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유신’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힐 수 있을까. 1972년 박정희의 유신독재가 대선국면에서 본격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박 후보가 유신에 대한 입장을 확실히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늘어나고 있다.

박근혜 후보는 지난 7월 16일 한국 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토론회에서 “유신에서 일어났던 국가 발전 전략과 관련해선 역사의 판단에 맞길 수밖에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2007년 7월 한나라당 후보검증청문회 자리에서 역시 “유신체제에 대해서는 역사에 판단을 맡겨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함세웅 신부는 31일 YTN <김갑수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박근혜 후보를 “유신정권의 2인자”라 규정하며 박 후보가 유신과는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비판했다. 함세웅 신부는 “자녀들과 후세들은 부모 세대를 가치론적으로는 넘어서야 되지만 박근혜 의원은 그 아버지의 군사독재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게 한계”라고 지적했다.

함 신부는 “유신 독재자의 딸이기 때문에 우리가 박근혜 의원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박근혜는 유신시절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고 구국봉사단 총재 역할을 하며 독재자의 공범자 역할을 했다. 과거의 역할에 대해선 정치적인 책임을 져야 된다”고 비판했다.

함 신부는 “박근혜는 이 같은 역사적 행업에 대한 성찰이나 책임과 반성이 없다. 어떻게 아버지의 독재 행업을 봤을 때 대통령으로 나올 수 있나”라고 되물었다. 함 신부는 이어 “모든 국민들이 (출마를) 원해도 ‘저는 못 나갑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역사에 대한, 선열에 대한, 민주인사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은 같은 날 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 출연해 “박근혜 후보가 유신에 대한 전향적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우선 유신체제 옹호발언으로 논란이 된 홍사덕 새누리당 전 의원을 비판했다. 홍 전 의원은 지난 29일 “유신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권력 연장보다 수출 100억 달러를 넘기기 위한 조치였다”, “유신이 없었으면 100억 달러 달성도 없었다”고 발언했다.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유신이 헌법을 개헌하면서 부적절한 절차가 어느 정도 있었다. 그 부분을 수출 같은 경제적인 아젠다를 갖고 옹호한다는 것이 와닿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5․16이 쿠데타라는 건 논란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뗀 뒤 “요즘 세대 입장에서 볼 때 유신은 부정적 입장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다. 정수장학회, 인혁당 사건, 장준하 선생 의문사에 대해 박근혜 대표가 인식을 드러내고 자신 있게 대답해야 2030이 호응 할 것”이라 강조했다.

그렇다면 박 후보가 입장을 밝힐 가능성은 있을까. 경향신문은 31일자 기사에서 “유신 논쟁이 대선에 미칠 영향력은 5․16에 비해 더 크다. 박 후보 진영이 역사의 판단이란 유보적 지점에 머물러 있고 의제를 부담스러워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전한 뒤 “박 후보 측은 일단 본질적인 유신에 대한 사과와 성격 규정보다는 전태일 재단 방문, 인혁당 유족 방문 검토 등 피해자들을 만나는 화해 모습으로 우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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