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가 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5월 중앙위원회 폭력사태 직전 당 공동대표에서 사퇴하고, 이후 ‘침묵의 형벌을 받겠다’며 잠행을 시작했으니 약 4개월여 만에 정치활동을 재개 한 것이다.

이정희 전 대표의 복귀 일성은 ‘통합’이었다. 이 전 대표는 “진실을 바로 보고 단결의 뜻을 모은다면 통합진보당은 어떤 위기도 극복할 수 있다”며 “하루빨리 통합진보당을 정상궤도에 올려 민중들 속에서 2012년 정권교체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가장 어려운 일 찾아 땀 흘리는 것으로 그간의 상처를 함께 치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향후 신당권파 측의 분당 움직임에 맞서 본인이 나름의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여론이 구당권파에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고, 오는 5일 중앙위원회를 전후로 분당 움직임이 가시화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구당권파 측 대표 대중정치인인 이정희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정희 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사퇴에 대해서는 “이미 당의 공식절차를 거쳐 결정 난 문제”라며 “비례대표 경선 사태의 진실도 밝혀졌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당권파 측은 비례대표 부정경선 문제와 관련해 자신들은 혐의 없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다.

또한 대선을 백일여 앞두고 이 대표의 등장은 구당권파가 대선국면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지로도 보인다. 이 전 대표는 기자회견 후 올해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통합진보당 대선 후보는 고통의 자리”라며 “쉬운 자리였으면 고민조차 안 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고민 중’이라는 것이다.

다만 이 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중앙위원회에서 일어난 폭력사태가 많은 당원들과 국민들의 실망을 더했다는 점을 뼈아프게 받아들인다”며 “직후 시작된 내 침묵과 근신은 그 사태에 대해 최종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있던 내가 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였다. 당시의 사태에 대해 당원과 국민들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아울러 “통합진보당은 진보정치의 성장을 위해 청춘을 바친 분들의 인생과 떼어낼 수 없는 존재”라며 “많은 분들이 당을 진심으로 사랑하는데도 이 위기가 빨리 극복되지 못한 배경에는 지난 날 내가 당을 운영하며 쌓이게 한 앙금이 있다는 것, 알고 있다. 당을 대표했던 사람으로서 더 폭넓고 깊게 뜻을 모으는데 부족했음을 겸허히 인정한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폭력 사태 이후 이 전 대표가 이와 관련해 사과의 뜻을 밝힌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이는 폭력 등 극도의 비상식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털고 가겠다는 의미와 당 운영 방식 등에 대해 사과함으로서 신당권파의 분당움직임을 최대한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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