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새누리당 내에서는 적수가 없었다. 20일 열린 새누리당 2차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는 83.9%의 높은 득표율로 김문수, 김태호, 임태희, 안상수 후보를 제쳤다. 박근혜 후보로서는 확고한 당내 지지기반을 재확인 한 셈이다.

하지만 대선은 당내 경선과 다르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적수가 없는 박근혜 후보지만, 최근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아직 출마선언도 하지 않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의 지지율 격차도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까지 확고한 1위를 달리던 ‘박근혜 대세론’은 이미 무너진 상태다.

지나치게 높은 득표율은 상대적으로 새누리당이 박근혜 후보 사당이라는 비판에 빌미를 제공하고, 경선 직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컨벤션 효과도 떨어뜨릴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민주당 정상호 대변인은 새누리당 경선 직후 브리핑에서 “새누리당이 박근혜의, 박근혜를 위한, 박근혜에 의한 정당이라는 점에서는 당연한 결과”라며 “박근혜 후보 자기도취의 절정을 보여준, 박근혜 1인 모노드라마”라고 깎아내렸다.

이런 점에서 박근혜 후보로서는 이번 새누리당 경선 결과가 반갑지만은 않아 보인다. 당내 적수 없는 지지기반과는 별개로 경선 투표율은 41.2%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워낙 싱거운 경선이라 투표동력도 떨어졌다는 측면 외에도, 경선과정에서 보여준 불통의 이미지와 경선비리 사태는 박 후보에게 악재로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경선이 흥행에 참패한 만큼, 박근혜 후보에 대한 검증이 철저하게 이뤄지지 못한 것도 본선경쟁력에 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 박근혜 후보는 경선과정에서 불거진 역사의식과 친인척·측근 문제 등에 대한 검증과정에 부딪히면 ‘네거티브’와 ‘당내 화합’이란 말만 반복해 왔다. 하지만 본격적인 난타전이 벌어지는 대선의 경우 얘기가 다르다.

상대적으로 민주통합당의 오픈 프라이머리 선거인단 모집이 비교적 흥행을 거두고 있다는 점도 불안요소로 지목되고 있다. 민주당은 제주도에서만 전체 유권자의 8%나 되는 3만6028명의 선거인단을 모집했다. 20일 발표된 충북 선거인단의 규모도 3만1323명에 이른다. 민주통합당 경선이 흥행한다면, 한 달여 뒤인 9월 23일 까지 관심의 초점은 민주당 경선에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안철수 원장까지 잠복해 있다. 안철수 원장의 출마선언과 야당과의 선거연대 또는 독자후보 완주 결정까지 대선 초점은 온통 야권을 향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20일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박근혜 후보(44.1%)는 안철수 원장(49.2%)에게는 5.1%P나 뒤졌으며, 그나마 문재인 고문과의 양자대결에서는 불과 7.5%P 격차로 줄어들었다.(박근혜 후보 48.5%, 문재인 고문 41.0%)

무엇보다 이번 새누리당 경선 흥행실패는 이미 예견돼 있었다. 박근혜 후보를 제외하고 타 후보들의 파괴력은 너무 떨어졌고, 그나마 당내 지분을 가지고 있는 정몽준 의원이나 이재오 의원은 경선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수년 간 박 후보의 지지율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이미 박 후보의 지지층은 공고하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새누리당 경선은 애당초 컨벤션 효과를 기대한 것이 아니었다”며 “박근혜 후보 역시 컨벤션 효과는 노리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 소장은 “대체로 컨벤션 효과라는 것은 약자가 전세를 뒤집기 위한 것이지, 앞서 있는 박근혜 후보 입장에서는 경선에서 제기되는 내부 비판이 더 아프기 때문에 최대한 조용히 지나는 것이 목표였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2002년 대선만 해도 부동층이 30% 정도 되었는데 현재 여론조사를 하면 부동층이 10%도 되지 않는다”며 “이미 진영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박근혜 후보 뿐 아니라 민주당 후보가 결정된다고 해도 컨벤션효과가 있을 것이라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안철수 원장 출마 선언 이후 안 원장의 지지층은 박근혜 후보에서 빠졌다기 보다 부동층으로 전환한 야권 지지층이 이동한 것이란 분석이 많다. 경선 과정에서 매우 낮은 투표율을 보였지만, 정작 대선 구도가 시작되면 이들이 투표장으로 나와 박근혜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홍 소장은 “많은 사람들이 현재 대선구도는 야권연대를 전제로 하더라도 박근혜 후보와 비박 주자들의 5대 5의 승부로 인식하고 있다”며 “부동표를 내 표로 끌어들이기 쉽지만, 상대방 표를 끌어들이기 어렵기 때문에 이번 대선은 치열한 네거티브 선거전이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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