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제 전 편집장은 1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조갑제 기자의 한국 현대사 강좌’에서 최근의 정세를 조목조목 짚으며 박근혜 후보에게 집중되고 있는 유신독재에 대한 평가 및 사과 요구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역사 평가는 후세의 객관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이 종합적으로 학문적으로 결과적으로 하는 것”이라 정의한 뒤 “역사평가는 당사자가 하는 게 아니다. 박근혜 보고 박정희(유신독재)에 대해 사과하라고 하는데 (박근혜는) 사과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박근혜와 박정희는 인격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박 후보에게 유신체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 또는 사과를 요구하는 이들을 두고 “어떻게 보면 (박근혜에게) 아버지를 욕하라고 계속 우기는 것”이라 비판한 뒤 “이 말을 하는 사람들은 김정일에게 김일성의 전쟁범죄를 책임지라고 묻지 않는다. 또 살인의 책임은 사회가 져야 한다고 하면서 유신의 책임은 박근혜가 져야 한다고 말한다”며 현재 상황이 비논리적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퍼스트 레이디’로 유신독재를 지탱해 역사의 책임이 있는 박 후보를 자연인으로 인식하는 오류 속에 이뤄져 문제다.
그는 이어 “서구식 민주주의 잣대로 1970년대를 평가하면 살아남을 이가 없다”며 “지금과 같은 식이 더 진행되면 세종대왕도 독재자로 몰릴 판”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는 제도에 불과하다. 민주주의를 절대화하면 안 된다”며 “박정희만이 민주주의는 하나님이 아니다라고 했다”고 말해 청중의 박수를 받았다. 그는 “유신체제는 경제발전을 통해 민주주의의 토대를 만들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초유의 사법살인으로 불리는 인혁당사건을 비롯해 인권과 자유를 유린한 수 없는 반민주적 억압과 고문 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조 전 편집장은 “역사논쟁의 대전제는 대한민국과 자유민주주의를 인정하는 것이다. 전제를 부정하는 사람과는 논쟁이 안 되고 비방으로만 끝난다”며 최근의 논란 자체를 반국가단체세력의 음해 정도로 치부했다. 그는 “민주화를 먼저하고 나중에 경제개발에 성공한 나라는 단 하나도 없다”,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는 많지 않다”, “이승만은 언론 검열하지 않았고 전쟁 중에도 선거를 했다. 링컨보다 나은 사람이다”라는 발언 등을 통해 이승만‧박정희로 이어지는 독재체제를 옹호했다.
그는 이어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를 두고는 “오늘 국립현충원을 갔는데 예상대로 김대중 묘소만 갔다고 한다. 박근혜씨의 통합적 역사관과 달리 (문재인은) 분열적 역사관을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씨의 연설문을 보니 좌익 운동권의 격문으로서는 손색이 없다”고 비꼬기도 했다. 그는 또 문재인 후보의 연설문 일부를 인용하며 “문재인씨는 김대중이 병사하고 노무현이 자살한 것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파탄 탓이라고 한다”며 “목욕탕에서 넘어지고 나서 이명박 대통령 탓이라고 하는 딱 그 수준”이라고 폄훼했다.
한편 조갑제 전 편집장은 이날 모인 300여명이 넘는 청중을 가리키며 “여러분 같은 50세 이상의 유권자가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자의 반을 차지할 것”이라며 “50세 이상의 분별력이 유지된다면 간첩과 사기꾼에게 정권이 넘어가는 것은 막을 수 있다”고 장담했다. 이날 강좌모임에는 50세 이상의 남성으로 보이는 청중들이 300여명 넘게 참석해 앉을 자리가 없었으며, 조 전 편집장의 발언이 끝날 때마다 여러번 박수갈채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