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하루전에 불방통보를 받아 반발을 샀던 KBS <추적60분> ‘제미니호’ 편이 불방 결정 사흘만인 오는 12일 방송하는데 합의했다고 제작진이 밝혔다. 지난 6일 외교통상부 출입기자단이 ‘제미니호’ 장기피랍사태에 대한 보도유예(엠바고)를 깨고 오는 10일부터 일제히 보도하기로 한 것이 방송 결정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KBS <추적60분> ‘제미니호’편을 연출한 강윤기 PD는 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6일 오후 간부들과 회의에서 변화된 외부 상황을 언급하며 강하게 방송을 주장해 12일 방영에 합의했다”며 “외교부의 엠바고가 풀린 상황이 제작진에게 힘을 줬고 사측도 이를 감안하게 된 것”이라 전했다.

배재성 KBS 홍보실장은 “외교부 출입기자단과 외교부가 다음주 제미니호 선원 납치 500일을 맞아 엠바고를 풀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의견조율이 있었다”며 “KBS는 피랍 500일 기점을 통해 가족들과 좀 더 동의절차를 확인하고 방송을 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밝혔다.

배 실장은 이번 방송 결정을 두고 “외부의 변화된 상황이 감안 된 것”이라며 “그 동안 기사를 쓰지 않았던 다수 언론이 기사를 쓰게 될 경우 방송에 따른 '추적60분' 제작진의 부담도 덜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한편 외교부 출입기자단은 지난 6일 외교부의 ‘제미니호’ 피랍사건 보도유예 요청을 9개월만에 거부하고 보도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4월 30일 소말리아 해적들이 싱가포르 선박 제미니호 소속 선원들 25명을 납치해 그 해 11월 30일 협상을 통해 선원들이 풀려났지만 한국인 선원 4명만 다시 납치 돼 소말리아 내륙으로 끌려갔다. 그러나 외교통상부가 해적과의 몸값 협상과 선원들의 안전을 위해 보도유예를 요청해 기자들이 이를 9개월 넘게 받아들였었다.

선원들이 피랍 500일을 앞두고 있는 7일 현재 외교통상부는 ‘불개입’ 원칙을 고수하며 선박회사에게 협상의 공을 넘긴 상황이다. 싱가포르 선박회사는 해적과 협상을 진행 중이나 9개월 넘게 해결점을 찾지 못하며 협상력과 협상의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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