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쌍용자동차 구조조정사태가 책 <의자놀이> 출간에 따른 국민적 관심과 SJM 용역폭력사건 등으로 재논의 되고 있는 가운데 쌍용차 경영진이 회계법인과 합작해 대량해고를 목적으로 회계조작에 나섰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다.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환노위 소속)은 민주통합당 쌍용차특별위원회 주최로 22일 열린 ‘쌍용자동차 사태 해결을 위한 국민대토론회’ 자리에서 2009년 일어난 2646명의 대규모 구조조정의 ‘원천무효’를 주장할 수 있는 사측의 회계조작 정황을 지적했다. 은수미 의원은 “2008년 외감법을 위반하는 쌍용차의 유형자산 손상차손이 계상되었고, 이것이 경영정상화 보고서에 인용되며 회생법을 위반했으며, 부당한 보고서는 구조조정을 합법화했다”고 주장했다. 경영진과 회계법인이 조직적인 회계부정을 통해 일부러 쌍용차의 부채비율을 높여서 쌍용차 노동자의 절반(46.8%)에 해당하는 구조조정 수순을 밟았다는 설명이다.

은수미 의원실이 정리한 쌍용차 회계조작 순서는 이렇다. 2008년 하반기 쌍용차에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고, 사측은 채무지급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2009년 2월 서울중앙지법 파산4부에서 기업회생절차가 시작됐고 사측은 당시 4월 25일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1500억 원을 상환할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그 이후 사측은 손상차손 5177억 원이 감안된 2008년 재무제표를 발표했다. 손상차손은 미래에 발생할 손실을 미리 예측하는 것으로, 순매각가치와 사용가치를 고려해 계산된다. 3월 말 컨설팅회사 삼정KPMG는 경영정상화방안을 쌍용차에 제출했고 5월 6일 삼일회계법인은 인력구조조정을 제안하는 조사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은수미 의원은 “2008년은 미국발 금융위기로 유동성 위기가 예상됐지만 쌍용차는 현금보유액을 의도적으로 680억 원까지 줄였다”고 지적했다. 쌍용차의 현금보유액은 2006년 2600억 원, 2007년 1300억 원이었다. 은 의원은 또 “쌍용차는 마음대로 차입할 수 있는 3300억 원 상당의 대출계약이 있었으나 상당수 금액을 사용하지 않았다”며 “긴박한 유동성 위기는 쌍용차 경영위기의 본질이 아니었다”라고 주장했다.

은수미 의원은 쌍용차 경영진과 회계법인이 손상차손을 과다계상해 고의적으로 부채비율을 높였다고 주장했다. 은 의원은 “안진회계법인이 작성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유형자산 손상차손은 69억 원이었지만 2008년엔 5117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며 “갑자기 부채비율이 업계 최고로 올라갔는데 이는 쌍용차와 회계법인 측이 순매각가액을 산정하지 않고 미래 상황에 대한 추정을 근거로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큰 사용가치만을 산정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쌍용차가 생산대비 많은 인력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주장도 도마에 올랐다. 감사보고서에는 쌍용차의 주요 SUV 차량인 액티언과 카이런, 렉스턴 등이 2009년과 2010년 단종 될 것으로 내다봤다. 감사보고서는 그 근거로 HPV(시간당 생산 대수)를 보면 쌍용차는 1대 생산 당 67.4시간이 필요해 현대와 기아차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은수미 의원은 “SUV의 조립라인 HPV만을 놓고 봤을 때는 쌍용차가 34시간이 나와 현대·기아차와 생산량이 유사했다”며 “감사보고서는 비교수치가 될 수 없는 것을 근거로 수치를 왜곡한 뒤 생산부분의 상당수가 잉여인력이라며 구조조정을 정당화했다”고 비판했다.

은 의원은 “결론적으로 경영진과 회계법인은 외감법을 위반하며 계상한 유형자산 손상차손 5117억원을 영업외 비용으로 처리하며 적자폭을 키웠고, 이에 따라 자본잠식이 발생해 쌍용차가 법정관리로 이어진 것”이라며 구조조정의 원천무효를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박병우 민주노총 대외협력국장은 “회계법인은 자산평가를 통해 정리해고와 M&A를 주장해 노동자를 털어낸 뒤 엄청난 성공 보수를 챙겼을 것”이라며 “회계조작에 대한 국회 진상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오는 9월 첫째 주 쌍용차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22일 합의해 쌍용차 회계조작 논란은 더욱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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