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도올 김용옥 선생의 새 책, ‘사랑하지 말자’가 화제가 되고 있다. 도올의 표현에 따르면 이 책은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분야가 망라돼 있으며 매크로하고 마이크로한 모든 인간상황이 제기돼 있으며 이 모든 상황에 대해 철저히 우리의 통념의 뒤엎는 책”이다. “한국어로 한국인에 의해 한국인을 위해 쓰여진 가장 래디컬한 책, 니체의 래디칼리즘을 몇만배 뛰어넘는 책”이다.

이 책에 도올의 대권 주자들에 대한 적나라한 평가가 담겨있다.

먼저 도올은 “2012년 대선은 이미 승자가 결정돼 있다”고 단언한다. 도올이 보는 승자는 박근혜다. 다만 “내가 박근혜였다면 지난 총선에 그토록 많은 의석을 독식하는 전략을 쓰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난 총선에서 이명박의 실정에 대한 심판이 이뤄졌어야 했지만 심판이 대선으로 미뤄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니까 박근혜은 이명박 정권의 모든 죄악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결국 민주통합당이나 통합진보당이 잘하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할지라도 국민들이 그들에게 책임을 묻지는 않을 것이고 박근혜가 내리막길을 걷는 가운데, 야당 후보들이 참신한 흥행에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도올의 전망이다. 도올은 “중요한 것은 누가 더 위대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확실하게 박근혜를 저지시키느냐 하는 문제에 달려있다“면서 ”아집을 버리고 대의를 위해 뭉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올의 야권 주자들에 대한 평가를 보자.

“손학규는 경기지사 시절에 기적 같은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그것도 아주 민주적인 지략과 설득에 의해 달성한 것이다. 손학규만 해도 학력과 경륜과 정책 콘텐츠를 누구보다도 풍요롭게 소유한 새 시대의 인물이라는 것이다.”

“김두관은 공과 사가 분명하고 자기 삶에 부정의 요소라고는 한 오라기도 없을 만큼 치열한 공직생활을 사는 건실한 인물이다. 젊고 겸손하며 배움에 대한 향심이 있다. 그리고 결단력도 있고 카리스마도 있고 외관이 출중하다. 그리고 인품이 신비로울 정도로 듬직하다.”

“문재인은 해맑기가 그지 없는 아름다운 사람이다. 사심이 없고 대의에 대한 헌신이 있으며 어떠한 경우에도 자사의 이익보다는 공익을 우선시하는 매우 훌륭한 인격구조를 갖고 있다. 성품이 선량하며 사물의 정도를 학습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각각의 한계도 지적했다.

“손학규는 매사에 바른 판단을 내리고 사귐성이 좋은데 뜨거운 가슴이 부족하다.”

“김두관은 사람이 착실해서 극적이고 선동적인 멋있는 언변이 부족하다. 거대 담론을 소화해낼 수 있는 집약적 학습이 더 필요하다. 그러나 그는 이미 중국에서도 공부했을 정도로 학구열이 왕성하다.”

“문재인은 노무현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극복해야 한다. 그리고 생각이 너무 단순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으나 실상 그것이 그의 매력이다. 깊이와 지도력을 갖춘 담론을 개발해야 한다.”

도올은 안철수에 대해서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안철수 현상은 도무지 인류사에 유례가 없는 기현상이었다. … 안철수는 이 시점에 한민족에게 내려주신 하느님의 축복이다. 안철수는 우리 민중의 진실표출의 상징이다. 안철수는 하늘이다.…안철수의 등장은 개인의 노력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시운(時運)과 천기(天機)가 우리 민족에게 선사한 천의(天意)라고 봐야 한다.”

   
 
 
도올은 직접 안철수에게 편지를 썼던 사연도 소개했다. 정중하게 만나고 싶다는 편지를 썼고 자신의 책 맹자에 정성스럽게 사인을 해서 인편으로 보냈는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기분이 나빴느냐는 질문에 도올은 “더럽게 기분 나빴다”며 “내 인생에 처음 당한 모독과도 같은 느낌이었다”고 답변했다. 도올은 “우리 사회에서 인격을 가진 사람은 누구든지 내가 사신을 보냈을 때 안철수처럼 행동하지는 않았다”고 서운함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도올은 “박근혜는 대통령이 돼야만 한다는 집념을 버리지 못한다”면서 “안철수든 야당 후보든 그런 집념에 구애되면 대사를 그르친다”고 조언했다. “올해만은 야당 정치인들이 완벽하게 무아를 실천해야 한다”면서 “안철수로 합치는 게 승리에 유리하면 안철수로 합쳐야 하고 야당 단일후보로 합치는 것이 승리에 유리하면 당으로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의 욕망을 조금이라도 개입시키면 순간에 폭락”할 것이며 “그것은 개인의 폭락이 아니라 민족의 폭락”이라는 경고도 빠뜨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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