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논란을 의식한 듯 김한길 내일을 생각하는 국회의원 모임 대표(민주통합당)는 강연에 앞선 축사에서 안철수 원장과 선을 그었다. 김한길 의원은 “(내일을 생각하는 국회의원 모임이) 누군가를 지지하기 위한 모임이 아니”라며 “나는 민주당 지도부이며 개인적으로 민주당의 후보가 정권을 교체하길 격하게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일각에서는 이미 민주당 내 몇몇 인사들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 대선출마를 돕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민주당 당내경선이 이미 시작된 상황이기 때문에 사실상 안철수 원장의 민주당 영입이 무산된 만큼, 민주당 내부는 일단 경선부터 치르고 보자는 분위기가 있다.

현재 새누리당은 박근혜 후보가 공식 대선후보로 선출된 만큼, 이후 정국 이슈는 민주통합당 대선경선으로 넘어가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관심은 안철수 원장에 쏠려있다. 선거인단 모집에 나름 흥행하고 있는 민주당이지만 그 존재감은 미약해지고 있다. 외부에서는 안철수 원장과의 단일화를 위한 ‘예비경선’ 정도로 민주통합당 경선을 바라보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 안철수 원장 입당 요구가 빗발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또한 안철수 원장이 단일화 형태가 아닌 단독출마 할 것이란 보도도 나오면서 민주당의 초조함은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이번 법륜스님 초청강연도 안철수 원장 지지를 위한 국회의원 모임이라기보다 민주통합당에서 법륜스님을 매개로 안철수 원장과 접촉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법륜스님도 이날 강연에서 “국가를 잘 운영할 사람과 대통령이 될 사람이 협력한다면 국민들에게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해 이것이 안 원장과 민주당 간의 단일화를 의미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오전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안철수 원장에 대해 “다수의 유권자들은 기존의 정당, 민주당도 크게 보면 포함되는 게 아닌가 싶은데 (이들과 다른)새로운 어떤 정치흐름을 원하기 때문에 민주당으로 들어가서 경선 하는 것은 쉽지 않지 않는가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가설정당 형태의 제3지대 창당론도 나온다. 이미 민주당 후보는 확정단계이니 이후 안철수 원장이 참여하는 페이퍼정당을 만들어 여기서 결선을 치르자는 의미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제1야당이 대통령 후보도 못내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고, 통합진보당 탈당파와도 흐름이 맞닿을 수 있다. 단일화 효과도 쏠쏠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조선일보는 22일 6면 <민주, 안철수와 단일화위한 ‘임시 정당’ 만드나> 제하 기사에서 “최근 민주통합당에선 안철수 원장과 후보 단일화를 하기 위해 ‘임시 가설정당(페이퍼 정당)’이나 ‘제3지대 정당’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안 원장이 단일화를 위해 민주당에 입당할 가능성이 거의 없고 장외 경선을 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선 돌입 준비를 하면서도 당과 대선주자들의 영향력은 점점 줄어드는 민주당과 민주당-안철수 단일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새누리당의 모든 관심은 ‘안철수의 생각’보단 ‘안철수의 입’에 맞춰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