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의 응답은 더 뜨거웠다. CJ E&M과 닐슨 코리아가 개발한 CoB(Consumer’s Content Consuming Behavior) 모델에 따르면 <응답하라 1997>은 8월 4주차(8월20일~26일), 5주차(8월2일~9월2일), 9월 1주차(9월3일~9일)까지 드라마부분 ‘소셜미디어 버즈량’ 3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쉽게 말해 SNS와 온라인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며 화제가 된 드라마란 이야기다.
<응답하라 1997>은 1990년대 말 팬덤 문화를 내러티브의 중심으로 끌어와 동시대를 살았던 20~30대의 향수를 공유하게 만들었다. 이들이 스마트미디어를 이용하는 여론 주도층인 점은 곧바로 온라인에서의 영향력으로 이어졌다. 최지은 <10아시아> 기자는 드라마를 두고 “2012년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1990년대 집단만 공유할 수 있는 보편적 문화를 드러내며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나타났던 공감이 발휘됐다”고 평한 뒤 “<슈퍼스타K>가 케이블 예능의 한계를 깨뜨렸다면 <응답하라 1997>은 여태 케이블 드라마가 갖지 못했던 성취를 이뤘다”고 덧붙였다.
유선주 TV칼럼니스트는 “기존 드라마는 특정 곡이 반복되며 감정이 식상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응답하라 1997>은 세대들이 기억하는 음악과 각 장면에 맞는 음악을 배치하며 감정 선을 환기하게 만들었다”며 차별점으로 배경음악을 지적했다. 이 같은 요인에 힘입어 <응답하라 1997>은 과거 SBS가 1990년대 <모래시계>를 통해 채널이 자리를 잡았듯이 tvN이 케이블드라마의 성공방식을 확인하는 지점을 마련했다는 지적이다.
<응답하라 1997>의 성공은 수년간 계속된 tvN의 편성전략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2000년대 중반 <막돼먹은 영애씨>를 시작으로 20~30대 시청자를 타겟으로 제작된 <로맨스가 필요해>, <꽃미남 라면가게>, <뱀파이어 검사>,
황성연 연구위원은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며 전체적인 시청량은 늘어나고 있지만 30대 이하의 시청량은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한 뒤 “시청자들의 콘텐츠의 소비방식이 달라진 결과 더 이상 높은 시청률의 드라마가 나오지 않게 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최지은 <텐아시아> 기자는 tvN이 전략적으로 드라마와 예능의 자체제작을 늘려나가는 상황을 지적하며 “CJ는 지상파보다 치열하게 편성전략을 세우고 있다. 지상파는 완성도보다 해외 판매와 한류를 먼저 생각하며 근시안적으로 제작‧편성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지상파의 경우 수십 년 째 ‘9시 뉴스-10시 드라마’ 편성 틀이 깨지지 않고 있다. 신선한 소재와 실험적인 드라마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김민식 MBC 드라마 PD는 “언젠가부터 지상파 드라마는 배우 이름에 억눌려 공식대로만 가는 것 같다. 케이블이란 토양은 새로운 시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지상파 PD들에게 자괴감을 줄 수 있다”며 “지상파의 시간은 오래 남지 않았다. 지금보다 더 실험적이고 젊은 시대에게 어필하는 드라마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선주 TV칼럼니스트는 “지상파에선 단막극의 실험이 계속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올해 인기를 모았던 SBS <추적자>와 <유령>을 보면 지상파의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김영섭 SBS 드라마 총괄CP는 “TV시청 연령대가 높아지며 지상파드라마가 올드화 된 것은 사실”이라 밝힌 뒤 “지상파도 기존의 시청층을 배려하면서도 젊은 시청층이 좋아할 만한 새로운 도전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김영섭 CP는 “지상파 드라마는 시청률 때문에 나이든 시청층에게 맞출 수밖에 없는데 인터넷 다운로드나 DMB시청 등이 포함된 새로운 시청률 개념이 나와야 새로운 시도 역시 수월해질 것”이라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