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측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측에 대해 뇌물과 사생활 폭로를 협박으로 불출마를 종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정국에 파문을 낳고 있다.

특히 금태섭 변호사의 증언이 매우 구체적이었다는 점에서 그 전화통화 내용과 의미, 조직적인 안철수 사찰팀이 존재하는지 여부 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 변호사는 “4일 월요일 아침 7시 57분 박근혜 후보 대선기획단 정준길 공보위원의 전화를 받았다”며 협박 주체의 실명도 공개했다. 진실공방에서 자신 있다는 뜻이다.

또한 협박 내용으로 안랩(구 안철수 연구소) 설립 초창기인 1999년 산업은행으로부터 투자를 받기 위해 투자팀장인 강아무개씨에게 주식 뇌물을 공여했으며, 목동에 거주하는 음대 출신의 30대 여성과 최근까지 사귀고 있다는 등 상세했다. 금 변호사는 정준길 위원이 구체적 근거 없이 “조사해서 다 알고 있다”는 등의 협박을 가했다며 확인해보니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대선 캠프 공보위원이 안철수 교수 측 인사와 통화를 하면서 ‘시중에 떠도는 여러 가지 의혹’을 ‘잘 대비하라’고 했다는 말은 상식적으로 잘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상대후보 진영에 훈수를 뒀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정 위원은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는 “전혀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 친구와 농담으로 나눴던 얘기”라고 밝혔다.

금태섭 변호사의 증언이 어느 정도 정황증거가 뒷받침됨에 따라 향후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 측이 이를 정준길 공보위원의 ‘개인행동’으로 일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정 공보위원이 대선 캠프에 소속된 만큼 박 후보의 정치적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 박 후보로서는 최대 위기를 맞은 셈이다.

더 큰 쟁점은 ‘안철수 원장에게 떠도는 시중의 소문’의 출처에 있다. 금태섭 변호사는 “언론에 보도된 안 원장에 대한 사찰 논란과 더불어 ‘우리가 조사해 다 알고 있다’는 정 위원의 언동에 비춰볼 때 정보기관 또는 사정기관의 조직적 뒷조사가 이뤄지고, 그 내용이 새누리당에 전달되고 있지 않는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든다”며 불법 사찰 의혹을 제기했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사실이라면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며, 새누리당이 유신잔당의 집결지이자 용서할 수 없는 불법행위에 근거해 집권하겠다는 신종쿠데타 세력임을 드러낸 일”이라며 “국민에 대해 불법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뒷조사 내용을 협박용으로 사용하려 했다는 점에서 독재정권시절의 부활이며 우리 국민에게는 새로운 악몽의 시작”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당사자인 정준길씨는 시중에 떠도는 이야기를 단순하게 전달했다고 변명하고 있지만, 정준길씨가 갖고 있는 박근혜 선대위 공보위원이라는 자리, 검찰 출신 정부여당의 현역 당협위원장이라는 지위가 너무 무겁다”며 “또한 이번 사건은 지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후보와의 단독 회담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고갔는지 짐작해볼 수 있는 계기”라고 말했다.

박은지 진보신당 대변인은 “안철수 원장이든 어느 누구든 대선후보군에 대한 검증이나 심판은 국민의 몫”이라며 “새누리당에게는 국민의 권리를 가로채고 특정인에 대한 피선거권을 협박으로 박탈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국민의 물음에 대해 빠른 시일 내에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는 대답하기 바란다. 꼬리자르기로 끌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