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영희 새누리당 의원이 공천을 대가로 현기환 전 의원에게 자금을 줬다는 의혹과 양경숙 라디오21 전 대표가 공천 알선의 대가로 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간단히 보면 동일한 사안이다. 공천을 위해 불법자금을 주고받은 의혹이다. 하지만 언론은 그 상대가 새누리당인지 민주통합당인지에 따라 전혀 다른 뉘앙스의 단어로 이 사안을 바라보고 있다.

최근 의혹이 불거진 일명 '양경숙 의혹'을 보도하는 보수 언론부터 살펴보면 동아일보는 이 사건을 '공천 뒷돈'이라고 부루고 있다. 29일자 4면 기사 <檢 '박지원 명의 문자 왔다' 진술 확보…실제 발신지 추적>에서 "민주통합당 공천 뒷돈 제공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28일 문제의 돈 상당액이 양경숙 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국 '라디오21'을 소유한 '사단법인 문화네트워크'의 계좌로 입금된 사실을 확인하고 이 계좌 입출금 명세에 대한 전방위 계좌 추적에 나섰다"고 전했다.

하지만 동아일보는 일명 '현영희 의혹'에 대해서는 '공천헌금'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이 소식을 전한 지난 3일자 기사 제목은 <현기환-홍준표-현영희 檢, 공천헌금 수사 착수>였다.

'헌금'이란 말을 국어사전에 찾아보면 '돈을 바침. 또는 그 돈'을 의미하며 '정치헌금'은 '정당이나 정치단체, 개별 정치인의 정치활동을 돕기 위해 자금을 지원하는 일. 또는 그 자금'을 의미한다. 중립적인 의미이거나 합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뒷돈'은 '은밀히 주고받은 돈'이란 의미가 있다. 불법 내지는 비합법의 의미가 내포돼 있다. 동아일보는 새누리당 사안에 대해서는 공천헌금이라는 말을 쓰면서 부정적인 의미를 희석하고, 민주당 사안에 대해서는 공천 뒷돈는 말로 사안의 불법적 성격을 분명히 드러내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겨레도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겨레는 '양경숙 의혹'을 '공천헌금'이라고 명명했다. 29일자 4면 기사 <검찰 '라디오21 수사' 박지원이 최종 표적?>에서 "민주통합당 공천헌금 의혹과 관련한 '선거사건'에 전격 투입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를 수사선상에 올라놨다"고 전했다.

반면 한겨레는 '현영희 의혹에 대해서는 초기에는 '공천헌금'이라고 했다가 이후에는 '공천 금품수수'라고도 했다. 또 지난 10일자 사설 <'친박'들한테 돈 상납하는 새누리당 풍토>에서는 "공천뇌물 의혹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현영희 새누리당 의원이 박근혜 의원의 또다른 측근인 이정현 최고위원과 현경대 전 의원에게 차명으로 정치후권금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했다.

'수수'는 '무상으로 금품을 받음'이라는 다소 중립적인 의미가 있지만 '형법에서 수뢰죄 및 장물죄 따위를 구성하는 요건이 된다'는 뜻도 있다. '뇌물'은 '어떤 직위에 있는 사람을 매수해 사사로운 일에 이용하기 위해 넌지시 건네는 부정한 돈이나 물건'이란 뜻이다. 

중앙일보와 경향신문, 조선일보는 일관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앙일보와 경향신문은 두 의혹 모두 '돈 공천'이라고 불렀다. 반면 조선일보는 두 의혹을 '공천 헌금'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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