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기자들의 출입처 정보를 자사의 수익사업에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조선일보는 전 직원에게 회사 수익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할 경우 등급을 매겨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취재 목적으로 사용돼야 할 정보가 회사 수익사업으로 이용되는 것은 취재윤리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김광현 조선일보 AD본부장은 지난 7월 25일 사원들에게 보낸 단체메일에서 “취재를 비롯해 회사업무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를 알려주기만 해도 최고 수 백 만 원의 인센티브를 현금으로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전격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정보는 조선일보의 수익성 사업으로 연결돼 회사 매출에 기여한 정보와 사업 아이디어에 해당한다.

단체메일에 담긴 내용에 따르면 인센티브는 사업의 순이익 규모별로 3단계 등급으로 나뉜다. 1억 원 이상의 순이익이 났을 때 1급으로 200만원이 지급되며, 5000만원에서 1억원 사이의 순이익이 났을 때는 2급으로 80만~150만원의 금액이 지급된다. 3급은 순이익이 3000만~5000만원일 때 50만~70만원의 인센티브를 받는다.

김광현 AD본부장은 메일에서 “순이익 규모가 1억 원을 크게 넘어설 경우 포상징계위원회를 거쳐 200만원을 초과하는 인센티브는 물론 인사고과 평가 상의 가점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보제공 대상자는 조선일보 기자나 TV조선 PD를 포함한 조선일보 본사 및 계열사 임직원 전원에 해당한다.

김광현 본부장은 “사원들은 출입처나 거래처 등을 오가다가 자연스럽게 알게 된 각종 사업이나 행사 등과 관련된 정보를 AD본부에 전달해 주기만 하면 된다”며 “편집국의 경우 취재원들을 통해 알게 되는 정보 중 기사 작성에는 큰 도움이 못되지만 본사의 사업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구체적 사례를 제시했다.

김 본부장은 “최근 대구취재본부는 포구 개발 사업을 새로 추진 중인 A 시를 뉴비즈팀에 소개함으로써 상당액의 매출을 올리는데 기여했다. 또 김 아무개 의학전문기자는 B 생명보험사로부터 협찬을 받아 서울과 부산 등지에서 6회에 걸쳐 장수·헬스오페라 공연을 9월부터 개최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김 본부장은 이어 “부동산개발, 교육사업 등 다양한 신규 사업 추진 역시 편집국은 물론 미디어경영직 사원들이 앞으로 제공하게 될 ‘알짜 정보’에 달려 있다”고 밝힌 뒤 “중앙일보나 동아일보 등 타지에서도 이미 이런 제도를 통해 상당수의 행사나 사업을 수주한 예가 있다”며 사원들의 적극적 참여를 당부했다.

조선의 이 같은 인센티브 제도는 취재로 얻은 출입처 정보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취한다는 점에서 한국기자협회가 제정한 기자윤리강령 중 △ 3항 ‘취재보도 과정에서 기자의 신분을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하지 않는다’ △ 5항 ‘취재활동 중에 취득한 정보를 보도의 목적에만 사용한다’ △ 10항 ‘소속회사의 판매 및 광고문제와 관련 기자로서의 품위를 손상하는 일체의 행동을 하지 않는다’ 조항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광고유치나 사업이익을 위해 취재 목적으로 알게 된 정보를 사업목적으로 사적 활용하도록 언론인에게 요구하고 그 결과로 금전적 혜택을 약속하는 보상체계를 갖는 인센티브제도는 기자조직 전체가 취재 윤리 강령에 벗어나는 바람직하지 않은 관행”이라고 비판했다. 제 교수는 이어 “취재 상 취득한 정보의 사적사용을 배제하는 것은 전 세계 선진국 언론의 보편적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김준현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언론위원장)도 조선일보의 인센티브제도에 대해 “법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지만 기자 윤리의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뉴비즈팀 관계자는 “기자들이 출입처에 나가면 쉽게 얻을 수 있는 보도자료 같은 공개된 내용을 알려달라고 한 것”이라 해명한 뒤 “인센티브제는 중앙과 동아, 한겨레까지 이미 도입 된 것이다. 조선일보는 경쟁사에 비해 가장 늦게 도입한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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