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5일 OBS의 방송광고판매대행사(미디어렙)로 민영 미디어렙인 미디어크리에이트(SBS 미디어렙)를 지정해 OBS 등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OBS희망조합지부(지부장 김용주·OBS 노조)는 “MB 정권 이래 방송사 중 가장 큰 피해자가 됐다”고 비판했다.

방통위원들은 이날 오전 열린 전체회의에서 OBS의 미디어렙으로 미디어크리에이트를 지정하는 원안을 통과시켰다. 방통위원들은 별다른 이견없이 OBS 안건을 통과시킨 반면에 라디오방송사가 모두 공영렙으로 가는 것에 대한 지적만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노조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에 앞서 방통위 앞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방통위가 납득할 수 없는 원칙론을 내세우며 최악이 결정을 내렸다”며 “OBS가 경쟁 사업자에게 종속되는 위기를 맞게 됐다”고 비판했다.

SBS 자회사 미디어렙인 미디어크리에이트는 SBS가 40%의 지분을 갖고 있다. 각 방송사들이 편성전략과 예산계획 등 중요한 경영정보를 방송광고판매대행사와 미리 협의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OBS가 SBS의 영향력 아래 자유롭지 않게 됐다.

OBS와 노조는 그동안 독립지역방송으로서의 공공적 정체성, 신생매체로서의 공익적 필요성, SBS와의 현실적인 관계 등을 고려해 공영미디어렙으로 지정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해왔다. 방통위는 그러나 공영렙을 원하는 방송사가 많아 요구를 모두 들어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강성남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SBS 미디어렙은 SBS 사주 입맛에 맞게 사업을 할 수밖에 없다”며 “적당히 규제의무를 지는 척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 수석부위원장은 “방통위는 OBS의 상황을 뻔히 알면서 힘의 논리에 편승하고 있다”며 “방통위원 중에는 명예를 얻었으니 정권이 교체되면 SBS 그늘 아래서 연봉을 세게 받아보자 하는 사람들도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용주 OBS노조 위원장은 “방통위 결정에 참담함과 분노를 감출 수 없다”며 “MB정권 하에서 최대 피해를 본 방송사는 OBS가 됐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전열을 정비해 OBS가 빼앗긴 권리를 되찾을 수 있도록 장단기 계획을 마련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미디어렙법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OBS노조는 공영렙 지정을 요구하며 지난 7월 30일부터 방통위 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여왔다.  

언론노조 역시 취약하고 공익성 있는 중소방송사를 지원하기 위해 만든 미디어렙법(방송광고판매 등에 관한 법률)의 입법 취지가 훼손된 만큼 전면 재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현행 미디어렙법에는 민영렙이 권고사항을 지키지 않아도 강제할 수단이나 처벌조항이 없다.    

언론노조는 “OBS 민영렙 지정은 그동안 끊임없이 이어진 SBS 사측에 의한 OBS 말살 기도의 완결판이 될 것”이라며 “방통위는 독립지역언론의 몰락을 자초한 방조자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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