 예상대로 ‘새 정치’에 방점을 찍었다. 안 원장이 내세운 최대 화두는 ‘국민의 뜻’과 ‘새로운 정치’였다. 안 원장이 선 연단의 뒤편에 걸린 대형 현수막의 ‘국민이 선택하는 새로운 변화가 시작됩니다’라는 문구가 안 원장이 대선출마와 함께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집약해 반영했다.

기자회견은 안 원장이 준비한 원고를 발표한 뒤 언론과의 일문일답을 진행하는 담백하고 평범한 형태로 진행됐다. 구체적 정책 발표나 캠프 인사 소개는 없었다. 참석 인사 리스트나 초청장을 따로 준비하지 않았다는 게 안 원장 측 설명이다. 안 원장의 2미터 가량 옆에 수화 통역가가 서서 안 원장의 발언을 통역하기도 했다.

안 원장은 대통령 당선여부와 관계없이 앞으로 정치에 참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제가 몇 번 직업을 바꿨지만 도중에 그만뒀던 적은 한 번도 없다”며 “결과와 관계없이 열심히 이 분야에서 일해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또 “대선에서의 승률에 대해 제가 생각을 한 적이 없다”며 “오히려 저 나름대로 옳은 일을 하고 선거 과정에서 양당이 혁신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 효과는 국민이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야권단일화 관련해) 말씀드린 두 원칙을 견지하면서 열심히 선거활동을 하면 양 정당도 개혁과 민의를 받드는데 최선을 다하는 정당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정치경험의 부재’에 대한 지적에는 “과연 정치경험이 많은 것이 꼭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다”며 “정치개혁, 새로운 혁신, 영어로 이노베이션, 혁신 경제 그리고 디지털 마인드와 수평적인 리더십이 우리의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직접적인 정치경험은 부족하지만 대신 다양한 분야의 현장에서 IT, 의학, 경영, 교육 분야에서의 경험들이 정치를 하는 데 플러스가 되지 마이너스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많은 분들이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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