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평범한 시민을 전남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범으로 착각해 1면에 얼굴을 내보내는 희대의 오보를 낸지 10일이 지났다. 지난 10일,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오보 피해자 J씨의 목소리는 여전히 떨렸고, 억울함과 황망함이 묻어났다.

오보 사건으로 그의 삶은 엉망이 됐다. 오전 늦게 일어나 하루 종일 오보 관련 기사를 보고 댓글을 읽고 복잡한 마음을 추스르는 시간이 반복되고 있다. 코미디언이 되기 위해 서울에 올라 온지도 3년째지만, 요즘처럼 힘든 때가 없다. J씨는 “일상생활이 너무 힘들다.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빨리 처리돼서 다시 예전처럼 살고 싶지만 답답하다”고 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가족과 친구들도 적잖은 상처와 혼란을 겪었다고 했다.

J씨는 아무리 곱씹어 봐도 오보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J씨는 성폭행범 고아무개씨와는 전혀 모르는 사이다. 그는 “누군지도 모르는데 단지 고향이 같다는 이유로 내가 성폭행범이 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번 오보가 “빨리 특종을 잡아서 기사를 내려다보니 일어난 것”이라 지적한 뒤 “이번 일은 다른 언론에게도 해당되는 문제”라며 뼈있는 말을 던졌다.

J씨는 “기자라면 생각을 좀 하고, 확신을 갖고 써야한다. (조선일보 같은) 기자 몇몇 때문에 선량한 다른 기자들까지 욕을 먹는다”고 비판했다. J씨는 “조선일보가 너무 괘씸해서 마음 같아서는 폐간시켰으면 좋겠지만, 용서하고 싶다. 사람을 대하는 직업(코미디언)을 하려다보니 용서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J씨는 오보 이후 조선일보의 후속 대응과 태도를 두고 몇 차례나 “기분 나쁘다”, “정말 언짢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1일 오보 이후 3일자 지면에서 사과문을 냈고, 6일에는 정권현 사회부장을 경질시켰다. 하지만 J씨는 아직까지 조선일보 측으로부터 구체적인 사과나 협상안을 전달받지 못했다. 그는 사회부장의 경질 소식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J씨는 “(3일자) 사과문에도 사과보다 변명이 많아서 변명 빼고 죄송한 마음을 담으라고 수정을 요구했고, 지난 7일부터 온라인 사과문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의 모습은 진정한 사과의 모습이 아니라는 게 J씨 마음이다. 그는 “(조선일보가) 정말 미안하다면 빨리 대처를 해서 해결을 봐야 하는데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 사건이 조용히 묻히기만을 기다리는 건가”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오늘(10일)까지 기다려보고 아니면 민사소송도 생각하고 있다. 내가 잘못한 게 아닌데 더 이상 기다릴 이유는 없다. 소송 준비는 된 상태다”라고 밝혔다. J씨는 본인에게 닥친 불행을 돌이키며 “더 이상 다른 (오보) 피해자만 안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이 거짓말같은 희대의 오보사건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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