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이 새누리당 18대 대통령 선거 후보로 확정됐다. 예상대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박 후보는 국민참여 선거인단 득표수(80%)와 여론조사 지지율(20%)을 합산해 84%의 지지율을 얻었다.
지지는 압도적이었지만 재미도 감동도 없는 뻔한 경선이었다. 경선 투표율이 41%로 역대 최저였다는 사실을 언급한 신문(세계일보 사설)은 별로 없었다. 어쨌거나 문제는 본선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통합진보당은 때 아닌 ‘아메리카노’ 논쟁에 빠졌다. 김미희 통합진보당 의원의 남편인 백승우 전 통합진보당 사무부총장이 지난 17일 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 때문이다. 신·구당권파의 갈등이 감정싸움으로 비화된 양상이다. 강기갑 통합진보당 대표는 20일 “이석기·김재연 의원이 사퇴를 거부하면 분당하겠다”며 사실상 최후통첩을 날렸다.
다음은 21일자 아침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박근혜 “비리 엄단, 상설특검 도입”>
-국민일보 <‘첫 여성대통령’ 박근혜의 도전 시작됐다>
-동아일보 <“불안의 시대엔 안정된 지도자 필요”>
-서울신문 <‘박통’ 넘고 ‘불통’ 깨야>
-세계일보 <박근혜 “국민대통합 시대 열겠다”>
-조선일보 <대통령의 딸, 대통령 후보 됐다>
-중앙일보 <후보 박근혜, 도전은 이제부터>
-한겨레 <박근혜 “과거로 가려면 한없어…이제 미래로 가자”>
-한국일보 <“국민 대통합의 길 가겠다”>
박근혜 압도적 지지로 대선 후보 확정, 문제는 본선
이날 아침신문들은 지면의 상당수를 박근혜 후보의 약력과 그간의 발언, 수락 연설에 담긴 의미, 향후 과제 등을 다루는 데 할애했다.
경향은 “문제는 대선 본선”이라며 “감동 없는 경선으로 끝난 당내와 달리 야당과의 본선 승부는 녹록지 않은 환경에서 치를 공산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는 지지율에서 엎치락뒤치락하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는 한 자릿수 격차로 추격을 허용했다는 것이다.
경향은 박 후보가 첫 여성 대통령까지 가기 위한 과제로 △정부의 실정 △‘안철수 현상’으로 상징되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혐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정적 유산 해결을 꼽았다.
세계일보는 “정치 경선 역사상 최다 득표율을 얻어 ‘박근혜 대세론’의 힘을 보여줬지만, 예상된 결과라는 점에서 ‘컨벤션 효과’(전당대회 이후 지지율 상승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박·중도층 포용을 박 후보의 최대 과제로 꼽은 세계일보는 박 후보가 과거사를 불씨로 남겼다고 진단했다.
세계일보는 “박 후보는 연설에서 경선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5·16이나 정수장학회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언급을 삼갔다”며 “과거사 논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100% 대한민국’을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지 않느냐는 비판론이 나올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박 후보, 넘어야 할 과제는 산 넘어 산?
서울신문은 “5·16, 유신, 정수장학회, 공천헌금 등 혹독한 검증이 예고돼 있다”며 박 후보의 아킬레스건을 다뤘다. 5·16 쿠데타와 유신시대에 대한 역사 인식, 정수장학회 문제와 최필립 이사장 관련 논란, 장준하 선생 타살 의혹, 공천 헌금 파문, 올케인 서향희 변호사 관련 논란 등 곳곳에 파괴력 높은 뇌관이 산재해 있다는 것이다.
서울신문은 “야권의 혹독한 검증 공세가 박 후보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며 “박 후보의 5·16 발언은 지난 5년 동안 변화를 보여 왔지만, 여전히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박 후보가 처음 넘어야 할 산은 ‘가족과 주변’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박 후보의 남동생 박지만씨와 부인 서향희 변호사, 여동생 박근령씨 등 친인척과 둘러싼 문제들을 상세히 보도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박지만씨는 현재 1천억대 재산가다.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은 1989년 지만씨에게 EG의 전신인 삼양산업 부사장을 맡겼다. 그는 이듬해 대표이사가 됐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으로부터 9억원을 빌려 이 회사 지분 74.3%를 인수하면서 대주주가 됐다. 현재 이 회사 회장인 지만씨는 특수관계인 2명과 함께 주식 216만5323주를 갖고 있는데 20일 종가 기준 1318억원이라고 한다.
지만씨 부인인 서향희 변호사는 삼화저축은행의 고문 변호사를 지낸 이력이 논란이 됐다. 박근령씨의 남편 신동욱 전 백석문화대 교수는 박 후보의 미니홈피에 올린 글 때문에 구속돼 징역형을 살고 있다.
박근혜 후보의 사람들은 누구?
신문은 박근혜 후보의 사람들에도 주목했다. 한겨레는 박 후보 관련 기사로 가장 먼저 ‘박근혜의 사람들’을 다뤘다. 후보 주변 인사들을 보면 후보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박근혜 사람들’은 소수 몇 명을 제외하곤 새누리당 안에서도 보수색이 강한 이들이어서 외연확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이 많다”며 “박 후보 인맥의 근간은 경선캠프로 경선캠프 주요 인사들은 5년 전 경선 때도 손발을 맞춘 측근들”이라고 전했다. 한겨레는 기존 친박 그룹이 아닌 외부영입 인사로 김종인 경선 캠프 선거대책위원장과 이상돈·박효종 정치발전위원을 꼽았다.
서울신문은 “박 후보의 사람들도 의리와 충성심이 강하기로 유명하고 입이 무거운 것도 공통점”이라며 핵심 참모진으로 최경환 의원, 유정복 의원, 이학재 비서실장을 꼽았다.
