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PD수첩이 결방될 예정이다.

PD수첩 제작진은 지난 7월 18일 MBC 노조의 업무 복귀 후 방송 일자를 타진한 끝에 오는 21일 방송 재개 날짜를 결정했지만 작가 전원 해고 사태라는 벽에 부딪히면서 방송이 불투명해졌다.

PD수첩은 지난 1월 방송이 나간 후 무려 7개월 가까이 전파를 타지 못하고 있다. 특히 PD수첩 작가 전원을 해고시킨 이후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MBC 경영진이 고의로 PD수첩 결방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난까지 나오고 있다.

과거 PD수첩이 결방된 전례와 비교해도 이번 결방 사태는 사안이 엄중하다.

PD수첩이 처음으로 결방된 것은 지난 1990년 우루과이 라운드를 다뤘던 방송편이다. 이어 1999년 5월 당시 만민중앙교회 신도들이 PD수첩을 방영하고 있는 주조정실을 점거하면서 방영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2005년에는 황우석 논문조작'편의 취재 윤리 논란이 일면서 한 회 결방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2010년 '4대강 수심 6m의 비밀'편이 국토해양부의 방송중지가처분 신청에 따라 일주일 결방된 사례가 있다.

이 같은 4건의 사례는 모두 외부적인 압력을 받고 불가피하게 결방이 된 사례들인데, 이번 경우는 MBC 경영진이 작가 전원 해고 사태를 촉발시키면서 결방에 이르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 파업으로 인해 7개월 동안 방송을 하지 못하다가 결방 사태를 맞게 됐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체감온도가 낮을지 몰라도 외부의 압력이 아닌 내부 요인에 따른 것을 감안하면 초유의 사태로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PD수첩 제작진에 따르면 현재 PD수첩팀은 일체의 회의가 사라진 상황이다. 언제 방송을 재개할 것인지 계획도 전무하다. 더구나 작가 전원 해고 사태 해결책에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어 대선까지 PD수첩 결방 사태가 이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황대준 한국PD연합회 회장은 "시사매거진 2580의 안철수 아이템 폐기나 PD수첩 작가 전원 해고 사태를 보면 MBC 경영진들이 사태를 키워서 시사탐사보도프로그램의 결방을 방치하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MBC 노조도 업무 복귀 이후 김재철 사장 체제의 한 달을 평가하면서 MBC 경영진이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못마땅하게 여겨온 정권에게 충성심을 과시하기 위해 방송 파행을 방치하거나 유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방송작가협회는 분위기 쇄신 차원이라는 말도 안되는 근거를 내세워 작가를 해고 시킨 것도 모자라 결방 사태에 대해 책임을 덧씌우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결국 작가를 해고시킨 것은 PD수첩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결정판'이라는 주장이다.

900여명이 넘는 구성작가들이 PD수첩 대체작가 투입을 거부하고 한국방송작가협회가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구성한 것은 방송작가들의 자존심을 짓밟은 요인이 크지만 PD수첩을 무력화 시켜 공정방송의 뜻을 훼손시킬 수는 없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해고된 PD수첩 정재홍 작가는 "레귤러 프로그램이 이런 일로 결방된다는 것은 엄청난 방송사고로 봐야 한다"며 "어떻게든 작가를 설득시키거나 대체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MBC 경영진은 얼씨구나 잘됐구나 하는 분위기다. 처음에는 시사프로그램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차원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예 시끄러운 프로그램의 문을 다 닫아버리겠다는 속셈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PD수첩 결방 사태는 시사매거진 2580 아이템 폐기 지시 등을 포함해 21일 열리는 국장 정책 발표회에서 본격 논의될 예정이다.

김현종 시사제작국장이 나오는 이 자리에서는 PD수첩 작가 해고 사태에 대한 입장과 PD수첩 정상화 방안을 밝히라고 촉구하는 구성원들의 요청이 쇄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승준 PD수첩 PD는 "국장 정책 발표회에서는 어떻게 대답을 하던지 간에 PD수첩 정상화 입장이 논란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입장에 따라 해결책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배연규 PD수첩 팀장은 20일 오후 작가 해고 사태 이후 PD수첩 정상화 일정을 묻는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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