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7>의 성공을 이야기할 때 연출자 신원호 PD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KBS 예능 PD로 입사해 2011년 <남자의 자격>으로 제23회 한국PD대상 TV예능부문을 수상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그해 KBS를 떠나 CJ E&M으로 옮기며 화제가 됐다. <응답하라 1997>은 CJ PD로서 첫 작품이다.

신원호 PD는 드라마의 성공을 두고 “몸에 배어있는 예능의 특성을 살려 치밀하게 세웠던 1초의 힘 덕분”이라고 말한 뒤 점차 플랫폼에 구애받지 않는 콘텐츠의 시대가 올 것이라 내다봤다. 다음은 18일 신원호 PD와의 전화인터뷰 일문일답.

- 예능PD의 장점을 살려 새로운 느낌의 드라마가 나왔다. 연출에 방향성이 있었다면.
“예능PD의 장점은 치밀하게 1초를 채우는 것이다. 예능은 1초도 재밌어야 한다. 그 재미는 웃음일수 있고 공감일 수도 있다. 우리는 드라마에서 예능의 속성을 살렸다. 재밌게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고, 몸에 배어있는 대로 타이트하게 디테일을 살렸다. 제작진은 처음부터 콩트가 쉴 새 없이 던져지고 몰입될 수 있는 밀도 있는 드라마를 만들자고 생각했다. 사실 지금까지 다른 드라마는 거의 안 봤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안 본 게 다행인 것 같다.”

- KBS에서 CJ로 옮긴 이후 첫 작품이다. 옮긴 뒤 연출에서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KBS 안에서도 연출 때마다 여건은 늘 달랐다. 항상 복잡한 문제는 있었다. 옮기고 첫 작품이어서 처음엔 신경이 많이 쓰였다. 흔히 말하는 ‘지상파스러움’이라는 것과 ‘케이블스러움’이란 가치를 놓고 고민했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더라(웃음). 감독으로서 지상파에서 배웠던 프로그램의 정신을 살리고 싶었다. 그간 체득했던 리듬을 적절히 이용해 하던 대로 했다. 대사 표현에선 지상파보다 용인되는 부분이 많아 자유로운 면도 있었다.”

- 섭외나 제작비의 어려움은.
“당연히 있었다. 처음엔 강남의 인지도 높은 백화점에서 장사하다가 외진 장터에서 처음 좌판을 여는 기분이었다. 외진 장터에서는 소리를 크게 질러야 장사하는 것을 알게 된다. 그만큼 제작비는 정말 많이 부족했다. 예능PD의 장점인 효율성을 많이 살려야 했다. 섭외도 어려웠다. 출연자들이 KBS처럼 안정적인 곳을 놔두고 등판해본 적도 없는 곳을 어떻게 믿겠나. 나도 이해가 되는 측면이었다.”

-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 <응답하라 1997>의 인기 요인은.
“이 질문을 수 없이 받았다. 우리는 재밌게 만들어야겠다는 원칙하에 넣을 수 있는 장치는 모두 이용했다. 스토리면 스토리, 형식이면 형식, 에피소드면 에피소드, 음악이면 음악, 재밌는 요소는 다 넣었다. 그냥 흘러가는 드라마는 싫었고, 계속 이야기의 단초를 제공하고 싶었다. 이 때문에 스토리에 공을 들였다. 음악과 소품으로는 복고 특유의 느낌을 살렸다. 편집 회의실에 크게 적어 붙여놓은 글자가 있다. ‘디테일의 힘’이다. 우린 디테일의 힘을 보여줬다.”

- 케이블 드라마 시청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전망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수십 년 간 채널이 많아졌다. 지상파는 여전히 굳건하지만 프로그램의 영향력을 보는 방식은 점점 달라질 것 같다. 사람들은 가까운 길목의 음식점을 찾는 대신 맛집을 찾아간다. 마찬가지로 콘텐츠의 질이 좋으면 충분히 케이블에서도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TV 앞에 앉아서 시청하는 시대는 지났다. 지상파에선 시청률 숫자 자체에만 목을 매던 습관이 있지만, 지금은 숫자로 표현되지 않는 반향을 느낀다. 시청률은 여전히 중요한 척도지만 그 가치가 달라지고 있다. 프로그램 영향력을 평가하는 다른 척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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