한편 친박계 핵심 인사 현기환 전 새누리당 의원은 21일 오전 검찰에 소환된다. 현 전 의원은 조기문 전 새누리당 부산시당 홍보위원장을 통해 현영희 무소속 의원한테서 공천 관련 청탁과 함께 3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동아일보는 각계 전문가 20명에게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해 박 후보의 리더십을 평가했다. 10점 만점에서 국정운영능력은 7.6점을 받은 반면 의사소통능력과 감성지능은 6.3점으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중앙일보도 정치·경제·사회 및 여론조사 전문가 11명에게 박 후보의 강점과 약점에 대한 진단을 의뢰했다. 전원이 절대 지지층, 원칙과 신뢰의 리더십, 정책 어젠다 중 한 가지 이상을 강점으로 꼽았고, 절반 이상의 전문가들이 불통, 기득권, 외연 확장의 한계를 약점으로 지목했다.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로는 안철수, 손학규, 문재인 순으로 꼽혔다.
폭력사태 눈감고, 공장점거 시도만 부각시킨 동아일보
경향신문은 2면에 최근 잇따른 사용자의 노동자 폭력 사태를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2면 머리기사에서는 지난 18일 발생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조 간부 폭행·납치 사건을 둘러싼 비정규직노조와 현대차의 공방을 주요하게 다뤘다. 비정규직노조는 “현대차가 18일 노조 간부들을 폭행 납치한 뒤 그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뒤늦게 피해 노조원들에게 퇴거통보를 했다”고 밝혔다. 반면 현대차는 “비정규직노조는 회사의 협상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퇴거통보를 하든 말든 법적인 문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여러 경로로 수차례 퇴거 요청했다”고 반박했다.
경향은 같은면에서 삼성노조 조합원이 기자에게 회사를 나쁘게 말했다는 이유로 회사 간부가 자신을 폭행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조합원 김아무개씨는 고소장에서 “인사팀 김아무개 차장이 지난달 27일 자신이 근무하는 에버랜드 알파인 식당에서 회사 명예를 훼손시켰다며 폭행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반면 삼성에버랜드측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동아일보는 18일 발생한 비정규직노조 간부에 대한 폭행·납치 사건은 누락한 채 “현대차 사내 하청업체 노조가 20일 오후 9시경 울산 1공장 점거를 시도해 공장 점거에 따른 충돌과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노조 간부 폭행 사건에 대한 언급은 기사 관련 사진 설명에서 한 줄 첨부한 것이 전부였다.
한겨레는 용역폭력 방지 근본대책 관련 기사에서 노동쟁의 현장에 대한 일종의 사회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자는 학계·법조계·시민단체들의 제안을 소개했다. 윤지영 변호사(공익법무법인 공감)는 “정당한 노동권 행사를 폭력으로 진압하는 행위는 당연히 공적 영역에서 벌어진 일로 보고, 공공의 가치 차원에서 적극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민주통합당 폭력용역업체 진상조사단과 참여연대가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고용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불법폭력 사태가 발생할 경우 해당 용역경비업체를 불러들인 시설주 또는 고용주에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경비원 면허제를 도입한 미국, 경비업무의 구체적 활동사항을 세세하게 규정한 프랑스의 사례를 소개했다.
맥쿼리, 다큐 영화 다 찍기도 전에 “법적 대응” 운운
맥쿼리자산운용이 자사 투자 과정에서의 특혜 의혹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맥코리아’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영화는 아직 완성도 되지 않았다. 보도에 따르면 맥쿼리측은 최근 이 영화를 제작 중인 김형렬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예고편 일부 내용이 심각하게 왜곡됐고 그 내용을 뒷받침할 구체적 증거도 없는 만큼 상영금지 가처분 등 법적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의 아들이 한때 맥쿼리 계열사 대표로 근무한 바 있다. 맥쿼리의 법적 대응 방침으로 아직 완성도 되지 않은 영화에 대한 관심이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도가니’, ‘부러진 화살’, ‘두 개의 문’에 이어 논란이 된 사건을 재조명한 또 하나의 다큐 영화가 나올 지 주목된다.
아메리카노 마시면 친미?
통합진보당은 난 데 없는 커피 논쟁에 빠졌다. 사건의 발단을 지난 17일 불거졌다. 김미희 통합진보당 의원의 남편인 백승우 전 통합진보당 사무부총장은 이날 당 홈페이지에 유시민 전 통합진보당 대표와 심상전 전 대표를 겨냥해 “아메리카노 커피를 마셔야 회의를 할 수 있는 이분들을 보면서 노동자·민중과 무슨 인연이 있는지 의아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유 전 대표도 20일 당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을 올려 “아메리카노 커피는 포기하지 않겠다. 이름이 그래서 그렇지, 미국하고 별관계가 없는 싱거운 물커피”라며 “아무 가치 있는 것도 낳을 수 없는 ‘비창조적 흥분상태’ 또는 ‘불모의 흥분상태’에 빠지는 것을 스스로 경계하겠다”고 반박했다. 경향신문은 이런 커피논쟁을 두고 “최근 당 분란을 놓고 벌이는 구주류와 신주류 쇄신파 간 감정싸움이 날것으로 표출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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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날 강기갑 통합진보당 대표는 구당권파에 사실상 최후통첩을 날렸다. 강 대표는 20일 구당권파측에 △구당권파가 모든 당직을 버리고 백의종군 할 것 △5·12 중앙위원회 폭력사태에 책임이 있는 당사자들이 당원과 국민들에게 사죄하고 당직과 공직에서 모두 물러설 것 △이석기·김재연 의원은 자진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통합진보당의 분당이 가시화하고 있는 가운데 22일 중앙위원회에서도 양측의 공방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