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기자들이 집단으로 출연해 취재 뒷얘기를 전하는 예능프로그램이 등장했다. 케이블방송 E채널은 지난 지난달 23일부터 매주 목요일 밤 11시 <용감한 토크 특별 기자회견>(이하 특별기자회견)을 방영하고 있다. <특별기자회견>은 연예부·사회부·경제부 기자들 14명이 출연해 ‘내 인생 최고의 특종’, ‘오싹한 취재담’ 등을 주제로 경험담을 풀고 이 중 우승자를 가려 황금 펜을 주는 콘셉트다.

1회에 출연한 기자는 △브레이크뉴스 박주연 기자 △내일신문 정석용 기자 △아시아투데이 최재욱 기자 △연예전문 백현주 기자 △해럴드경제 서병기 기자 △스포츠서울 장강훈 기자 △스포츠서울닷컴 손현석 기자 △연예전문 조경호 기자 △풋볼리스트 서호정 기자 △bnt뉴스 손민정 기자 △일요신문 신민섭 기자 △경인일보 김혜민 기자 △스포츠한국 안진용 기자 △뉴시스 박상권 기자 등 총 14명이다. 이 중 연예부 기자는 6명이다.

1회 방송에서 신민섭 기자는 심은하 결혼 단독 보도 뒷얘기를 전했다. 박상권 기자는 출연진의 관상을 봤다. 박주연 기자는 청소부로 변장해 모 기업 회장실에 잠입했던 취재담을 전하고 자신이 최근 발매한 앨범을 소개하고 노래를 불렀다. 김혜민 기자는 게임중독에 빠져 아이를 숨지게 한 부모의 이야기와 수원 여성납치 살해범 오원춘과의 만남을 전했다. 이밖에도 이효리·이상순 열애 뒷얘기, 티아라 왕따 논란 등이 나왔다.

<특별기자회견> 연출을 맡은 이주하 PD는 “최근 전문직의 토크쇼 트랜드를 따라가는 프로그램으로서 시청자가 기자들의 취재 비하인드나 무용담을 궁금해 할 것 같았다”며 연출 취지를 설명했다. <특별기자회견>에 출연 중인 기자들 모두는 자사 데스크의 허락을 받고 출연 중이다. 이주하 PD는 “기자들의 경우 각각의 캐릭터를 면밀히 보고 얘깃거리가 있을 것 같은 분으로 섭외했다”고 밝혔다.

기자가 예능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것을 두고 집단 토크쇼 MBN <황금알>이나 JTBC <닥터의 승부>처럼 각종분야의 전문가로 출연진 범위가 확산되는 한 흐름으로 분석하는 목소리와 함께 기자가 직접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 적절하냐는 근본적인 비판도 나오고 있다. 기자들이 자신의 취재경험담을 늘어놓으며 프로그램의 직접 주인공이 돼 일종의 ‘토크 배틀’을 벌이는 것은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형식이기도 하다.

특히 <특별기자회견>의 경우 기대보다 우려의 시각이 많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선정성을 빼놓고 가기 어려운 콘셉트”라며 “검색어 노출을 통해 인기를 끌고자 하는 PD와 스타기자가 되길 원하는 기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평론가는 이어 “언론사 역시 자사 기자를 통해 광고효과를 얻으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경인일보는 지난 5일자 기사에서 <특별기자회견>을 소개하면서 자사 기자가 황금 펜을 수상한 홍보성 내용을 전했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영문학, 문화평론가)는 <특별기자회견>을 “‘나는 가수다’의 기자 버전”으로 소개하며 “프로그램의 관건은 얼마나 선정적인 스토리텔링을 만드느냐가 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택광 교수는 “폭로를 상품화한다는 면에서 이 프로그램은 전형적인 타블로이드 언론의 특징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 뒤 “최근 언론이 보도의 정확성이나 사실 전달보다는 선정보도를 통해 광고수익을 올리는 특종 경쟁 위주로 흐르고 있는데 <특별기자회견>은 이 같은 경향을 반영한 프로그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주하 '특별기자회견' PD는 “프로그램의 취지는 시청자의 관심사를 보여주면서 취재 이면의 얘기를 기자들의 입을 통해 좀 더 자세하게 들려드려보자는 취지로 기획된 것”이라며 “이것을 기자들의 상품화라 하는 것은 과한 비판이며 그런 의도도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프로그램에서 폭로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자의 생활과 일상에 대해 다 얘기해보려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이 PD는 "앞으로 사회부와 정치부 등의 기자를 더 투입해 연예부와 함께 섹션별로 소재의 균형을 맞출 생각"이라며 "가십도 배제하지 않으면서 사회적 주제도 함께 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사수정 9월 7일 오후 9시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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