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지난 1일자 신문에서 시민 A씨의 얼굴을 전남 나주 성폭행범으로 착각해 1면 톱사진으로 내보내는 대형 오보를 냈다. 조선은 지난 3일 지면에 사과문을 게재했으나 사과문만으로 끝날 사안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A씨는 민사소송을 포함한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A씨는 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결코 쉽게 넘어갈 사안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조선일보 측과 만난 뒤 향후 민사소송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 밝힌 뒤 “더 이상 나와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A씨에 따르면 조선일보와 피해자 A씨 가족은 금주내로 만날 예정이다.

만약 조선일보와의 합의가 결렬되면 A씨 측은 민사소송을 준비하는 한편 언론중재위원회나 언론인권센터 등에도 도움을 청한다는 계획이다. A씨는 “피해보상금보다 중요한 것은 오보에 대한 진정한 사과”라고 말했다.

조선일보가 A씨 측이 바라는 만큼의 사과에 나설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 경영기획실 관계자는 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필요한 범위 내에서 (관련자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결과에 따른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며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징계 대상과 징계 예상 수위에 대해서는 답변을 얻지 못했다.

한편 이 건에 대해 방상훈 사장의 문책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일보 내부관계자는 “방 사장이 오늘 열린 운영위원회 자리에서 ‘특종 욕심을 내려다 오보를 내면 안 된다. 깊이있는 분석과 의미있는 비판을 해야한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사장의 문책성 발언이 나왔으니 이제 평기자들 내에서도 이번 건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조선일보의 향후 대응은 대형 오보에 이어 또 하나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준현 변호사(민변 언론위원장)는 “한 사람의 인생을 파괴한 이 사건은 조선일보가 문을 닫아야 할 만큼 큰 사건”이라고 지적한 뒤 “국민의 알권리가 언론에게 면책권을 주진 않는다”며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국민들은 범인의 얼굴을 굳이 알 필요가 없다. 2년 전 개정된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대한 특례법’에 따르면 중대 흉악범의 얼굴을 공개할 수 있지만 공개 주체는 어디까지나 언론이 아닌 검찰과 경찰”이라고 강조했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은 “피해자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었지만 언론은 오보의 책임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여진 사무처장은 “조선일보가 이 사건을 어떻게 해결할지 많은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며 “지금까지 언론 전반의 보도방식에 대한 자성을 위해서라도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 시민을 반인륜 범죄자로 둔갑시킨 이 사건은 언론사가 국민의 알권리라는 명목으로 범죄자의 사진을 버젓이 공개하던 관행이 빚은 참사라는 비판과 함께 조선일보에 대한 큰 비난여론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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