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길 전 새누리당 공보위원이 11일 교통사고 직후 정신이 멀쩡했음에도 생방송 출연 예정이던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측에 사고 사실을 전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불출마를 협박했다는 논란에 놓인 정준길 전 공보위원은 이날 <쾌도난마>에 출연해 금태섭 변호사에게 안철수 원장의 불출마를 협박하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택시기사의 증언에 대해 해명할 예정이었다.

동아닷컴 보도에 따르면 정 전 위원은 쾌도난마 제작진에게 “(오후) 4시 반까지 가면 되죠, 서초동서 출발”이라는 문자를 보냈다. 그러나 방송 시작인 4시 50분까지 정 전 위원은 도착하지 않았다. 전화와 문자 모두 연결되지 않았다. 전화의 경우 신호음은 갔지만 받지 않았다. 사고 때문이었다.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정 전 위원은 오후 3시 53분경 서초역 부근에서 차량이 도로 경계석과 가로등을 들이받는 사고를 당했다.

당시 차량에 혼자 탑승해 운전 중이던 정 전 위원은 목과 어깨 등에 찰과상을 입고 서울 동작구 중앙대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는 외상이 없고 검진 결과도 특별한 소견이 없어 오후 7시 10분경 퇴원했다.

12일자 경향신문에 따르면 경찰 관계자는 “음주운전은 아니며 극심한 스트레스나 과로 때문에 발생한 사고”라고 추정했다. 12일자 한겨레 보도에서는 사고 차량은 오른쪽 바퀴가 휘고 차량 왼편 문짝이 긁힌 정도의 손상을 입었으며, 최초 출동한 서초소방서 관계자는 “도착했을 때 정 전 위원은 의식이 뚜렷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 전 위원은 방송이 끝나는 오후 5시 50분까지 채널A <쾌도난마> 제작진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쾌도난마> 진행자 박종진 앵커는 “(정 전 위원이) 방송을 정면으로 농락했다. 택시기사의 진술이 맞다는 걸로 인정하겠다”고 말했다. 생방송 중이었던 <쾌도난마> 제작진은 출연자가 오지 않는 초유의 상황을 시청자에게 고지했고 1부 출연자인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가 2부에서도 방송을 이어가는 식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쾌도난마> 제작진인 한 관계자는 1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쾌도난마>가 시작한 이후 한 번도 출연자가 펑크 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어제는 무척 당황스러웠다. 정 전 위원의 일방적인 펑크지만 사고가 났다고 하니 사과를 요구하기도 애매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애초 정 전 위원은 5시 20분에 시작하는 2부에 나오기로 했는데 그 전까지 도착을 안 해서 10분까지만 와주시면 방송을 진행하겠다고 문자를 보냈으나 연락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펑크) 이후에도 속보로 자막을 내보내며 계속 연락을 보냈으나 답이 없었다”고 말한 뒤 “방송이 끝나고 30분 뒤인 6시 20분 경 정준길 전 위원 측에서 연락이 와 사고가 나는 바람에 경황이 없어서 연락을 못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다시 한 번 출연요청을 할 예정이지만 그 쪽(정준길)도 너무 사정이 복잡해서 언제 또 나오겠다고 확답을 못하는 상황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 방송사고는 정준길 전 공보위원이 의식이 뚜렷한 상황이었음에도 생방송 출연 예정이던 프로그램에 사고 사실을 알리지 않아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시청자 양준환씨는 <쾌도난마> 시청자게시판을 통해 “방송출연이 동창회 나가는 건가. (정준길) 사고사진을 보면 태연하게 자동차를 살피고 있던데 제대로 된 인간이면 방송국에 빨리 연락하는 게 순서”라고 비판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정준길, 이 사고, 무척 이상하네요. 차 옆이 긁히고, 타박상과 찰과상만 입었답니다. 그럼 방송국에 전화 한 통 넣지”라고 촌평했다.
 
누리꾼들 사이에선 방송출연에 부담을 느낀 정 전 위원이 ‘셀프 사고’를 낸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한 누리꾼은 정 전 위원의 사고를 두고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이 아니라 ‘교통사고를 내고 병원에 입원’으로 정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한겨레는 12일자 기사에서 “방송 출연을 미루려고 교통사고를 낸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해 정 전 위원의 설명을 직접 들으려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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