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의 창시자 문선명 총재가 3일 새벽 사망하자 세계일보가 호외를 내보낸 데 이어 대대적인 ‘문선명 특집’면을 꾸릴 예정이다. 세계일보는 3일 오전 문 총재의 사망 소식이 담긴 2면 분량의 호외를 발행해 서울 및 주요지역에 배포했다. 세계일보는 4일 신문 지면에서 최소 10면 이상의 특집 면을 꾸려 문선명 총재의 사망(통일교에선 ‘성화’라 표현)을 애도하고 그의 일대기와 평가 등을 집중 배치할 계획이다.

강호원 세계일보 편집국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세계일보 입장에서 문 총재의 성화는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호외는 당연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강호원 편집국장은 “세계일보 설립자이신 문 총재는 일반 기업인들과 달리 세계평화와 이상사회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신 분”이라고 밝힌 뒤 “지금은 성화에 대해 가슴 속 슬픔을 갖고 더 나은 세계일보와 사회의 미래를 위해 각오를 다져야 할 때”라고 전했다.

세계일보의 한 기자는 문 총재의 사망을 두고 “한 시대의 인물로서 세계일보를 세우고 많은 애정을 보여준 설립자의 죽음에 애도하고 한 세기에 걸친 고인의 활동과 공과가 바르게 평가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통일교가 (편집권에) 실질적으로 큰 장애가 된 적은 별로 없었다”고 말한 뒤 “개인적으로 후계자가 안정적으로 정리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통일교는 ‘애천, 애인, 애국’이란 사시를 걸고 1989년 2월 1일 세계일보를 창간했다. 세계일보는 창간 초기 높은 연봉으로 기자들을 영입했고, 1990년대 편집권 침해 논란과 경영악화 등의 문제로 1991년 기자들의 집단 사표사태와 1998년 천막파업을 겪으며 어려움을 겪었다. 2008년 당시 총선 기간에는 평화통일가정당에 대한 보도가 편파적이었다는 지적이 있었다. 통일교 재단 인사가 세계일보 간부로 오는 경우에는 기자들과의 갈등도 잦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일보는 문선명 총재가 생전에 밝힌 지향점을 지면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강호원 세계일보 편집국장은 “세계일보 설립 자체가 인류 평화와 도덕사회 건설을 위한 일이었다”고 지적한 뒤 “세계일보는 총재의 창간이념에 대해 충분한 인식을 갖고 신문을 편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병수 세계일보 사장 역시 세계일보 홈페이지에 “세계일보는 설립자이신 문선명 회장이 천명하신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는 동시에 민족과 국가를 위하는 마음으로 신문을 제작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안호열 통일교 대외협력실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문 총재는 세계일보를 남북통일 정론지로 생각하며 많은 애착을 갖고 계셨다”고 말하며 “통일교와 세계일보의 관계는 앞으로도 변함없다”고 밝혔다. 세계일보가 통일교와의 특수관계가 편집국에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기사에 대한 가치판단은 편집국에서 하는 것이다. 편파 주장은 시각에 따라 차이가 있다. 세계일보 시각에서 충분히 기사거리가 되면 쓰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한편 주요 외신들 역시 문선명 총재의 사망 소식을 발 빠르게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의 복음 전도자이자 사업가이며 스스로 메시아라 칭하며 대규모 결혼식으로 유명한, 막대한 상업적 부를 소유한 문선명 총재가 92세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과 BBC, <가디언> 등 세계 주요 외신도 문 총재의 사망 소식과 함께 그의 일대기와 통일교의 막대한 자산 등을 전했다. 통일교는 194개국에 총 300여 만 명의 신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국내보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 교세가 더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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