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지면에 때 아닌 몰디브 특집기사가 나오고 있다. 지난 5일 문화일보, 6일 서울신문에 이어 13일에는 경향신문과 조선일보, 한국일보가 몰디브 여행지를 소개하는 홍보성 기사를 내보냈다. 취재 결과 특집 기사들은 언론계에 관행으로 자리 잡은 초청자부담 해외취재관행의 결과였다.

다섯 곳의 기사에는 메가몰디브 항공 한국총판인 룸얼랏코리아의 안내번호가 모두 적혀있는게 특징이었다. 룸얼랏코리아 관계자는 1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우리가 기자들의 항공편과 리조트를 제공했다. 일간지 기자 15명을 대상으로 1차(투어)를 진행했고 인터넷매체를 대상으로 2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여행지 PR을 담당하는 마케팅담당자가 기자들을 모았다. 네이버 뉴스캐스트에 뜨는 언론사에 전화해 여행담당 부서를 알려달라고 해서 기자와 연락하는 식이다”라며 구체적 섭외 과정을 전한 뒤 “15군데의 매체가 다녀와 순차적으로 (기사를) 쓰실 것”이라 밝혔다. 이 말대로라면 앞으로 10군데에서 몰디브 홍보 기사가 나오게 된다.

기사 내용은 어떨까. 문화일보는 지난 5일자 28면 기사에서 “뺨을 어루만지는 바람…파도의 기분 좋은 애무…몰디브 밤바다는 ‘엄마’였다”고 보도했다. 서울신문은 지난 6일자 19면 기사에서 “마치 활주로가 아닌 바다 위로 착륙하는 느낌”이라며 이 섬을 “1200개의 섬들이 만든 화관(花冠)”이라고 표현했다.

경향신문은 지난 13일자 22면 기사에서 인천과 몰디브 직항노선이 1년 만에 재운항 하는 사실을 전하며 “달빛이 춤추는 (몰디브) 바다를 바라보며 이런 게 힐링인가라고 속으로 되뇐다”라고 적었다. 조선일보는 13일자 D5면 기사에서 “관광에 대한 부담 없이 작은 섬에서 조용히 머물며 휴식과 낭만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13일자 22면 기사에서 “너무 아름다워서 오히려 비현실적인 풍경을 한 번에 담아내기엔 벅차서 도로 눈을 감았다가 떴다”고 썼다.

한 면을 통틀어 꾸며진 기사에서는 몰디브 여행에 대한 긍정적 내용이 주로 담겼으며 여행을 원하는 독자를 위해 구체적인 여행정보까지 소개돼 있었다. 여행지에 대한 부정적 정보는 찾기 어려웠다. 해당 기사를 쓴 경향신문 기자는 “여행사가 비용을 대고 팸투어 형식으로 갔다왔다”고 말하며 “여행면이 발행되는 요일이 같아 공교롭게 같은 날 보도된 것”이라 전했다.

이 같은 여행지 보도는 기사를 통해 여행상품을 홍보하는 기업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다. 해외출장이 비용문제로 쉽게 통과되기 어려운 구조에서 기자들 역시 초청자부담으로 이뤄지는 해외취재관행을 받아들인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취재 관행은 여행지에 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주기 어렵다는 면에서 문제가 있다. 또 신문지면이 기업에 의해 상업적으로 이용된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여행기자의 해외출장의 경우 회사가 부담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발생한 관행이라는 지적도 있다. 몰디브 기사를 게재한 신문의 한 기자는 “지금의 취재방식이 관행화되면 안 될 것 같지만 여행전문기자들은 비용부분에서 늘 취재에 어려움이 있다”고 전한 뒤 “기사를 쓸 때 특정업체를 강조하지 않고 최대한 홍보느낌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홍보성 기사가 단순히 여행기자들의 문제에 국한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박록삼 한국기자협회 신문윤리위원은 “산업부나 체육부 등에서도 초청자부담 취재 사례와 홍보성 기사 사례가 너무 많다”며 “책, 연극, 음반 기사도 모두 노골적인 홍보라는 측면에선 유사하해 이번 몰디브기사만 문제 삼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지적했다. 박록삼 신문윤리위원은 “관행이란 이름으로 타인의 돈을 통해 취재하는 것이 용인되는 게 과연 맞는지 이번 기회에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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